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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20. 2023

다시 돌아간 택배배달 생활 이야기 3,4일차

대건 지음

복귀 3일차


다른 구역의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차를 대놓기 좋은 곳으로 알려줘서 다행이라 생각 중이다. 아무데나 세워두면 딱지 떼거나 곤혹을 치룰 수도 있을 텐데 위치 선정이 좋은 것 같다. 내 배송건은 많지 않아서 같이 한 번 돌아보고 내일 코드와 함께 물량을 받기로 했다. 생각보다 지역이 넓어서 어느 정도 수량을 해야 기름값 빼고 이것저것 제하면 뭐 남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왕지사 일단 하는 거 부딪혀 보기로 했다. 비가 온다 했는데 생각보다 안 오는 것 같기는 하다. 너무 많이 오면 일 배우기 힘들 거 같았는데 일단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일기 예보가 틀린 게 다행이라 여겨진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시시각각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밥을 안 먹고 일하면 힘들 거 같아 삼각김밥으로 떼웠다. 빈속에 일이 잘 되는 것은 알지만 긴 시간 일을 해야 해서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한다. 정리할 게 많아서 출발이 좀 늦어지나 보다. 난 배달하고 정리하고 그렇게 하는데 미리부터 다 정리하고 나오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직접 남의 물건까지 다 분류해 주느냐고 내꺼 정리할 시간이 없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미리 다 정리해서 나오는 모양이다. 나도 그러한 흐름에 맞게 재구성해야 겠다. 그렇게 되면 시간 절약도 가능하고 배달이 좀 더 수월해 질 거 같다. 구역을 인계해주는 전임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다행히 전임자가 우의를 두 개 가지고 있기에 망정이지 쫄딱 젖을 뻔했다. 열과 성의를 다해 알려주는 그 친구의 열의에 또 한 번 놀랬다.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 해주는 거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막상 배달을 시작하면 그때 기억나리라 여기고 듣기만 했다. 결국에는 내가 스스로 구역을 맡아 돌아야 깨우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전임자가 대응하는 모습을 배우고 많이 배웠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4개월 정도 해보고 쉬었다 하는 것이기에 웬만한 것은 다 안다. 그리고 배달 하기 전에 전산업무도 해보았기 때문에 사고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고객 응대 방안도 많이 알고 있다. 


이전에는 막무가내인 고객과 싸우기 일쑤였고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물건이 잘 전달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다. 나도 처음에 일할 때는 빨리 돌고 쉬고 싶은 마음에 막 배달했다. 그러다 잘못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응대도 사과만 하다가 끝났었다. 동승자로 일을 같이 도와준 형과 싸우면서 일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어찌됐든 또 다른 구역을 받았고 내일은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겠다.



복귀 4일차


역시나 새로운 곳은 언제나 생소하다. 전임자와 구역을 같이 돌 때랑 내가 스스로 돌 때는 이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라 여겨졌다. 물론 이 구역을 수십 번, 수백 번 돌면 구역 구석구석을 모를 수가 없기는 하다. 처음이니까 이런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오늘은 힘들다. 느긋하게 돌고 싶었지만 역시나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지연되는 시간이 생기면 그 다음 코스가 늦어지게 되어 전체적으로 늦어진다. 늦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내 몸의 체력도, 정신력도 떨어지고 고객도 늦게 받아 섭섭해 한다. 택배는 72시간 내에만 배송하면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하루만에 배송되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물론 입장 거꾸로 놓고 봐도 나도 내 택배가 이틀 후에 오면 싫기는 하다. 어쨌든 늦어지면 퇴근 시간에 걸리고 그럼 이동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고객들이 집에 돌아와서 주차하기도 어려워진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생겨버린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일은 더욱 안 되니 천천히 해야 하지만 마음이 급해지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제 슬슬 그런 생각도 든다. "괜히 한다고 했나?" 몸이 힘들어지니 마음도 약해져 간다. 아직 본격적인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그려지니까 도망치고 싶어진다. 불신도 생겨간다. "거지같은 구역만 남아있는 걸 구역이라고 준 건가? 알짜들은 자기들이 다 가지고 있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내겐 그것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 설령 수지 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다.


이곳도 결국 치열한 생존이 걸려있는 전쟁터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물량이 조금씩 늘고 새로운 구역을 받게 되니 여러모로 많이 헤매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시간보다는 정확히 배송하는 게 중요한 것을 잘 알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전에는 하도 안 걸어다녀서 밖에 일부러 산책하러 다녔는데 지금은 발이 아파서 걷기가 싫을 정도니 운동은 되는 것 같다. 아니 혹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주 심하게 힘든 것은 아니니 견딜 만은 하다. 근데 도대체 6층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거주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옛날 옛적 시대에 비하면 좋은 것이라 하겠지만 역시나 엘베는 있어야 함을 느낀다. 날씨가 별안간 겨울이 되어서 다들 겨울 옷을 급히 꺼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비가 오고 바람 좀 불더니 날씨가 급변경되어 버렸다. 잘 때 난방키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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