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들의 세계에는 ‘3년의 터울’이라는 말이 있다. 대부분 그 즈음이 되면 일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평온해 보여도, 누구나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묵묵히 일하는 듯하지만 속으로는 갈등과 고민이 계속 쌓여가고, 결국엔 ‘그만둠’이라는 형태로 그 생각들이 드러난다. 조용히 사라지는 이들도 있지만, 그 뒷면에는 오랫동안 참고 견뎌낸 날들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우리 팀에도 다가온 듯하다. 한 명이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나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신축 단지 쪽 인원이 빠진다면, 내가 이동 1순위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장 힘들고, 수익도 잘 나오지 않는 구역을 묵묵히 지켜왔기에 이번 기회는 일종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물론 이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불공평하게 보일 수도 있다. 말 나올 여지도 충분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에게도 할 말은 있다. 지난 설 특수기 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량을 혼자 도맡아 처리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이런 식의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도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그러자 실무진이 나를 붙잡았다. 자리가 나면 1순위로 배정해주겠다고, 그건 반드시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이 바로 그 약속을 실현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현장의 모두가 내가 옮길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모두가 내 이동에 동의했고, 이제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순간이 왔다. 이전까지는 타지역으로의 이동이 번번이 무산될 듯한 분위기였기에, 지금 이 상황은 마치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반가운 제안이었다. 쉽게 잡을 수 없는 기회였고, 나로선 충분히 기다려온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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