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이 될 줄 알았지만, 돌아온 말은 아직 보류라는 이야기였다. 내정되어 있다더니, 무기명 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과반수가 넘지 않으면 무효라는 조건까지 붙었다. 그 사람들과 친해져야 올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먼저 말을 걸고, 어필도 해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기회를 놓치게 될 거라며, 그때 가서 스스로를 원망하지 말라고 했다. 회식 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해놓고 왜 안 됐냐며 불만을 터뜨리지 말라고, 누군가는 미리부터 경고하듯 말했다. 말이야 조언처럼 들렸지만, 분위기는 은근한 압박에 가까웠다.
힘든 구역엔 아무도 오지 않으려 하더니, 좋은 자리가 날지도 모른다는 말엔 바람보다 먼저 몰려든다. 그 모습을 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웃겨서가 아니라, 기시감 때문이었다. 언제나 그랬다. 누군가는 미리 줄을 서고, 누군가는 줄에 끼지도 못했다.
그 팀에 있는 동료가 건넨 말은 아마도 선의였을 것이다. 오히려 나를 돕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타이밍도, 방향도, 모두 어긋난 말이었다. 남에게 설명받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나는 아직 잔혹해지지 못했다. 나만 힘든 구역을 맡고 있다며 더 크게 소리쳐야 했고, 필요하다면 웃으면서 굽실거려야 했지만, 정작 그런 방식이 내겐 익숙하지 않았다. 다들 그렇게 한다고 했고, 그렇게 해서 옮겨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나에겐 전혀 납득되지 않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