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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by 대건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나의 팀 이동 일정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어느덧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상하리만치 아무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내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이미 결론은 났고 그냥 이대로 그 자리에 머물길 바라는 것인지, 혹은 단순히 귀찮아서일 뿐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나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과는 다르다.

이미 물량을 줄여냈고, 언제든 이직이 가능할 만큼 준비를 갖추었다.

전체 구역의 3분의 1가량을 정리했으니 수익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 결정 뒤에는 단순한 포기라고만 말할 수 없는, 계산된 선택이 있었다.


가을이 오면 언제나 그랬듯 과일과 식품류가 쏟아진다.

겨울이 되면 물량은 더 늘고, 크고 무거운 박스들이 몸을 망가뜨린다.

이미 같은 방식으로 미리 물량을 줄이고 포지션을 잡은 동료가 있었고, 이제는 나도 그런 위치에 서게 되었다.

몸을 오래 쓰기 위해선 수익보다 생존이 먼저라는, 택배 일을 오래 해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였다.


택배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면 결국 수익보다 중요한 건 몸이다.

무리해서 벌면 언젠가는 무너진다.

처음엔 별거 아닌 듯 보이던 관절의 피로가 몇 해를 넘기면 통증으로 바뀌고, 병원에서 수술 이야기가 나오면 모든 게 뒤늦은 후회로 돌아온다.

무릎의 수명은 무한하지 않다. 쓸수록 닳고, 닳을수록 결국 사라진다. 그땐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내가 지금 내린 선택은 그래서 포기나 후퇴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향한 조정이다.

오래 하기 위해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묵묵히 기다리던 중, 문득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마치 가능성이라도 있는 듯 희망을 주며 억지로 시간을 끄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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