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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화와 생존 사이에서

by 대건

"팀장님이 준다는 그 구역, 사실 별로 좋은 데가 아니에요."

"다른 형님들도 다들 기피하는 자리잖아요."

"형님도 지금 맡은 구역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른 팀으로 옮기려는 거고요."

"새로운 사람이 온다 해도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결국 돈이 돼야 남아 있는 거니까요."


그의 말투에는 팀장과 팀원에 대한 불신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누군가가 떠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그 과정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와 같은 처지였다. 그러나 나는 결국 떠나기로 했고, 이제 그 시기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단지 다른 팀에서 자리가 비었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전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쌓여 있었던 듯, 끝내 참지 못하고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말을 그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우연일까, 필연일까. 전날 읽었던 ‘대화를 잘하는 법’이라는 글에서 강조하던 것이 바로 경청이었는데, 그게 은근히 작용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의 의견에 곧장 대꾸하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 이동에 혹시라도 걸림돌이 될까 하는 불안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하나의 목적만을 위해 다른 모든 요소를 차단하는 상태, 일종의 방어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셈이었다.


나는 그 어떤 이슈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다만 내가 생각한 대로 일이 흘러가 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말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화가 끝난 뒤에 혼자 곱씹어 보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이 꼭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불공정한 구역 배분은 결국 분란을 낳고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것은 퇴사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그 결론에 가까워졌었다. 하지만 팀장들이 회의를 거쳐 좋은 구역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그들은 그 약속을 지켰다. 그 순간 나는 불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의 눈에는 그것이 곱게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해온 순서에 따라 구역을 재배치했어야 한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결국 나만 기존의 불만에서 풀려난 상태가 된 셈이었다.


예전에는 함께 목소리를 높이던 입장이었지만, 이제는 나만 빠져나온 모양새였다. 언더독들의 연합에서 벗어나, 나는 더 이상 그들과 같은 자리에 서 있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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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자주 생각하고 곱씹으면, 그것이 마음의 성향이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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