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기회만 오면 가야지. 마음속으로는 수없이 다짐해왔다. 낡은 계단을 오르며 땀을 훔칠 때마다, 신축 단지의 반듯한 지하 주차장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달랬다. 언젠가는 저곳으로 가리라, 누구보다 먼저 기회를 잡으리라. 그렇게 상상하며 하루를 버텼고, 그 상상 속에서만큼은 조금 더 자유로웠다.
그러다 드디어 현실이 움직였다. 새로 오는 사람과 차량을 바꾸기로 합의가 끝났고, 인수 시간과 인계 날짜 같은 세부 일정이 하나둘 정리됐다. 모두에게 자연스러운 절차였지만, 내 눈에는 공기가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차를 옮기고 구역을 인수하는 얘기만 오가도, 주변에서 묘한 시선이 스쳐갔다. 축하와 서운함이 뒤섞인 눈빛이었다.
“좋겠다.”
누군가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웃음 뒤에 얇게 깔린 감정은 금세 드러났다. “우린 남는 거지 뭐.” 말투는 가벼웠지만 그 속내는 무겁게 전해졌다. 그 순간, 나는 내가 혼자 다른 배로 갈아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항구에서 같이 항해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나만 갑판을 옮겨 타는 것 같았다. 설렘보다는 묘한 미안함이 더 크게 가슴에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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