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컨설팅 분야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훨씬 뛰어넘자 사람들은 나를 '취업 전문가'라고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테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기에는 아직은 여러 면에서 한참이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때가 많으며, 더 큰 이유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 때문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여전히 모르는 내용이 있다는 사실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때가 있다.
특히, '취업 동향'은 코로나 시국을 맞이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마저도 업직종별로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잠시라도 관심을 멈추게 되면 그 시간만큼 비례하여 나는 '전문가'의 자리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런 사실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가장 먼저 들키고 만다.
따라서 불과 한 두 달 전에 확인 한 "사실(fact)"이라도 내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에는 "한 때의 사실"이 돼버리는 것 또한 찰나이다. 그래서 항상 내가 하는 말의 객관적인 근거 유무를 가장 먼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그 상대가 전문가의 탈을 쓴 나의 한 마디에 인생의 방향을 통째로 바꿀 만큼 연약한 학생이라면 그 책임감의 무게는 훨씬 막중하다.
그런데 내가 가장 크게 안타까움을 느낄 때는 '확인되지 않은'유통기한이 지난 데이터와 개인의 경험에 국한해
학생들에게 매우 단정적이며 일방적인 코칭을 하는 일부 전문가에 있다.
그럴 경우는 단순히 '상담 스타일이 나와 다른 것뿐'이라는 해명으로는 좀처럼 '그들'을 두둔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왜곡된 정보와 방향성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지게 되기 때문이다.
"선생님, 이 대학 나와서는 대기업 못 들어가죠?"
라는 한 숨 나오는 질문의 근원지를 찾아올라 가다 보면 그 끝에는 늘 또 다른 '전문가'가 있다.
(좋은 학교를 나와도 적을 칸이 없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서류 대신에 '직무 테스트' 또는 '자기소개 동영상' 등을 요구함으로써 학교의 네임밸류 따위가 아닌 철저하게 직무 역량중심의 채용트렌드가 이미 여러 해를 넘기며 다양만 경로를 통해 증명되고 있는 이 와중에도
"너,, 이 대학 나와서는, 이 학점으로는 네가 원하는 회사 절대 못가"
라는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힌 무익한 충고(?)를 내뱉는 '그들'이 정말이지 원망스럽다.
학생들은 단지 흰머리가 성성한 그들의 외모와 전문가의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에 짓눌려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고 심지어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섣불리 바꿔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결코 '신'이 아니다.그저 본인 분야에서 남들보다 더 오래 그리고 좀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의견을 절대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위험하다. 특히 그 조언이 '현실'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뒤에서 본인의 소중한 목표를 포기하라고 종용한다면 미안하지만 그런 의견은 듣고 흘려버리는 것이 좋다.
'찐 전문가'라면 상대의 목표를 송두리째 흔들며 본인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각자가 처한 상황안에서 최선의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지에 대한 상대의 공감도 반드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해답'이 아닌 '확률'을 구하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하야하는 이유다. 전문가가 해당 분야에서 축적한 많은 경험과 지식 데이터를 활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는 데 있으며 최종 선택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본인에게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 세상의 어떤 전문가와의 상담에서도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전문가'와의 상담에서 오히려 사기가 떨어졌다면 그리고 내 현재의 고민이나 문제 해결에 1도 긍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면 그런 상담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아니, 할 수 있다면 과감히 무시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