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족사진 이벤트 주의보
세상에 공짜 없다..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에 당첨되셨습니다.'
'!!!!!!!!!'
이게 웬 떡인가 했다.
우습지만 도대체 어떤 경로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저런 인터넷 사이트를 타고 타며, 모험을 하던 중이었다.
이름과 연락처만 입력하면 되는 간단한 이벤트였기에, 공짜를 바라는 불순한 마음으로 가볍게 신청했을 뿐이다. 그런데 당첨이라닛!!! 신기하고, 기뻤다.
오래전부터 지갑에 잘 찍은 가족사진을 넣고 다니는 타인을 부러워 해왔다.
사진 한 장이 뭐 대수냐 싶지만, 그 별거 아닌 사진 한 장을 위해 온 가족이 멋지게 차려입고 애써 시간과 돈을 들인다는 것 자체가 우리 집과는 다른 '여유로운 삶'을 대변한다고 느꼈던 탓이다.
더욱이 곧 다가오는 엄마 생일을 위해 더할 나위 없는 이벤트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덥석 미끼를 물었다.
모든 절차는 의아하리만큼 신속하게 진행됐다.
이벤트 신청을 하고 바로 다음날 해당 스튜디오에서 당첨 연락이 왔고, 일사천리로 촬영 일을 확정해주었다.
이벤트에 포함된 구체적인 내역은 물론 다른 가족의 멋진 촬영 샘플까지 쉴 틈 없이 보내오며, 인생 첫 가족사진 촬영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키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튜디오 관계자는 이벤트 진행비 명목으로 3만 원을 요구했는데, 고민도 없이 기꺼이 송금했다. '무료 이벤트인데 그깟 3만 원쯤이야..'라는 생각이었다.
뒤이어 부모님 메이크업을 단 돈 5만 원에 해준다는 얘기도 덧붙였는데, 그 즉시 '하겠습니다'라고 예약을 해버렸다. 예쁘게 화장할 엄마 모습을 상상하니 덩다라 신이 낫다.
게다가 관계자는 촬영 당일 엄마를 위한 깜짝 이벤트로 엄마에게 전하는 손글씨 메시지와 엄마의 추억 속의 과거 사진을 몇 장 보내줄 것을 요청해왔다. 이 역시도 기꺼이 보냈다. 기대치도 않게 엄마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거부할 수 없는 이벤트의 트랩에 갇히기 시작했다는 것을 곧 감지하고 말았다.
해당 스튜디오의 주소지 링크를 공유하려고 지도에서 검색을 했는데, 거기에 달려있는 십 여개의 리뷰를 보고 만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무료 사진 이벤트에 속지 마세요'
'이건 상술이 아니라 사기예요'
'사진 원본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수십만 원 상당의 액자를 구매해야 해요'
'좋은 날 부모님 앞에서 도저히 거절할 수 없게끔 추가 지불을 유도해요'
곧장 관련 뉴스도 검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최근에 이미 공영방송 뉴스에서 해당 건을 보도한 적도 있었다.
'아뿔싸, 나 낚인 거구나'
깨달은 순간 지체 없이 온 가족에게 나의 미숙한 실수를 인정하고,
스튜디오 관계자에게 별 다른 컴플레인 없이 이벤트 참여 취소를 통지하고, 선입금한 진행비 3만 원 환불을 요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촬영 준비 과정에서 초 단위로 답변을 주던 관계자는 이틀 째 그에 대한 회신을 주지 않고 있다. (무조건 환불받을 거다)
'세상에 공짜 없다'는 인생 진리만 다시 한번 새기는 해프닝이 되었다.
가족사진은 다음에 제대로 알아보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촬영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