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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Jul 31. 2022

웃고 있지만 울고있는.

내가 우는 이유.

벌써 갱년기인가?


최근 1~2년 사이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횟수로 따지면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지나간 주가 없을 정도다.

우는 이유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데다 한 번 눈물샘이 터지기 시작하면 곡소리만 안 낼 뿐이지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오열을 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에 나조차 커다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타인이 보면 가정에 심각한 불화가 있거나, 하는 일이 잘 안 풀려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등의 배경을 추측할 법하지만, 진실은 그와는 전혀 반대다.  

우리 부부는 결혼 이후 한결같이 서로를 위해주며 살고 있고, 각자 하는 일도 기대 이상으로 순조롭게 진행 중인 편이다. 그렇다고 가족, 친구 등 다른 지인과 특별한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지금이 내 42년 인생사에서 '가장 아무 일이 없고', '가장 안정적인' 시기이다.


그런데 눈물이 마르지 않는다.


TV를 보며 각종 사연에 깊은 공감을 하며 우는 것은 다반사이고,  

얼마 전 내 생일에 10살 어린 동생이 모바일 기프티콘을 보내 줬는데,  내 생일을 기억해줬다는 사실이 어찌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통화를 하며 펑펑 울어 버렸다. 또 한 번은  친한 지인이 지나가는 인사말로 '남편 하는 일은 잘 돼가?'라고 물었는데 문득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남편이 한없이 안쓰러운 마음에 가슴이 먹먹해져 대답 대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이뿐이랴. 남편과 백화점 매장에서 쇼핑을 하던 중에 점원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점원한테 쩔쩔매는 나를 보며 남편이 '쫄지 좀 마!'라고 했는데, 그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져 그 자리에서 또 엉엉 울고 말았다.

심지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리콜된 당시 상황 문에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중이다.


남편은 나의 탁월한 공감능력 때문이라고 하고, 지인은 나 조차도 모르는 무의식의 어떤 이유로 우울증이 온 것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포털에 '갱년기 증상'을 검색하고 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염두해두고 지나가는 현상일지,  내외면의 변화에 의한 중요한 시그널일지를 따져보는 중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것 같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안좋은 것이든.  


행복한 순간에 불쑥 '그 때'의 내가 가슴 시리게 가엾고,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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