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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May 25. 2023

좋은 습관 형성기

좋은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적인 습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최근에도 소파에 드러누워 SNS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던 중 알고리즘이 내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름아닌,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라는 숏폼 영상이었다.  꽤 찔렸지만, 지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가자미 눈을 하고 집중해서 보고 말았는데 '어라?' 생각 보다 특별한 게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럼에도 그중 내가 가지고 있는 것도 없다는 이었다. (아뿔싸..)




습관의 중요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건 결혼한 이후부터였다.

동거인은 나와 확연히 다른 생활 습관을 지니고 있었고,

그 덕분에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각양각색의 나쁜 습관들을 오랜 기간 몸에 가지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그런 내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도.


대표적인 예로 '정리정돈' 습관이다.

남편의 정리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그런 면이 가장 드러나는 섹션이  옷장이다.

계절, 색상, 길이별로 옷을 걸어두고,  재단한 듯 정확히 접은 티셔츠들이 오픈 선반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모습은 우리 집에 오는 사람들의 시선을 가장 오래 사로잡는다.   


반면에 나는 옷 무더기까지는 아니지만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걸어두거나, 귀찮을 때는 의자에도 켜켜이 걸쳐두고, 그보다 더 귀찮을 때는 공처럼 돌돌 말아 서랍에 쑤셔 넣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결과는 잘 알 것이다.  외출 직전에 원하는 옷을 찾느라 늘 진땀을 빼야 하고, 기어코 찾았다 해도 가뭄에 갈라진 땅처럼 구겨진 옷을 도저히 그대로 입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이 외에도 하루 평균 6~7시간 이상을 자지 않는 습관, 자기 직전에 휴대폰을 보지 않는 습관, 알람 소리 한 번에 기상하는 습관, 설거지나 청소는 그 즉시 하는 습관, 휴지는 바로바로 쓰레기통에 넣는 습관, 밤이 아니면 절대 누워있지 않는 습관, 자기 전에는 반드시 샤워를 하는 습관 등 다 열거할 수 없지만 이 모든 '좋아 보이는 습관'들이 내게는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고, 또 당황스러웠다.




'남편은 어떻게 저런 좋은 습관들을 가질 수 있었을까?'

'나는 도대체 왜 저런 좋은 습관들을 가지지 못했을까?' '아니, 오히려 나쁜 습관들이 더 많은 걸까?'


라는 생각을 꽤 오래 해봤다.


보통 새로운 행동이 습관이 되는 데는 최소한의 특정 기간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학자에 따른  21일 또는 66일과 같은 '마케팅하기 좋은' 숫자들을 들어본 적이 있다.  

20일로는 안될까? 66일에서 6일 모자라면?  같은 시답잖은 의문은 뒤로한 채 본질을 들여다보면,

'매일같이' '반복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이미 내가 습관으로 만들고자 하는 행동과 반대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을 때는 기존 습관을 고쳐가며 좋은 습관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다.


단적인 예로 나는 물을 잘 마시지 않는데,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잔을 꼭 마셔야지 다짐하고 냉장고에 메모까지 붙여놓고도, 한 며칠 열심히 하고 나면 어느 순간 기억을 잃고 원상 복구되는 경우가 지금까지 무한 반복되어 왔다.  이뿐이랴, 자기 전에 절대 휴대폰 보지 말아야지 해놓고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자각하는 순간 휴대폰부터 집어든다.  결국 물을 마시지 않고, 자기 전에 휴대폰을 보는 행동이 너무 오랜 기간 반복된 탓에 건강을 해치는 해로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여기서 또 두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좋은 습관은 결코 짧은 기간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 하나와,  그러한 습관을 가지기에 앞서 어떠한 나쁜 습관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어린 시절부터 형성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그 중심에는 부모님이 계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경제력이 높은 부모는 아이를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키우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줄 것이고,

학식이 높은 부모는 아이에게 좋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효과적인 학습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며,

사랑이 많은 부모는 아이에게 충만한 애정 표현으로 정서적인 안정감을 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좋은 습관을 지닌 부모는 아이의 좋은 습관 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책 읽는 부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하고,

절약하는 부모를 통해 경제관념을 키우고,

어른을 공경하는 부모를 통해 예의범절을 익히고,

좋은 말을 하는 부모를 통해 예쁜 말 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이러한 사소하지만 좋은 습관들 하나하나가 쌓여 아이가 더 건강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도와준다.

생각한 대로 행동하기도 하지만, 좋은 행동이 긍정적인 사고 형성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좋은 습관을 가진 좋은 부모님을 만난 남편이 부럽다.




 비록 나는 좋은 부모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런 부모를 만나 좋은 습관을 풀 패키지로 지닌  남편을 만났으니 남편을 통해서 이제는 내가 배울 차례인 것 같다.


요즘 좋은 습관 만들기 자체 캠페인 중이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홈트레이닝하기, 기상 직후 이불 정리하기, 그날 신은 양발은 바로 빨래통에 넣기, 벗은 신발은 가지런히 정리하기 등등

별거 아닌 하나하나를 의식적으로 실현할 때마다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결국 성공한 사람들이 강조하는 습관의 중요성은 '습관 그 자체'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사소한 약속들을 꾸준하게 지켜오는 데서 삶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는 데에 있었다. 맞는 말이다.


지키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것들이지만 나와의 약속을 정하고 나니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마음이 평범한 일상에 작은 활력이 되어 주고 있다.


무채색 일상에 컬러감이 생긴 것이다.


추신.

여보, 그래도 초콜릿, 콜라는 너무 많이 먹지 마. 그리고 운동 좀 해.. 제발..(완벽한 사람은 없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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