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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Aug 06. 2023

혼수비용 890만 원

결혼비용 절약의 나비효과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소파와 냉장고, 식탁을 새로 구입했다

불필요한 소비에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는 막대한 지출인 셈이다.

게다가 결혼 7년 차이므로,  교체당한 제품들의 나이도 이제 만 6세 밖에 되지 않는다.




7년 전, 작은 빌라에서 전세로 시작하는 신혼이었다.

방 두 칸, 작은 화장실 그리고 부엌과 거실이 일체화된 아담한 공간이었다.


일부 지인은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후회하게 될 테니, 처음부터 '크고 좋은(=비싼)' 것들로 혼수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 조언을 따를 수 없었다.


공간과의 부조화가 가장 큰 이유였다.

예를 들면, 최신식 양문형 냉장고가 들어갈 자리는 있었지만 부엌 내 동선에 큰 간섭이 발생했다.  

(냉장고 들이자고 사람이 못 움직이면 안 되잖은가..) 평소 소식을 하는 둘의 식습관도 한몫 거들었다.

싱글이면 충분했다.  


소파, 침대, 식탁 등에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거나, 제일 싼 거'를 고른 것은 아니었다.

예산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우리 부부는 온/오프라인으로 참 많은 손품과 발품을 팔았다.

오프라인에서 수도 없이 많은 매장을 돌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모델과 디자인이나 성능이 가장 유사하거나 혹은 동일한 제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방식이었다.

(브랜드에 따라 동일한 모델을 온라인 전용으로 40~5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꼼꼼하게 따져 알뜰살뜰하게 채워진 신혼살림은 이번 이사에서 거의 대부분 중고로 재 판매했다.   


그런 식으로 당시 우리가 살림 장만에 쓴 비용은 총 890만 원이다.

심지어 여기에는 남편의 노트북 교체 비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결혼이라는 형식'에 쓰는 돈이 아까웠다.


단 하루짜리 이벤트 그리고 며칠 짜리 신혼여행에 쓰는 돈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느껴져서이다.

시간이 지나도 후회가 될 것 같은 항목들을 과감히 배제하다 보니,

예물, 예단, 스튜디오 촬영을 포함한 결혼 액자, 폐백까지 모두 생략하게 되었다.

(사실 신혼여행도 불필요하다고 느꼈는데 요건 시아버지께서 말려주셨다.ㅋ)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이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 따위는 의식하지 않았다.

대신에 그렇게 절약한 돈은 결혼식 이후의 우리 부부의 미래를 위해 저금하기로 했다.






그때 절약한 결혼비용의 나비효과는 실로 컸다.

그 돈이 없었다면 우리 부부의 삶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지도 모른다.


변화의 시작은 첫 집 장만이었다.

십여 곳의 집을 돌아본 뒤 첫눈에 반한 집을 발견했다.

내 눈에 드는 집은 다른 사람 눈에도 들게 뻔했다.

그 즉시 준비된 돈으로 계약금을 송금하고, 우리 집을 장만했다.

(결혼비용으로 돈을 다 써버렸다면 계약금을 지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내 집 장만을 한 후에 두 번째 변화가 시작됐다.

삶의 태도가 이전과는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안전하고 아늑한 내 집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샘솟았다.


그중에서도 '일을 바라보는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돈벌이 수단으로써의 '일'이 아닌 '자기만족과 성장' 그리고 '우리 부부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일까 하는 보다 '질적인' 고민을 하게 됐다.


만의 하나 생계에 지장이 생긴다 해도 일단은 '내 집'이 있으니 어떻게든 다음을 도약해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시쳇말로 '뭐도 안되면 집 담보로 뭐라도 하지 뭐~'와 같은 객기가 생겼다.


평균수명 100세 시대이다.

앞으로 최소 50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살아봐도 괜찮겠다 싶었다. '남들처럼'이 아닌 '내 맘대로'의 인생 2회 차의 막이 오른 것이다.


조급함을 내려놓으니 아주 조금씩 남편과 나의 꿈에 가까워지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동력 삼아 우리는 서로의 소중한 꿈이 이목구비를 드러낼 머지않은 미래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건,  아주 작은 결혼비용을 절약한 데서 시작된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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