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신이 간절한 스타트업 회사의 흔한 종교 모임

언론고시생의 스타트업 적응기 #11

by 지금을

우리 회사에 다양한 것은 인종뿐만이 아니었다. 매주 화요일마다 기독교인들이 함께하는 '기도 모임'과 목요일마다 직계 가족에 불교 신자가 있는 멤버들의 '불교 모임'이 있었다. 원래는 기독교인들의 기도 모임만 있었는데 그에 대항하기 위해 불교 모임이 생겨났다고 한다. 먼저 시작한만큼 초반에는 기도 모임 인원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곧 조촐하던 불교 모임의 인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기도 모임을 추월했다. 비법은 이렇다.


- 본인이 불교가 아니더라도 가족 중에 불교 신자가 있으면 들어올 수 있다.

- 불교 모임이지만 고기를 주로 먹는다.

- 불교 모임이지만 불교 이야기는 하지 않고 먹는 얘기만 한다.


반면 기도 모임은 본인이 크리스천인 경우에만 들어올 수 있었고, 밥을 먹으며 한 주 동안 힘들었던 이야기를 한 뒤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회사를 위해 기도를 하는 시간까지 가지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았다. 신입 회원이 늘지 않으니 기존의 크리스천 멤버들이 퇴사할 때마다 인원이 줄었다. 그러나 기도 모임은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독특한 영업 방식으로 소수코어 유저를 끌어오는 방식을 택했다.


STEP 1. 회사 생활을 극도로 힘들게 만든다.

STEP 2. 힘들고 지친 어린 양에게 다가가 말한다.

STEP 3. "밥 사줄 테니까 기도 모임 나올래요?"

STEP 4. 어린 양은 공짜 밥과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회원들에게 감동한다.

STEP 5. 어쩌면 교회라는 곳에 나가는 것이 인생에 좋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누가 이런 거에 넘어가냐고? 그 어린 양이 바로 나다.


물론 나도 복작복작하고 맛집만 기가 막히게 찾아다니는 불교 모임이 더 편하고 좋았다. 게다가 우리 집안은 대대로 불교라 교회와는 몹시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마케터로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위기가 찾아온다. 먹는 것으로 푸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정말 힘들었던 어느 날, 나는 홀로 다른 층 사무실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일하고 있었는데 그곳이 마침 기도 모임 장소였다. 나는 얼떨결에 그들의 모임에 끼게 되었고 그 다음 주에는 밥을 사준다는 말에 넘어가 또 참석했다.

"이 모든 것을 피할 수 없다면 내가 강해지게 도와주세요"

아마 첫날 이렇게 기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나는 간절했고 절박했고 뭐라도 잡을 것이 필요했다. 그런 내게 기도 모임은 잠시라도 따뜻한 안식처 같았다. 비록 기도 모임의 회원 수는 갈수록 줄어들어 내가 퇴사하는 것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지만 그들이 내게 준 위로는 여전히 나의 마음에 남아 있다. 정말 고마워요.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창세기 28장 1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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