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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늘 Oct 14. 2022

나의 현타 일지

2021년 5월 23일

나는 오늘 반드시 일지를 유치원생 일기만큼 짧게 쓰고 비빔면을 해 먹을 것이다. 굉장히 시무룩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무참히 까였다. 매일 확인하는 점신 어플의 오늘의 운세가 예고한 대로 작사 과제도 까이고 작가 아이템도 까였다. 온화한 작사 선생님은 다른 수강생들에겐 이 표현은 좋고, 이 부분은 감정선이 급진적일 수 있을 거 같고, 구성상 2절 가사가 인트로로 나오는 것이 낫지 않겠냐 식의 피드백을 주셨지만 내 꺼는 그냥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통으로 날아갔다. 꺄. 이상하게 쓴 거 인정.


 작가 수업 시간에는 첫 지망생 과제부터 “이 아이템은 버리세요. 다른 거 써와요.”라고 자비 없이 시작되더니 그래도 대부분 다음 단계로 통과하거나 몇 가지 부분들을 수정해서 다시 써오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내 꺼는 영화로 하든 소설로 하든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거고 제작사에도 선택되지 않을 거라며 날아갔다. 수업 외의 시간에 이 작품을 개인적으로 쓰는 건 당신의 자유지만 이건 소설이라도 잘 안 될 거라고 굳이 강하게 다시 말하는 선생님의  코를 모니터에서라도 때리고 싶었지만 대한민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럴 수 없었다.


 "재능이 없는 게 포기해야 할 이유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요."


 슬프지만 이번 주에 마침 전무송 배우님의 인터뷰를 보고 저장해놔서 다행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땐 무작정 절망하지 말고 자신을 믿어 봐요. 믿고 또 하고 또 하고 또 해봐요. 멋있는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어쩌면 나는 어릴 때 꿈꾸던 멋진 사람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한 해가 지나갈수록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가장 큰 재능은 주기적으로 오는 현타를 이기고 시간과 정성을 쓰는 것이니까. 멋진 사람은 못 되어도 멋진 추억을 가진 사람은 될 거야. 아쟈아쟈아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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