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많고 마음의 여유는 없고
비자 거절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 나는 그때까지 계속 비자신청 홈페이지를 매일 밤낮이고 들어갔다.
다시 계정 frozen되지 않도록 시간 차를 두고, 꼬박꼬박 로그아웃 버튼을 눌러가며...
이날은 약속이 있어 나와 있다가 무심코 들어가 봤는데 예약일정 캘린더가 조회가 되는 것이었다!
당장 제일 빠른 일정으로 예약했다. 그게 10월인 것이 문제... 그래도 '내년 입과는 아닐 테니 그게 어디야'라는 생각이었고,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이후 비자 재인터뷰를 대비한 추천서, 비자거절 사유 레터 등을 더 열의 있게 준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운 좋게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하게 되어 휴학과 같이 의도한 공백기를 제외하고는 공백기를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비자 덕분에 생긴 이 공백기가 당황스러웠다. 퇴사하고 직후는 8월 입과 라는 목표가 있으니까 어떻게 공부하고 놀지에 대한 고민으로 알차게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3개월이라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이 시간을 버리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했고, 일부러 일찍 일어나고, 운동하며 규칙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했다. 특히 비자가 새로 잡히기 전에는 무기한 공백기라는 느낌이 들어 (극단적이지만) 재취업을 해야 하나까지 고민했다.
그래서인지 비자 재인터뷰 일정이 잡힌 것이 나에겐 카프리썬 봉지 안에서 바라보는 구멍의 빛 같았다.
물론 이 일정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최선이었으니까 빛 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자 재인터뷰가 승인될 거라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난 플랜 B가 필요했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플랜 B를 공들여 세우며 준비했다.
이제 파워 J로서 마음이 편해진 상태가 되었으나, 맞닥뜨린 또 다른 변수가 나타났다.
11월 입과가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11월 입과 정원이 마감되어 12월 입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필 12월 입과일도 내 생일이었다ㅎ 말도 안 돼. 누가 장난치는 것 같았다.
뭐든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던 걸까... 당연함에 대한 배신감은 역시나 컸다.
그래도 플랜 B가 있었기에 마음이 비자거절 때만큼 헛헛하진 않았으나,
12월 입과 ... 난 거의 반년을 백수로 살아야 하는 건데... 이렇게 비생산적인 삶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아졌다.
늘어나는 나의 공백기간이 무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