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하고싶은데
어느날 우리아이 둘이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하는데 순간 첫째 아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누나가 집 만들어 줄게"
"…"
"누나가 해줄게"
"…나도 하고 싶은데"
해줄게....라는 말.
가끔 애아빠가 결혼하고 난 후부터 "내가 설거지 해줄게" "내가 청소해줄게" "내가 애들 봐주잖아" 등등의 말을 쓸때면 그렇게 기분이 별로더라. 알고보면 그냥 하는 말인데 나같은 엄마의 입장에서는 그게 그렇게 듣기가 싫다. 공동체 공간에서 나는 같이 일하는 맞벌이 부부임에도 저사람에게 손을 빌려야 하는 존재였던건가 싶으면서 도와줘서 고맙긴 한데. 저 단어를, 저 용어를, 저 말투를 어떻게 하면 내가 순환해서 들을 수 있을까 싶었다.
며칠전 만났던 지인부부도 은연중에 남편이 "해주잖아"라는 말을 쓰면서 그 언니가 "해주는게 아니고 하는거지"라고 커렉션, 수정을 해주더라. 우리 여자들은 그런 말 한마디에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단순한 사람인데, 그 말투가 뭐가 어렵다고... 아니면 진짜 사상자체가 다르나???
그런데 9살, 5살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저런 단어를 쓰는걸 보니. 해줄게라는 말은 어릴적 부터 쓰여온 말이었나 싶다. 저 아이가 하는 "해줄게"라는 말은 내가 하고싶어서 그냥 저게임이 하고 싶어서 상대방에게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그럼 저 남자가 설거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고 오기위해, 청소를 위한 주도권을 가지고 오기 위해 그냥 던진 말이었을까.
'82년생 김지영' 책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여자가 너무 똑똑하면 회사에서도 부담스러워 해. 지금도 봐, 학생이 얼마나 부담스러운 줄 알아" 어쩌라고? 부족하면 부족해서 안 되고 잘나면 잘나서 안되고, 그 가운데면 또 어중간해서 안 된다고 하려나? 싸움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 선배는....
그냥 여자는 어딜 가나 누구의 보살핌이 필요한 존재인가. 그냥 나약하게 있어야 하는 존재인가 근데 나약하게 있으면 나약하다고 또 소리듣는 그런존재인가. 여자들이 설 수있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선가 그런말을 들었다.
옛적부터 여자들은 배운적이 없어서 남자들만 나랏일을 큰 일을 했다보니, 지금처럼 배운 여자들이 나서는 걸 남자들이 경험한 바 없어서, 낯설다, 어렵다.
그럼 이제부터 남자들이, 남성들이 배워야할 차례아닌가. 말투부터 고쳐야 할 것 같은.
"공부하세요"
p.s.
폐미니스트 아닙니다. 그냥 살면서 이건 아니다 싶은걸 적었습니다. 남녀 구분 없이 사회평등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