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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23. 2021

알고보니 내가 '두 아들' 맘이었다

텐션 업↑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셋째도 아들


셋째를 가졌을 땐 다들 '딸이면 좋겠다. 딸 두명에 아들 하나가 진짜 최고의 조합이더라'는 말씀들을 했다. 그런데 나의 생각은 한 집안의 자식들 가운데 아들이 하나면 '남아선호' 사상이 짙게 깔린 대한민국에서 3명의 자식 가운데 자신이 유일한 아들이라면 '기고만장', '버릇없이 클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키우는 건 힘이 들더라도 아들 두명이 애들 정서상 더 낫지 않을까 싶었다. 딸은 '북한도 무서워서 쳐들어오기 무섭다는 중2병 환자'의 시기만 지나면 세상 키우기 쉽다고 하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한 걸지도 모른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쿠웨이트에서 살면서 셋째를 낳았고 셋째의 돌 시기를 보냈다. 그런데 그 옆에는 내가 아닌 스리랑카 내니(보모)가 있었다. 쿠웨이트에서는 한국에서 돈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보모를 고용할 수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 갓난아이를 또다시 밤낮없이 보살펴야한다는 현실이 너무 힘겨웠다. 그래서 내니에게 오로지 셋째를 맡겼다. 그래도 오후 6시이후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는 내품에서 자랐다.


그래도 눈 뜨고 있던 그 시간에 엄마의 부재가 컷던터라 집안일을 겸했던 그리고 (영어로 하는)말수가 적었던내니의 노력은 셋째에게 부족했다. 남들보다 커가는 성장하는 속도가 6개월 가량 늦었다. 그래도 기다렸다. 이 아이가 걸음이 늦은 이유와 엄마라는 말을 늦게 하는 '원인'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이 말이 트이지 않아 고심 중이지만 그 외에는 남들보다 더하다고 볼 수 있을정도로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 


'옹알옹알' 본인도 갑갑한지 이것저것 말하려고 하는 셋째는 요즘 텐션이 업이다. 마치 잠깐 날개를 퍼덕이며 공중을 날아오르는 닭이라고 표현해야할까. 오두방정을 떠는 모습이 딱 그렇다. 요즘 내가 사는 곳 주위로는 추운 겨울이 다가오니 어디선가 날아온 철새들이 꽥꽥 거리며 아침부터 밤낮없이 울어대고 이동하는데 그 모습 마치 나의 셋째의 모습이다. 삼삼오오 떼지어 몰려다니면서 있는 티는 다내고 시끄럽게 소리도 질러대며 온데간데 없이 어느새 또 사라지는 철새들의 삶.


첫째 아이를 낳고 세살쯔음 됐을 때 택시를 타고 어딘가를 가던 길이었다. 나와 첫째는 뒷자리에 앉았는데 첫째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왔다리갔다리 난리 부르스를 치니 택시기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저 나이때는 피가 끓어서, 너무 뜨거워서 가만히 있질 못한대요. 이해하세요"라고 하셨다. 


하... 난 10년 동안 육아중이다. 피 끓는 아이가 아직도 내 옆을 지키고 있다. 거기다 피가 한 번 끓어 본 둘째 아이까지 함께다. 이 둘이 합치면 내 세상은 저 세상. 내 정신은 놈의 정신. 맨정신으로 버티기 힘들다. 


그나마 1층에서 살아, '니들 맘대로 놀아'라며 싫은 소리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주체할 수 없는 저 체력과 흥을 감당하려면 주말에는 필수적으로 나가줘야 한다. 그게 내가 살길이다. 식당은 웬만하면 안가려고 하는데 어쩌다 가게되면 여기가 식당인지 키즈카펜지, 놀이턴지 알 수가 없게된다. 그렇게 하루종일 밖에서 놀다와도 지금 이순간 글을 쓰는 나를 가만두지 않는 아들녀석들. 롤러코스터를 태워주고 나서 소파위로 10번 정도 착륙시켜줘야 저 텐션이 진정이 된다.      


셋째가 성장속도가 평균보다 느려서 걱정만 하다가 지금보니 걱정할게 아니네...할 정도로 정말 정말 잘 커주고 있어서 기쁘긴 하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입문하는 기분이다. 


세살인데 이제 입문하냐고 물으면 답없고, 그렇습니다. 알고보니 제가 두 아들 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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