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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Oct 25. 2021

나의 루틴이 파괴되는 순간

띠로리~

아침이 됐고 눈을 떠서 아이들의 등교와 등원을 준비한다. 셋째를 태우고 자전거 라이딩을 힘차게 마무리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집청소를 하고 배고픔을 달랜다. 점심식사를 위해 나와 막내를 위한 밥과 반찬을 준비한다. 그러고 나면 부족한 집청소를 이어간다. 오후 2시 께가 되면 피곤이 몰려온다. 막내가 피곤한 날은 낮잠 재우고 그렇지 않으면 나와 함께 일과를 이어간다. 


그 사이사이 첫째는 학교를 하교하고 집에 들러 이것저것 챙긴다음 학원을 간다. 다시금 하원을 하고 학원 숙제를 하든지 학교 공부를 하든지 제 할일을 하고 또다시 학원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친구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는사이 나와 셋째는 유치원으로 둘째를 데리러 나가고 둘째를 만나 집으로 돌아온 후 저녁을 준비한다.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간신히 이것저것 요리를 하고나면 잠깐 앉아서 휴식한다. 그러다 아이들이 쉴새없이 불러대며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다시금 저녁상을 차린다. 나의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에도 이것저것 정신이 없다. 온전히 밥이라도 먹어주면 좋을텐데 그것도 아니다. 온갖 아는척을 해대고 쓸데없는 신경을 쓰면서 내정신을 흐트러뜨린다. 


알고 있기에 밥먹는 동안 나의 정신이 안드로메다에 갈것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이들의 밥상을 차리기 전에 내 밥을 후다닥 먹어치운다. 맛은 커녕, 배나 불리는 수준이랄까. 


그래도 내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어주면 너무 감사하다. 그렇지 않고 밥을 먹지 않고 놀고만 있으면 그렇게 속이 상할 수가 없다. 기언치 아이의 입에 밥을 꾸역꾸역 넣어주고 나서야 제 할일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럭나면 아이들의 목욕 시간이 시작된다. 그나마 목욕하는 동안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면서 30분 내지 1시간은 벌어주니 다시금 어지러진 집안을 정리하거나 설거지를 마칠 수 있다. 


목욕을 마친 아이들을 닦아주고 로션을 바르고 옷을 입혀주면 나의 일과는 끝인 줄 알았지? 아니다. 책을 읽어줘야한다. 적어도 5권은 읽어주고 싶은데 참 어렵다. 쉽지가 않다. 적게는 2권 많으면 5권을 읽어준다. 그러다 운이좋은 날은 아이들이 책읽다가 내옆에서 스르르 잠이 든다.


그럼 온전히 나의 저녁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그런일은 1년에 많으면 30일이나 될려나. 책읽고 나서 유트브나 게임을 하기 위해 감기는 눈을 억지로 떠보고 잠이오는 자신을 일부로 움직이며 게임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다. 


자신이 하고자하는 게임 또는 유트브 시청을 마치고 나면 꽁냥꽁냥 뭐라하면서 잠이든다. 그리고 나도 잠이든다. 나 자신도 애들을 재우고 내 시간을 갖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했지만 매일같이 잠이든다. 눈을 뜨면 아침이다. 


이런 나의 일과가, 나의 루틴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무미건조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저런 루틴이 잘 지켜지면 너무 땡큐다. 저런 루틴을 지키는 가운데 약간의 변화가 있다면 그것을 제대로 감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 따른다.


하루하루가 왜이리 바쁠까. 예전에는 회사에서 보여줘야하는 나의 일적인 결과를 리드미컬하게 드러내야 했는데 지금은 나의 성과가 아이들이라 그런지 매우 더디고 극명하게 티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이건 마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되짚어가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전문가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지금은 바로바로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티가 나지 않는 루틴이 지루할 지라도 그게 깨지는 순간 나의 힘겨움은 더해진다. 이 루틴이 쉬워보이지만 굉장히 어려운 것이란 걸 안다. 그리고 이 루틴을 지키는 것은 지겨움이 아닌 즐거움이란 것을 깨닫는다. 


온전히 아이들의 교육과 양육을 책임지기로 마음먹었으니 이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그 루틴이 깨지지 않고 바르게 나아가고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나의 루틴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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