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심야서재 미션4일차: 갑자기, 돈 100만 원이 생긴다면?
♬응애응애응애응애~
2019년3월22일 오전10시45분(쿠웨이트 현지시간)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손가락 각각 다섯개에 눈코입이 얼굴에 제대로 붙어있는 내아이...탯줄도 채 자르지 못한 내 아이를 안고 정신없이 산부인과로 향하는 앰뷸런스 안에서 10여 분간 나는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전 내내 응급실에 있던 산모아니야?" "왜 갑자기 앰뷸런스를 타고 들어오는 거지?"
"아이는 몇시에 나온거죠?" "산모 상태는, 아이상태는 어떤가요?"
"대단한 일을 해냈네요" "무슨일이 있었던 거에요??
"이제 걱정하지 말고 있어요 저희가 마무리할게요"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시작된 진통은 22일 오전 1시부터 시작했다. 오전 7시가 되면서 진통이 심해졌고 나는 누워서 힘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노므 국립병원은 자궁문이 4센치가 열려야 입원을 시켜준다며 병원 안으로 들여다보내주지 않았다. 3~4시간 간격으로 의사를 만나 몸 상태를 체크했지만 대체로 응급실의 특성상 처음 만났던 의사를 다시 만나기는 하늘에 별따기였다. 3~4시간 마다 초진이 이뤄졌따. 진통때문에 정신을 못차리겠는 나에게 의사들은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질문을 반복해서 물었다.
"약알레르기있어?" "몇번째 애야?" "자연분만이었어?"
성심성의껏 대답했던 나도 3~4번 반복이 되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세번째 아이이기 때문에 자궁문이 빨리 열릴것같다는 나의 말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자궁문이 지금 2센치밖에 안열렸으니 밖에 나가 좀 걷고 오든지 운동을 하고 오든지 하세요"
내눈에 보이는 놀고있는 침대들 중 나를 위해 허락된 침대가 없다는게 너무 슬펐다. 그렇다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힘을 주고 싶진않았다. 그렇게 나는 인생 최대의 선택을 하게됐다.
"집으로 가자~"
애기아빠와 아이들은 새벽부터 잠도 설치며 엄마 출산을 기대했건만 '집에가자'는 소리에 울면서 집으로 기어갔다. 병원과 집의 거리는 차를 타고 30분이나 걸리는 가깝지 않은 거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으로 가는게 아니었는데 왜그랬는지 나의 결정에 의문이 든다. 집에 힘겹게 도착해서 침대에 누우니 정말 너무 편했다. 그런데 갑자기 몰아치는 진통. 두명의 아이를 낳은 경험을 바탕으로 배를 조여오는 진통에 맞춰 똥꼬에 힘을 미친듯이 주기시작했다.
"아....아이가 나오려고한다"
남편은 119를 불렀다. 만약에 위급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미리미리 연습한 덕분에 아이아빠는 나의 외침에 차분히 대응하며 엠뷸런스를 부르기 시작했다. 전화한 지 10분이 채 지나기 전에 기적같이 앰뷸런스가 도착했다. 느리디느린 쿠웨이트에서 앰뷸런스가 이렇게 일찍 도착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는 생각이 머리속을 멤돌았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힘 주지말라며 병원가서 애낳으라는 아이들아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나올 준비가 다 끝났고 나의 힘 한방이면 금방이라도 나올것 같았다.
내가 입던 레깅스를 살며시 내려서 힘을 뽝~ 주니 아이의 머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의 아빠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다시 레깅스를 입히기 시작했다. 그러지말라며~ 아이를 다시 집어넣으려고 했다.
"아이 받아~ 아이 받아~"
나의 외침에 남편은 어쩔지 몰라하며 일단 아이를 받았다. 투명한 막이 아이의 얼굴을 뒤집고 있었다. 탯줄이 목에 감겨있어서 풀어주었다. 너무 무서웠다. 그리고 아이는 신나게 울어댔다. 아이의 울음을 듣는 순간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 깨끗한 천을 찾아 아이를 싸매고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그렇게 기다렸다.
쿠웨이트에서도 출산을 하기 위한 과정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아이와 여성에 대한 존중의식이 굉장히 높고 관련된 의료기술들이 수준급이라고 짐작된다. 실제로도 인구대비 쿠웨이트 출생률이 대한민국보다 더 높다. 수치는 여기서 확인가능(시간을 들여 조사해보고 수치를 넣어줘야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여튼 여기 UN에서 정리해둔 Global population에 대한 자료를 잘 보면 나온다... https://population.un.org/wpp/Download/Standard/Population/)
나의 경험에 의하면 도시 국가인 쿠웨이트는 △Salawa △Mubarak 등 몇개의 주로 나뉘어 있다. 해당 주에는 국립병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쉽게 분류하면 1차병원, 2차병원, 3차병원으로 나뉜다. 가벼운 감기증상, 고열 등의 중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1차병원, 수술이 동반되는 질병을 가진 환자를 보는 2차병원, 그리고 종합병원과 같은 3차병원이 있다.
국립병원에서 청구되는 진료비는 쿠웨이트 돈 2KD(한화 약 8000원)에서 100KD(40만원) 등 까지 이 안에서 해결된다. 질병의 종류에 따라 진료비는 올라갈 수 있다. 감기로 인한 진료가 이뤄질 경우에는 2KD만 내면 진찰은 물론 약까지 조제해 준다. (의료분리가 이뤄지지 않음)
쿠웨이트 도착 당시 임신 5개월(?, 이쯤이었을 듯) 차에 접어든 나는 1차병원의 산부인과을 방문했다. 의사들은 대부분 이집트, 인도 출신이 많고 가끔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출신도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임당검사, 피검사 등등 모든과정이 비슷하게 이뤄졌다. 진료비도 한국병원의 진료비보다 저렴하거나 무료였다. 하지만 초음파는 고가기술로 들어가는지 매우 비쌌고 1차 국립병원에서는 할 수가 없었다. 정기적으로 사립병원에 들러 20~30KD(8만원~12만원)가량의 돈을 들여 아이 상태를 점검해야했다.
그리고 출산하기 위해서는 3차 병원을 찾아야 한다. 나의 경우엔 Maternity Hospital( Al Sabah Area Maternity Hospital - Al Sabah Area Maternity Hospital/ https://www.google.com/maps/place/Al+Sabah+Area+Maternity+Hospital/@29.3285313,47.8922521,17z/data=!3m1!4b1!4m5!3m4!1s0x3fcf8fdae083fcc3:0x9ee8e444631d5462!8m2!3d29.3285313!4d47.8944408
)이라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무엇보다 좋았던건 다른 외과진료를 위해 방문한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오로지 출산과 소아를 위한 전문병원이었다. 출산비용도 그닥 많이 들지 않는다. 최대 2박3일 입원이 가능하고 총 50kd(한화 19만원) 가량 든다. 몇년 전까지는 2kd(한화 8000원)로 출산이 가능했는데 오른 가격이라고 한다.
나는 앰뷸런스에서 아이를 출산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아이의 건강상태를 검사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해주었다. 정상적인 출산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에서 며칠간 아이의 상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다양한 검사(청각, 시각 등)도 이뤄졌다. 모든게 공짜였지만 유료인 검사도 종종 있었다. 다행히 아이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었고 산모도 건강했기에 3일 만에 퇴원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하루 더 병원에 머물렀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국립병원이지만 아쉬운 점은 입원 내내 나오는 음식이 쿠웨이트 음식이라는 것과 출산 당시 바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일의 처리 속도가 한국에 비해 턱없이 느리다는 점.
쿠웨이트에서 한국인들을 포함해 쿠웨이트인들은 대체로 사립병원에서 출산을 한다.(모두 다는 아니다) 사립병원의 진료비는 국립병원의 5배가 넘는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Hayatt Hospital이 매우 안전하고 수준급의 의료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병원 내부의 시스템도 매우 고급스럽다고도 한다. 대체로 여기서 출산을 많이 하는데 출산비용은 국립병원 출산비용 50KD 대비 약 15배 내지 20배다. 대체로 한화 400만원~600만원이 든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2017년 기준 출산비용이 (입원비 빼고) 50만원인 것에 비하면 400~600만원의 돈은 나에게 사치로 느껴졌다. 그래서 국립병원에서 출산하기로 결심했고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미리 3차 국립병원을 시찰하며 예행연습을 해왔다.
비록...결과적으론 앰뷸런스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무사히 출산을 마쳤고 타지의 산부인과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짜여져 있는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내통장에는 300만원이 찍혔다. 남편은 내게 고생했다면 300만원을 나의 통장에 입금시켰다. 사립병원에 가지 않은 조건으로 300만원의 위로금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그날의 고생. 그리고 타지에서 혼자 의학용어를 영어로 들어가며 각종 진찰과 검사를 받고 무사히 셋째를 낳은 나에게 무한한 격려와 박수 그리고 위로를 주고 싶다. 그래서 틈틈히 생기는 돈과 갑자기 생긴 100만원은 그날의 내게 보내주고 싶다. 고생했다고♡
그리고 쿠웨이트 국립병원 의료수준 괜찮으니 아프거나 출산할 경우 추천한다. (셋째 요로감염걸려서 2차 병원 입원했었는데 그때도 만족!! 단, 중증 또는 위험한 수술의 경우는 열외로 한다. 경험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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