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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떨림 Jul 22. 2021

나비의 날갯짓으로 '혼돈에 빠진 안탈리아 여행'

나비효과

"우리 집엔 돌아갈 수 있을까?"

"집에가고 싶어. 엄마~ 우리 지금 어디가는거야?"


즐거워야 할 여행이 공포로 변하는건 어쩌면 처음부터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일부로 모른척, 외면했을뿐. 그 불길한 징조는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느껴졌다. 우리 가족은 밤새 열린 할로윈파티를 뒤로하고 눈도 부치지 못한채 공항으로 나섰다. 남편은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아픈 남편과 달리 나와 아이들은 정말 신이났었다.


2019년10월25일 오전8~9시께(쿠웨이트 현지시간/쿠웨이트 거주중) 이륙할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우리가족은 새벽 4시쯤 집을 나섰다. 앞서 비행기를 놓쳐본 이력이 있던 터라 누구보다도 일찍 공항에 도착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쿠웨이트 국제공항에서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해 4~5시간 경유한 후 우리의 목적지 안탈리아로 향했다. 안탈리아는 중동에서 가까운 휴양지 중 으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 (비행기 타고 4~5시간 걸리는) 필리핀이 휴양지로 인기 있듯이. 특히 지중해 끝자락에 위치한 안탈리아는 고대 국가에서 남겨놓은 흔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많은 관계로 역사 명소를 둘러보기 보다는 자연 감상을 위주로 관광했다.  


공항에서 15km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았다. 예스럽고 고풍스러운 걸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해 안탈리아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Antalya Old Town에 숙소를 잡았다.

안탈리아 Old Town에 위치한 호텔 by 나떨림


운치가 느껴지는 숙소는 지어진지 40년은 더 돼 보였다. 주요 소재가 목재인 호텔은 삐그덕 거리는 소리가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져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바닥이 무너지는 일은 없길 바랬다. 식구가 많은 탓에 제일 꼭대기층에 위치한 넓은 곳으로 예약했다. 조리가 가능하지 않았지만 가볍게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주방이 있는 방으로 유일했다.


호텔이 주는 아늑함과 포근함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것 같이 아름다웠다. 일상에서 벗어나 시 한편 써도 될 만큼 정적인 분위기였다. 무엇보다 1년 만에 영접한 (쿠웨이트는 술을 허락하지 않는다) 맥주님과 함께하니 더할나위 없었다.


여기까지 참 좋았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남편의 회사 업무로 안타깝게도 아이들과 나만 명소를 둘러봐야했다. 셋째가 7개월, 둘째가 26개월 그리고 첫째가 한국나이 7살. 유모차를 끌고 밖으로 나가 명소를 한바퀴 돌고 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들어와 맥주만 마셨다. 하....이 기억밖에 없다.


Old City 곳곳에는 식당과 카페가 많다. by 나떨림


다음날엔 남편과 함께 다섯식구가 명소 구석구석을 구경했다. 마리나 항구도 있었고 지중해도 보였다. 로마제국 때 지어진 타워도 있었고 해수욕장도 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지중해의 모습. 올드시티와 지중해가 맞땋은 곳에 자리한 타워(이름이 기억나지가 않는다). by 나떨림


그러다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잠이든 둘째가 초저녁부터 이상한 조짐을 보였다. 그의 머리가 뜨거웠다. OMG.


다음날 숙소로 이동하기 전 약간의 시간을 내어 시내에 위치한 병원을 들렀다. 병원에서 진찰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약국에는 문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섰다. 다음날이 휴일이어서 약타는 사람이 많다는데 도대체 무슨 줄이 이렇게 길어야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터키의 이상한 풍경이었다. 마음씨 착한 안탈리아 주민이 나에게 자기자리를 내주었다. 너무 감사했다.(하늘이시여~)

안탈리아 신시가지에 위치한 병원에서 둘째가 진료를 받았다. by 나떨림


무사히 둘째 진료를 마치고. 안탈리아의 파라다이스인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향해 떠났다. 웬만한 리조트들이 모여있고 워터파크, 골프장, 댄스의 장 등이 즐비해 라스베가스 못지 않은 유흥의 성지라고 불려도 아깝지 않았다.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자 셋째가 이상함을 느꼈다. "오빠야~야도 열이난다" 우리부부는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다행히 리조트에 의사가 있었고 약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둘째 아이 약을 먹였을 것이다. 하루는 맥주를 마시며 숙소에서 푸욱 쉬고 다음날 워터파크로 향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신난사람은 없었다. 그나마 첫째가 신이났지만 그것도 잠시 뽀죡한 무엇인가에 걸려 발바닥이 찢어져버려 물 속은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울며겨자먹기'로 대충 리조트를 구경하고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 다섯식구 중 그 누구도 해변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시간 정도 멍을 때린것 같다. 우리 모두는 너나할 것 없이 리조트 숙소로 들어가 맥주를 마시고 뷔폐를 즐기고 오락실(?)에 가서 놀았다.


안탈리아 라라해변 근처에 모여있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들 전경과 라라비치의 모습. by 나떨림


"집에 가자" 

다음날 우리는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이 그리운 마음을 안고 공항으로 나섰다. 불길한 조짐은 끝나지 않았다. "설마 비행기가 연착되진 않겠지..." 그런데 연착됐다.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안탈리아에서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 했을 땐 쿠웨이트 행 비행기가 이미 떠나고 없었다. 해당 항공사는 비행기 연착으로 인해 하룻밤을 이스탄불에서 보낼 수 있는 호텔을 제공했다.


"우리 집에 갈 수 있을까?" 아이들은 몸은 힘들었지만 금새 잊고 또 새로운 호텔을 구경하니라 정신이 없었다.

"집으로 무사히 도착해야 집에 왔구나 하는거야. 우리가 집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몰라...(남편왈)"


이스탄불 공항에서 공항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내내 이 혼돈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바랬다. 울고싶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지금 딱 나의 처지가 그랬다.


"나비의 날갯짓하나로 나의 여행은 혼돈속에 빠졌구나"


"그래도...조...조....좋아....았다......여행이니깐"


※나비효과(Butterflt Effect)란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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