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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가루인형 Jun 03. 2020

중1 잠에서 깨어 지금까지 꿈이었다고 깨닫는다면...

1초가 아까운 나의 시간

며칠 전 한 실종 여성을 다룬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았다.

고3 여학생이 버스정류장 인근에서 실종되었는데 알고 보니 20살의 여성이 자신의 신분과 나이를 속이고 보육원에 들어가 3년의 시간을 다시 보냈다가 실종으로 둔갑하고 원래의 살던 곳으로 돌아간 사건이었다.


그녀는 왜 17살로 돌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3년 뒤 다시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프로그램에서는 학교 과정이 이미 다 배운 내용이고 우등생 소리를 들으니 좋았을 것이라 한다. 하지만 고3이 되니 내용이 어려워지고 수능을 위한 본인 확인 절차가 복잡해져 가짜 인생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나는 성장 과정이 고달팠기에 과거로 돌아간다면 잘할 수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어제보다 오늘이 좋았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앞이 뿌옇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지 육아로 잃어버린 내 시간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지 계속 생각한다.


남들도 그렇게 사는 인생 뭐 얼마나 아깝다고 그러느냐. 유난이다. 할 수도 있으나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 조차 내 것이기에 그러하다.


여느 게임에서 하트를 나눠갖는 것처럼 시간을 나눠가질 수는 없으니. 그렇다고 24시간을 쪼개어 생활하다 보면 한 달도 안되어 몸과 멘털이 고장 나고 만다.

이건 정말로 20대와의 큰 차이이다.


내 아까운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면서도 육아에 지쳐 멍 때림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진행된다. 그러다 갑자기 사회에서 잉여인간이 된 느낌을 받는다. 아기를 곤히 쳐다보면서 20대에 결혼했다면 지금 40대인 내가 인생을 즐기면서 내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지냈을까. 라며 질문을 던진다.


지나가는 시간을 잡는 갈퀴라도 있다면 중1로 돌아가 부스스 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지금까지 살아온 것들이 전부 꿈이었구나. 생각했으면 좋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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