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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가루인형 Nov 19. 2020

백수의 기준선

이젠 정말 회사 다니는 것은 기대도 못할 일.

 놀이터에서 아이랑 놀다가 5미터도 더 떨어진 거리에서도 이것도 직업병이라고 삼삼오오 모여서 아이의 학원이나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하는 엄마들의 대화가 들린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아... 그거 아니에요. 어머님. 그건 그런데.. 이러고 저러고' 라며 속으로 중얼거리게 된다. 


직접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가 교재 기획할 때 어떤 부분들은 정말 잘못 했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아. 그때 돈이 들어도 더 밀고 갔어야 했었네.' 또는 '이런 것을 좀더 기획해서 제출해 볼 걸.'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든다. 


예전 같았으면 워드나 파워포인트를 켜놓고 기획안을 작성했겠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에서 게을러 진건지 귀찮아 진건지 아니면 배가 불러 간절함이 없는건지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냥 잊혀 간다. 


아이디어 공책도 퇴사 후 집 안 내 책상 위에 방치된지 몇 년되었다. 


해외 현지 영어 교재를 기획, 개발하는게 내 이전 직업이다 보니 클래식 악보 회사를 운영하는 오빠가 해외 채널을 뚫고 싶다고 도와달라 요청이 왔었다. 뿌리치지 못하고 나도 비지니스 영어나 일하는 감을 잃지 않기 위해 화상회의, 기획안 작성, 사이트 소개서, 이메일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소정의 금액을 받고 일하기에 그 돈으로 남편에게 눈치보여 쓰지 못한 것에 소비를 한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백수, 경단녀라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 무급으로 육아를 하면서 해야 할 일을 매일매일 지워나가며 뭐 또 할 것이 없을까 기웃거리다가 그냥 마무리되는 일상이 헛헛한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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