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ㅁㅇㅈ Sep 08. 2019

생애 가장 긴 빙고 게임을 시작했다

올해 1월, 네 명의 친구들과 색다른 빙고 게임을 했다. 총 아홉 개의 칸을 만들고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 고치고 싶은 습관들로 채우는 것이다. ‘재밌게 살기’ ‘운동 열심히 하기’ 이런 목표들은 추상적이니까 구체적으로 쓰기로 했다. 이를테면 ‘혼자 1박 2일 여행하기’ ‘주 2회 3개월 요가하기’처럼 확인 가능한 일들로.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아홉 칸 중 다섯 개는 직접 채우고, 나머지 네 칸은 각자 한 명씩 빙고판의 주인에게 권하고 싶은 일이나 고치면 좋을 부분들을 적자고 했다. 그렇게 되면 나의 다섯 가지 해야 할 일과 네 명의 친구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생애 가장 긴 빙고 게임을 시작했다. 올해가 지나기 전까지 쓰리 빙고를 외친 사람에게는 십만 원씩 총 40만 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원래 빙고 게임에선 가장 먼저 빙고를 외친 사람이 이기게 된다. 근데 우리는 누가 가장 빠르게 해내냐 보다 모두가 함께 해내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누군가 칸을 지웠다고 할 때마다 조급해지긴 하겠지만,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줄 거라 믿었다.


현재까지 내가 지워낸 칸은 세 개, 그중 하나는 ‘브런치에 글 10편 이상 발행하기’였다. 한 달에 한 편씩 쓰면 10월, 겨울이 오기 전까진 이 칸을 지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8월이 다 가기도 전에 지워냈다. 그리고 동시에 빙고 하나를 놓쳤다. 친구 한 놈이 ‘8월까지 복근 만들어서 바디 프로필 찍기’를 적어주어서. 한참 운동에 빠져있는 나에게 기름을 부었지만, 끝내 기름칠할 몸은 만들지 못했다.



벌써 9월 첫 주도 지났다. 이제 달력을 네 장만 넘기면 빙고 게임은 끝이 난다. 이 게임을 시작했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는 재밌겠다 말하고, 누군가는 피곤하게 산다고 말했다. 그렇다. 그런데 내가 이 빙고 게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아마 글 5편, 아니 첫 글도 미루고 미루다 발행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쉽지 않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이렇게 한 칸씩 마땅히 지워나갈 것이다. 결국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삶을 이룰 테니까.

작가의 이전글 모든 픽션은 자전적이다, 논픽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