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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ㅇㅈ Jan 01. 2020

2020년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닐 줄 알았다

2019년에 해낸 일과 못 해낸 일

친구들과 시작한 2019년 빙고 게임이 끝났다. 학창시절 숫자와 동물, 연예인으로만 채워봤던 빙고판을 신년 목표, 고치고 싶은 습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로 세로 세 칸씩 총 아홉 개의 to-do list로 채웠다. 그리고 2019년이 끝나기 전 쓰리 빙고를 외친 사람에게는 십만 원씩 상금을 주기로 했다. 원래 빙고 게임이라면 가장 먼저 빙고를 외치는 사람이 이기지만, 우리는 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해서 쓰리 빙고를 해내는 모두에게 상금을 주기로 했는데 장기전일수록 꾸준함이 중요했다. 초기엔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임했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게임 중이라는 것을 잊을 때마다 누군가 칸 하나를 지웠다는 연락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나의 아홉 개 칸 중에서 가장 먼저 지웠던 것은 '브런치에 글 10개 발행하기'였다. 오래전부터 글을 써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달에 한 개씩만 써보자는 마음으로 2019년 한 해동안 열다섯 개의 글을 발행했다. 시작이 어려웠을 뿐, 2월에 첫 글을 발행하고선 8월에 열 번째 글을 발행하면서 이 칸을 지울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지워낸 칸은 '요리 배워서 지인에게 2가지 이상 음식 대접하기'였다. 언젠가부터 프랑스 요리를 배워보고 싶었는데, 한식에선 보기 어려운 재료들로 선보이는 요리가 새롭고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리를 배우는 스튜디오가 정갈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그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만 같았다. 이때만 해도 낯선 공간에서 낯선 요리를 배우며 행복해하는 나를 상상했는데, 이 칸을 지울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빠져 있었다. 예쁜 스튜디오에서의 프랑스 요리가 아닌, 집에서 한식을 배우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도 우리 엄마에게 말이다. 수업 신청까지 며칠 안 남기고 프랑스 요리를 배우기로 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가 엄마로부터 등짝 스매싱과 같은 말을 들었다.


"아직 한식도 다 할 줄 모르면서 무슨 프랑스 요리야?" 사실 할 말이 없었다. 엄마는 20년간 전업주부셨다가, 꽤 오랫동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하셨다. 웬만한 한식 요리에서부터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보면 다음날 같은 비주얼로 식탁에 짠-하고 내어주셨다. 그래서 이끌리듯 엄마에게 한식을 제대로 배워보기로 했고, 칼 잡는 법에서부터 재료 하나하나를 직접 손질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3월부터 40여가지에 달하는 요리를 배웠다. 그리고 2019년 마지막 주엔 엄마, 아빠를 위한 한 상을 차려 드렸다. 대접 메뉴로는 첫 요리였던 부대찌개와 시금치와 당근이 들어간 계란말이 그리고 직접 튀긴 돈가스였다. 동생과 재료 손질하랴, 불 확인하랴 한시도 쉴 수 없이 바빴지만 한 상 가득 차려진 식탁만 봐도, 흐뭇해하는 부모님의 얼굴만 봐도 배가 불렀다.



그래서 쓰리 빙고를 했느냐고? 결과부터 말하지만 끝내 하지 못했다. 그것도 아주 아쉽게 말이다. 투 빙고에 이어 쓰리 빙고를 한번에 만들 수 있었던 하나의 칸이 끝내 축이 돼주질 못하고 끝나버렸다. 지우지 못한 이 칸은 곧 친구들과 만들 2020년 빙고판에 가장 먼저 꾹꾹 써내려 갈 것이다.


2019년과 2020년. 고작 일 년 차이인데 앞자리가 1에서 2로 바뀌니 사뭇 다른 느낌이다. 2010년부터 2019년이 파노라마처럼 훅 지나가더니 10년이 통째로 먼 우주로 떠난 기분이랄까. 어릴 적 2020년 주제로 그림 그리기, 글짓기를 했던 기억도 떠오른다. 꽤 머나먼 미래로만 생각했는데 이젠 정말로 현실이 되어버렸다. 2020년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로봇이 사람 대신 일을 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는데 반은 이뤄졌고 반은 현재 진행 중이다. 내 빙고판처럼 말이다. 목표를 이뤘거나 이루지 못했더라도 끝난 게 아니라 다음을 바라보면 되었다. 해낸 건 이뤄서 행복하고, 해내지 못한 건 다음이 있으니 계속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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