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가기 위해 죽지 않고 산다고?

당신이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by ㅁㅇㅈ

한 20대 소방관이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를 봤다. 그 아래에는 이런 댓글이 쓰여 있었다.

“힘들면 쉬면 될 것을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 댓글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싫어요'를 눌러 버렸다.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일이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더라도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고 늘 생각해왔는데,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본인 잣대로 판단해버린 것 같아서 이번만큼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에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적어도 경험하지 못한 인생만큼은 한 번 더 헤아릴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람의 삶조차 완전하게 이해하기란 어려운데, 누군가의 인생에서 행복이든 고통이든 어느 하나의 깊이도 알 수 없다면 우리는 그 크기 또한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 소중한 인생을 놓아버릴 정도로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는 독자들에게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고 물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쩌면 이 질문은 그 까닭이 무엇일지 떠오르게 할 것입니다.

- 인터뷰이: 이런 질문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사람
- 질문: 당신이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별안간 꿈을 꿨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후배 J가 나왔는데, 본인 이상형을 만났다며 털어놓는데 이상하게도 J의 눈빛은 영 서글퍼 보였다. 진짜 현실은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내 꿈도 깨버렸고 현실로 돌아왔다. '이상한 꿈이네' 하면서 화장실을 가고 싶어 몸을 일으켜 나왔는데, 손톱 쪽 작은 상처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J와 오랜만이자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을 때, 딱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에서 빠져나와 겨우 살아난 듯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순탄하지 않은 삶 속에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J에게 물었다.


네가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뭐야?


오래 알고 지낸 사이더라도 쉽지 않은 질문인 걸 알기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대답은 진짜 간단해"라는 말이 돌아왔다.


"애기 때부터 갖고 있던 생각인데 억울해서 못 죽을 거 같아. 세상에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아직 못 해본 것도 너무 많아서 다 하고서 죽고 싶어."


과연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찾던 아이다. 언젠가 밤중에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가면서도 본인은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끝나면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더랬다. ‘죽지 않고 사는 이유’라고 하니, 어떻게 보면 '왜 안 죽고 여태 살아있는지'를 물어보는 것 같아 무섭다고도 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그에 따른 이유를 묻는 건 보통의 일인데, '삶'이나 '인생'을 연결 짓는 순간, 그 무게나 공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모두가 알고 있듯 우리는 태어나서 언젠가 죽는다. 의도치 않게 태어났지만, 사람마다 사는 이유가 다르고 인생에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건 다를 것이다. 그에게 삶을 이어가려는 이유와 살아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는지 물었다.


J는 솔직하게 "최근에는 살아있다고 느끼거나 내일이 기대됐던 적이 없다"라고 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몸에 이상신호가 와서 병원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내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다행히 큰 병은 아니었지만, 그는 분명 무리를 하고 있었다.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을 오가면서도 주중엔 회사를 다니며 주말엔 카페까지 운영하느라 1년째 매일 3~4 시간 정도만 잔다고 했다.


죽지 않고 사는 이유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해 본 것도 너무 많아서'라면서 실상, 그의 삶은 ‘일’이 전부였다. 하고 싶었던 걸 하고 있는 건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하는 건지 물었다.

"음.. 절반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현실이랑 약간 타협한 관계인 거지."

현실과 타협해서라도 미래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내 목표는 우주를 가는 거야. 초등학생 같지?"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이야기를 나누다 진짜 안드로메다행이라니. J는 농담이 아니라 진짜 우주에 가고 싶다면서, "새로운 걸 탐험할 때 제일 많이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죽기 전에 우주를 가는 게 진짜 꿈"이라고 덧붙였다.


최종 목표인 '우주'에 가기 위해서, 단기로는 본인만의 사업을 구축해서 투자를 받고,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는 것을 중기 목표로 잡았다고 했다. 전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다 보니 잠시 우주까지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모두가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이유로 삶을 살겠지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행복'과 맞닿아 있다. 누군가 "그럼 행복하지 않으면 살 이유가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 J의 삶이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끼면서도, 지나친 일의 연속선상에서 지나쳐버린 '행복'들이 많을 것 같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고 말했지만, 살아있다고 느끼거나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건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 아닐까. 이 생각 또한 어쩌면 그의 부족할 것 없는 삶에 개인적인 잣대를 내민 걸 수도 있겠다.


J가 꼭 우주를 가기 위해서만 삶을 살아 내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리는 꿈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모습을 보니 지난밤 꿈속에서 서글펐던 그 모습이야말로 진짜 한낱 꿈이었던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여기에 담긴 글들은 2018년 11월 한 달 동안 매일 질문을 정해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당시엔 다른 사람을 인터뷰해 프로젝트를 함께한 이들과 나누었고, 이 글은 다시금 죽지 않고 사는 이유를 생각해보면서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을 새로 인터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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