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매일 영어 공부를 하신다. 아침에 일어나 복습하시고 오후부터 저녁까진 강의를 들으시는데 사실 전에 이미 배웠던 부분을 또 듣고 또 공부하시는 거다. 재택 근무를 하면서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늘었는데 점심을 맛나게 먹고 물었다.
"엄마 오늘은 몇 시에 비켜 드릴까요?"
엄마와 나는 책상을 나눠 쓴다. 컴퓨터 책상이 엄마 공부 책상이자 내 업무 책상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대답하셨다.
"전과동."
난 한 번에 못 알아듣고 다시 되물었다.
"네? 언제 나올까요?"
"항상 같은 시간이지, 뭘 물어."
"아.. 전과 동일하게? 힝 별다줄."
예상치 못한 엄마의 줄임말에 나도 모르게 붙인 말이었다. 그러자 이번에 엄마가 되물으셨다.
"별다줄?"
"네. 별다줄."
"별도 달도 따줄 거라고?"
엄마의 대답에 퍽 그럴싸해서 웃고 말았다.
"아니 엄마가 말씀하신 맥락 하고는 맞지 않잖아요. 상황에 어울리는 표현으로 생각해보셔야죠."
그제야 엄마는 "아, 별걸 다 줄인다고?"라고 되물었다. 그리고 덧붙이셨다.
"나는 또, 네가 별도 달도 따줄 수 있다는 건 줄 알았지."
딸과 이야기한다고 별걸 다 줄이는 엄마의 눈에, 난 별도 달도 따주고 싶은 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