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다른 날과 같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 중이었다. 교정 없이도 치아가 고른 건 타고난 복이지만, 잇몸이 약해서 너무 딱딱하거나 질긴 건 잘 씹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생선 중에서도 가자미를 좋아하게 됐다. 너무 딱딱하거나 질긴 생선이 어디있겠냐마는, 하루는 엄마께서 가자미 요리를 식탁에 내어 주셨는데 그만, 그 보드라운 식감에 반해 버렸다. 그래서 살면서 몇 십배는 더 많이 먹어본 고등어, 삼치, 임연수는 몇 번을 봐도 어떤 생선인지 헷갈렸는데 가자미는 한눈에 알아봤다. 이날도 식탁에 하얀 빛깔의 고운 가자미가 올라왔다.
“어! 이거 가자미죠? 맛있겠다.”
저번에 처음 먹었을 때 식감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고, 한 입 먹어보고는 역시 부드럽고 맛있다며 가자미에 대한 칭찬을 잔뜩 늘어놓았다. 동생도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는 그 모습에 흐뭇해하고 계셨는데 아빠만 묵묵히 밥을 뜨고 계셨다. 그러다 잠시 후 아빠가 말씀하셨다.
“이거 도미야?”
나는 가자미만 알아보고 다른 생선도 있었던가 하고 엄마를 쳐다봤는데, 엄마의 눈썹이 아빠를 나무라고 있었다.
“아니, 가자미라고 했잖아요. 딸들이 맛있다고 금방 이야기했는데 안 듣고 뭐했어요. 난 또 당신 입맛엔 별로인 줄 알았더니.”
엄마는 토라진 얼굴을 하고는 애꿎은 밥그릇을 벅벅 긁으셨다. 그러곤 번뜩 생각나신 게 있었는지, 동생에게 남자친구의 부모님에 대해 물으셨다.
“ㅇㅇ 어머님은 나보다 한 살 많으시고, 아버님은 아빠랑 같고 그렇지?”
“네네, 맞을 거예요.”
일전에 엄마가 동생 남자친구에게 직접 물어본 적이 있던 터라, 엄마는 기억하신 것을 되새김질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아빠는 잠자코 있으시나 했는데 입을 여셨다.
“솔이 남자친구 부모님은 우리와 같은 연배신가?”
난 그만 빵 터져버렸다. 동생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나와 같이 크게 웃어버렸는데 엄마만 얼굴이 빨개져선 가슴을 탕탕 치셨다.
“한번만 그러면 그런데, 아빠 삶이 계속 그래와서 가슴속까지 막 열불이 나, 그냥.”
“에이, 엄마! 그래도 아빠만 한 아빠 없어요”
딸들에겐 주말마다 발바닥 마사지를 해주시며 아침을 열어주는, 그런 세상에 둘도 없는 다정한 아빠라서, 아빠의 보호막이 되어드리는 수밖에 없다. 엄마는 그런 딸들에게 “이만한 아빠 없으면 결혼할 때 아빠도 데려가라”며 농담인 듯 진담처럼 건네신다. 그럼 우리도 지지 않고 말한다.
“에이, 그럼 이 큰 집에서 엄마 혼자 어떻게 살아요. 우리도 짝 만나면 알콩달콩 살고, 우리 나가고 나면 엄마도 엄마 짝이랑 알콩달콩 사셔야죠.”
엄마는 눈대중으로 집을 한번 재어보시더니, 못 이긴 척 남은 밥을 달게 드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