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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ㅇㅈ Oct 24. 2021

오빠에게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흑백논리 싫어합니다만,

회사에서 한 달 동안 매일 질문을 정해 인터뷰를 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본래 흑백논리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예 아니요”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은 가급적 하지 않는 편이었다. 대답이 그만큼 명쾌하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포괄적으로 물어보는 편이 질문도 대답도 더 쉬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부득이하게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질문을 던져야 했다. 아이들의 최대의 난제를 어른에게 물었다.


- 인터뷰이: 오늘 만나는 사람들 중 누군가. 필수조건은 어른이어야 함
-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결혼 후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평소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친오빠와의 채팅방을 제일 위로 끌어올렸다. 인터뷰를 핑계 삼아 무턱대고 연락했더니, 오빠의 반응은 예상의 일 센티도 벗어나지 않았다.


  “인터뷰에 응하면 인터뷰료도 나오냐?”


오빠가 지금 눈 앞에 있다면, 지금 카메라로 다 찍고 있다고 콱 겁주고 싶었다. 먼저,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인터뷰 내용 공유할 거고, 먼 훗날에는 오빠와 나의 소소한 행복으로 남을 거라고 항변했다.

평소 오빠는 과묵한 아들이고 무심한 오빠였다. 네 살 터울의 쌍둥이 동생을 둔 덕에, 어렸을 때부터 터득한 독립심과 듬직한 리더십으로 밖에서는 칭찬받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생활 반경의 절반은 방이었다. 옛 추억 하나를 소환하자면, 일찍이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친구네를 집처럼 드나들던 오빠는, 안내방송으로 찾을 수 있었다.


 "어린이를 찾습니다. 204호 장 00 어린이는 부모님이 찾으니 신속하게 집으로 가길 바랍니다.."


오빠는 인터뷰 질문에 두 가지 대답이 있다고 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질문에 대답이 두 가지라니? 엄마가 좋을 때도 있고 아빠가 좋을 때도 있다고 말하면 시시한데 말이다. 오빠는 '합리적인 대답'과 '현실적인 대답'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합리적인 답변은 1년 365일 중에서 홀수 날은 엄마를, 짝수 날은 아빠를 좋아하는 것(몇 월 며칠로 계산하지 않고, 1월 1일부터 홀, 짝, 홀, 짝 순으로 계산). 단, 홀수가 하루 더 많기 때문에 특별히 어버이날은 두 분 모두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답변은 둘 중에 집안에서 입김이 더 약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 입김을 파악하기 어려운 1~10세는 생략. 1~20대는 입김이 더 약한 엄마를 좋아한다. 3~40대는 입김이 더 약한 아빠를 좋아한다. 그 이후엔 살아계신 분을 좋아한다는 것.


전혀 생각지 못한 디테일한 답변에 경이로움을 느낀 것도 잠시, 그럼 이번엔 내가 좋은지 쌍둥이 동생이 좋은지 물었다. 나와 동생도 홀수 날, 짝수 날 이렇게 계산하려나 기대했다. 그런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둘 중에 더 말 잘 듣는 애.” 부모와 동생은 이하동문으로 통용이 안된다는 냉정한 답과 함께.


마무리 질문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뿐인 동생에게 하고픈 말을 물었다.


  “뭔 질문이 이렇게 많아? 그리고 나 동생 둘인데.”


끝까지 현실 오빠와 여동생의 대화답다 싶었는데, 인터뷰 중간 "쓸데없는 프로젝트 하느라 고생이 많다"라고 이야기한 게 신경 쓰였는지 훈훈한 마무리 멘트가 왔다.


“쓸데없는 프로젝트라고 한 건 농담이고, 이 프로젝트 덕분에 오래간만에 카톡 나눠서 반가웠다. 이런 거 아니면 언제 또 대화 나눠보겠냐. 매정한 동생님아, 우린 대화가 필요해.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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