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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라는 이름의 폭력

by The reader


‘빨리빨리’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동력으로

기능해 왔다.

속도는 곧 능률이었고, 신속은 곧 신뢰였으며,

촌각을 다투는 체계는 곧 선진화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속도는 점점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있다.


로켓배송.

이름에서조차 시간의 폭주가 느껴진다.

하루 만에, 때론 반나절 만에 문 앞까지 물건이

도착한다는 이 경이로운 서비스 뒤편에는,

속도지상주의가 낳은 구조적 왜곡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오류가 있다. 물건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앱에는 ‘배송 완료’로 표시되는

것.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착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더 깊은 구조의 결함을 드러낸다.

배송기사는 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실적 하락, 벌점, 업무 제한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배송 전 완료 처리’라는 편법을 선택하게

되고, 이는 고객 오인, 민원 폭증, 상담센터

과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것이 어찌 단순한 개인의 일탈일까.

문제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

노동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통제만 반복하는 주마가편의 가혹함.

무한 속도 경쟁...


이제는 질문해야 한다.

왜 이토록 달려야 하는가.

그 속도는 누구의 고통 위에 서 있는가.


오늘 노동법 위반 의혹과 관련한 고발 사건이

불거졌다. 속도의 압박과 노동자의 권리 보호

사이에서 균형이 깨졌다. 이로 인해 법의 개입이

불가피해졌으며, 법적 제재 역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현직 노동자 출신 대통령이 노동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니 일단은 지켜보게 된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보장할 현실적 타협점을

부디 찾아가길.


사실 이 유통 플랫폼은 혁신의 선봉장이었다.

하지만 시스템이 개인의 정직함을 유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닌 기만일 뿐이다.


배송기사를 불신하지 않기 위해,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기 위해,

상담센터가 소진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플랫폼이 혁신의 혁신을 돌아봐야 할 때.

기어이, 법이 제동을 걸어야 순간인 듯하다.


나 역시 이 편리한 배송 시스템의 VIP 고객이라는

모순, 그럼에도 휴머니즘적 혁신을 응원해 본다.


http://v.daum.net/v/2025073009231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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