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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eader Jun 23. 2020

'밥'이 대수입니다.

심야 식당과 나영석표 예능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한 끼 밥으로 전해지는 사랑이 있고 위안이 있다. 심야식당의 주인 마스터의 음식들이 그렇다.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크게 화려하지 않다.

마밥, 카레, 돼지고기 된장 정식...

일본에서 흔히 만나는

소박한 한 접시 요리들이.


대도시일수록 군중 속 외로움은 배가 된다.

마스터의 작은 식당은 치유의 공간.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품고

한 끼 밥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가게 주인 마스터는 대화를 주도하는

시끄러운 인물이 아니다.

그서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정성 담긴 요리와 따뜻한 눈빛은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사연을 풀어내게 만든다.



마스터를 흠모하는 듯한 여인.

밥값을 내지 않고 도망갔다가

일을 돕는 것으로 속죄하는 .

불륜을 부끄러워하는 여인과

아들을 그리워하는 노인.

마스터의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영화는 인간의 일상에서 ‘음식’이

그저 배를 채우는 생태적 의미만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손님들은 한 끼 밥을 통해

행복했거나 아팠던 기억을 소환하기도,
소중한 추억을 보태기도 한다.

음식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품는 마스터 역시

추억과 사연 품은 음식으로 이곳 심야식당을 이어간다.
 


큰 도시일수록 서로에게 무심하다.

화려한 만큼 쓸쓸하다.
도시 뒷골목 심야식당의 존재는

그래서 더 빛나 보인다.

크고 작은 상처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그 상처가 오롯이 혼자만의 몫이어야 할

도시에서 마스터의 요리는 온기이다.

근원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순 없지만

적어도 앞으로 나아갈 힘은 되어준다.


밥이 대수냐고?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밥은 대수였다.
 


근래 우리나라의 방송 예능도 음식을 주목한다.

나영석 프로듀서가 제작해 온

삼시 세끼, 윤 식당, 스페인 하숙, 서진이네 등이

그렇.


먹방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음식 자체에 관심도 집착도 없.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표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긴긴 업무를 마치고 휴일을 맞은 듯

편안함에 스며든다.


한 끼 밥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클로즈업 손. 싱싱한 식재료.

음식을 받아 든 사람들의 설렘 가득 눈빛.

화면 속 일상은 잔잔한 호수이다.


일본에서 크게 흥행했던 ‘심야식당’이

이들 예능 프로그램의 모태 아니겠냐는 평가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된다.

한 끼 밥을 ‘대접’하거나 '함께 먹는’ 행위를 통해

음식이 갖는 사회적ㆍ 심리적 치유 기능을

확인시켜 준다.


가만히 생각한다.

내 인생의 음식은 무엇이었나?


긴긴 채식 위주의 삶에서

엄마의 김치청국장찌개

단연 각별하다는 답이 나온다.

전국적으로 소문나버린 고향의 맛집 칼국수도 고단한 순간의 위로였.

마음 시끄러운 날이면 이들에 기댔을 것이다.

심야식당의 영상 또한 그러했다.


그대도 나도 오늘

위로가 되어줄 한 끼와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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