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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절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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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eader Jul 10. 2020

안부


느릿하게 걷다 돌아보니
한 해의 반이 쉬이 가버렸네.
난 여전히 밤낮이 바뀌어 글을 쓰고,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이 혼자이고,
그래서 외롭다가도 자유롭고,
덕분에 아침마다 멋진 일출을 볼 수 있지.
유난히 아름다운 날엔

이제 막 시작되려는 하루를

사진으로 남겨두기도 해.

곧 잠들 내겐 그 시간이 하루의 끝이니

하루치 추억의 저장인 셈이지.
언젠가 1년의 일출 파노라마가

완성될지도 모르겠네.



어제는 거리에서 본 열여섯 살 아들의 키가
나보다 20cm나 크다는 사실에 놀랐고,
딸아이의 예쁜 글그림 선물에
충만해지기도 했지.
작가 엄마보다 논리 갑인 아들의 글에 감동받고

늘 지구를 걱정하는 딸의 환경 작문에

박수를 치다가도
직업병 같은 빨간펜 오지랖이

툭 튀어나오기도 하는,

엄마가 된 나로도 이렇게 살아가.

주말이면 남편과 단둘이

인적 드문 산으로 들로 카페로
산책을 나서곤 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서로를 위로하면서
추억의 팝송을 나눠 듣기도 하지.


그러다가도 문득 생각해.
너를.

우리를.

아주 잊지는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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