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문제를 프레이밍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력을 얻는 방법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의 핵심 2가지를 미리 이야기하겠다. 디자인 문제를 해결할 때 중요한 요소 중 2개를 말하라면 나는 마인드셋(what)과 프레이밍(how)을 자주 이야기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이야기로 좀 더 설명하겠다.
이 글의 키워드 : 디자인문제, 디자인사고, 문제해결, 앤트워프왕립예술학교, 패션스쿨, 패션유학,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두 명의 학생이 있다. 듀벨과 니니다. 두 명은 우연히 같은 주제를 탐구하게 되었다. 그러다 두 사람 모두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듯
듀벨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이리스 꽃잎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한 옷을 가봉해 봤는데, 하나도 안 이뻐요. 교수님, 저 망한 거 같아요."
니니는 이렇게 말한다. "교수님, 저도 아이리스 꽃잎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가봉해 봤는데, 실제로 만드니까 별로인 거 같아요. 그림 상 디자인이랑 실제 옷이랑 차이가 나는 것이 문제인 거 같아요. 실제 옷을 곰곰이 살펴보니까 아이리스 꽃잎은 얇아서 가벼운 느낌이 나는데 가봉에서 사용한 원단의 색이 어둡고 두께도 두꺼워서 무게감이 생겨서 발생한 것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아요. 가벼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지 같은 원단을 쓰고 색도 흰색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학생 중 어떤 학생의 접근 방식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니니다. 누군가는 저렇게 컴퓨터처럼 대답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사실 위의 문장은 많은 학생이 실제로 한 말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흐름을 편의상 말로 표현한 것이다.
내가 위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바로 디자인에 있어서 1)마인드셋과 2)문제를 프레이밍 하는 사고 기술(technique)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위 두 학생의 사고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자.
듀벨의 사고 흐름은 이렇다.
- "저는 아이리스 꽃잎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한 옷을 가봉해 봤는데"(행동)
- "하나도 안 이뻐요."(문제 발생)
- "교수님, 저 망한 거 같아요." 좌절)
듀벨은 자신이 상상한 디자인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가봉을 해보았으나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난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듀벨은 문제에 부딪히는 순간 즉각 포기해 버린다. 실제로 대 다수의 사람들이 사고 흐름이 이런 로직에 따른다. 조금만 더 고민해 보거나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막혔다는 이유로 훌륭한 디자인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들을 버리는 경우를 수 없이 봐왔다.
반대로, 이제 니니의 사고 흐름을 보자.
- "교수님, 저도 아이리스 꽃잎에서 영감받은 디자인을 가봉해 봤는데" (행동)
- "실제로 만드니까 별로인 거 같아요." (문제 발생)
- "그림 상 디자인이랑 실제 옷이랑 차이가 나는 것이 문제인 거 같아요." (문제 인식)
- "실제 옷을 곰곰이 살펴보니까 아이리스 꽃잎은 얇아서 가벼운 느낌이 나는데 가봉에서 사용한 원단의 색이 어둡고 두께도 두꺼워서 무게감이 생겨서 발생한 것이 문제의 원인인 것 같아요." (문제 원인 분석)
- "가벼운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한지 같은 원단을 쓰고 색도 흰색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해결책 제시)
니니도 상상했던 것과 현실리 달랐다는 점에서 듀벨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제에 대한 니니의 대응 방식은 전혀 달랐다.
니니는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을 뿐만 아니라, 원인 분석을 하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물론,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교수님과 면담하기 전에 스케치나 트라이(tryout) 샘플들을 가져갔다면 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즉각 반응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니니는 훌륭한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핵심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결하겠다는 마인드셋이다. 누군가는 이를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마인드셋만 가지라고 하는 것은 '힘든 일이 발생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세요.', '노오력을 더 하세요'라는 말과 다름없다. 맞는 말이지만 좀 더 구체적인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다.
여기서 더 필요한 것은 지금 내가 처한 고통스러운 상황을 디자인 문제라고 '프레이밍'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사례 1) 내가 디자인한 옷이랑 실제 가봉한 옷이랑 많이 다른 경우,
- 즉각 반응 : "아 직접 만들어 보니까 하나도 안 이쁘네"
- 문제 정의 : "머릿속에서 상상한 것과 실제 가봉한 옷이랑 차이가 나는 문제의 원인이 뭘까? 상상한 것을 구체화하지 않은 것이 원인일까? 상상 속 원단이랑 실제 사용한 원단이랑 질감과 두께감의 차이가 큰 것 때문일까?"
사례 2) 영감받은 아티스트의 작품을 패션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게 어려운 경우,
- 즉각 반응 : "아 오늘 디자인 하나도 안 되네…. 술을 마셔야 할 때인가?"
- 문제 정의 : "아티스트에서 영감받아서 디자인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운 이유가 뭘까? 내가 아티스트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한 것 때문일까?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티스트인데 과제 때문에 강제로 해서 재미가 없어서 문제인 걸까?"
여러분이 이 글에서 훔쳐 갈 것은 딱 3가지다. 위 글을 3문장으로 요약했으니, 고통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래의 문장의 흐름을 따라 생각을 차분히 해보길 권한다.
1. 고통스러운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한발짝 떨어지기
2. 현재 상황을 디자인 문제로 프레이밍 하기
3. 어떻게든 내가 주도적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해결해 보기
주도적인 마인드셋은 문제를 끝까지 풀 수 있는 추진력을 주고, 어려운 상황을 디자인 문제로 프레이밍 하는 기술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혹시 다른 디자이너는 어떻게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갔는지 실제 작품 예시를 통해 알고 싶다면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밥 길 (지은이),민구홍 (옮긴이), 작업실유령)을 추천한다. 디자인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디자이너의 사고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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