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기
밥안먹는 아이 부모들이 모인 유명 카페에 가입했다. 도대체 다른 집 애들은 어떤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우리 아이가 어느 지경인지도 궁금했다.
가입 후 글 몇개만 읽어봐도 내 마음이 다 답답해지는 후기들이다. 역시 아이가 먹지 않는 건 양육자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게 분명하다. 극단적인 글들도 보았고, 심지어 과자조차 잘 안먹는 애도 있었다. 우리 아이와 비슷하게 스스로 먹지 않아서 어린이집에서 먹는게 문제인 아이도 있었다.
우리집만의 문제가 아닌줄은 머리로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공감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니 어쩐지 위로가 되었다. 이렇게 멘탈이 부서지는게 정상이구나.
그리고 먹이는 반찬, 부식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 식욕부진제 등에 대한 후기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었고 같은 나이 다른 아이들은 밥양을 어느정도 먹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 밥양을 계량해서 체크해본적은 없는데 요즘은 잘 안먹어서 평소 먹던것보다 양을 줄여 배식하고 있다보니 얼마나 먹고 있는건지, 원래 먹어야 하는 양보다 얼마나 부족한건지 체크를 해보고 싶어 밥 주기 전에 양을 재봤다.
우리 아이는 저녁에는 100g을 주면 대체로 다 먹고, 120g을 주면 다 먹는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130g까지는 대체로 다 못먹는다. 교육 시작하고 먹은 밥양중에(외부에서 먹은 것 제외) 가장 많이 먹은 게 140g정도이고 딱 한번이다.
아침에는 70-90g정도 먹는다. 점심은 어린이집에서 먹으니까 정확히 계량은 불가하고 예상하기로는 100g겨우 먹을 것 같다.
만 3세-5세가 한끼에 먹어야 할 적정량은 130g이라고 하니 우리 아이는 다소 부족하게 먹고 있는게 맞긴 하다. 그래도 객관적으로 수치를 확인하니 조금 덜 불안했다.
그리고 세 양육자가 처음으로 아이의 식사와 관련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누었다(남편과 둘이서는 매일 밤 나누는 이야기지만 친정엄마와는 여지껏 한번도 나누지 못했다).
친정엄마가 책을 한번 읽으신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아직 뱃속에 있는) 둘째는 이유식 할때부터 자기주도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주셨으니 말이다. 그리고 첫째 아이에 대해서는 책 그대로 할 수 없다는 점에 세명 모두 공감했다. 아무리 그게 이론상 맞아도 양육자가 그로인해 지옥같은 마음을 경험해야 한다면 안하는게 맞는거라 생각했다. 양육자들의 마음이 지옥이면 자주 충돌한다. 아이에게 짜증내는 횟수도 늘어난다. 아이는 불안해진다. 밥상머리 교육 하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이다.
우리는 간식에 대해서는 1) 밥을 적게 먹었는데 후식이나 간식으로 배가 부르게 되는 것은 안되기 때문에 밥을 다먹지 않으면 후식을 주지 않는 원칙은 고수 2) 밥을 다먹었다고 해서 반드시 후식을 먹는 문화를 만들지 않기로 하고(자연스럽게 어른들이 후식 먹을것이 있으면 아이도 같이 먹기) 3) 밥먹을때 후식을 미끼처럼 이용하지 않고 4) 그 외 어린이집과 저녁 사이 간식은 친정엄마가 아이가 너무 배부르지 않은 선에서 1번만 주시기로 했다.
이것이 우리가 평화롭게 지킬 수 있는 간식에 대한 선이라는 결론이다.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셋다 이 프로젝트의 끝에 아이의 먹성이 폭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친정엄마는 꼭 교정기간을 정해두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이가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하면서 완화해가자고 하셔서 그러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강박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규칙이 조금은 느슨해진 결과일수도 있지만, 셋이서 합의한 규칙이니까 일관성은 좀 더 가져갈 수 있을 거였다.
아이를 완벽하게 키울 수는 없다. 우선 내가 완벽하지 않고 나아가 인간이 원래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죽을때까지 성장해가는 과정 자체가 어쩌면 인간의 삶일 것이므로.
알면서도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아이 밥상머리 교육에 있어서도 단 하나의 예외나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려고 굳은 얼굴로 식탁에 앉았던건 아닌지 반성했다. 나는 그저 옳은 것을 알려주고 그 이후는 아이의 몫으로 둬도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