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의 신비
친정엄마께 책을 쥐어보낸 주말, 나도 힘을 내본다. 아이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은데 우선 반찬이 다채롭지 못하다. 어제 먹은 반찬이 오늘도 내일도 올라오는걸 주말동안은 피하고 싶었다.
SNS를 찾아보니 소세지에 스파게티면을 꽂아서 만드는 파스타가 있었다. 아이에게 여적 소세지는 한번도 준 적이 없지만 도전해보기로 한다.
아이 스스로 소세지에 스파게티면을 꽂아보도록 했더니 꽤 재미있어 하고, 이걸 삶아서 소스도 스스로 바르게 해줬더니 그것도 재미있어했다. 바르면서 먹은 토마토 소스 맛에는 눈이 똥그래진다.
내 기준 맛은 조금 부족했지만 아이는 처음 먹어보는 소세지에 토마토 소스에 맛있어하며 얌얌 먹었다. 자기손으로도 잘 먹었다.
그 주 월요일, 출산 전 마지막 휴가로 가평으로 놀러가서 저녁을 먹기위해 리조트 근처 소불고기 집을 들렀다. 정말 달달한 소불고기였다. 그리고 아이는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열심히 적극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잘먹었다.
소불고기 국물을 그릇에 떠줬더니 거기에 밥 적셔가며 입으로 냉큼 냉큼 가져간다.
밥반공기를 먹고 아빠가 준 밥을 더먹었다. 고기도 덜어주는대로 다먹고 소고기 무국도 원샷 드링킹이다.헐.
그간…집밥이 입맛에 안맞으셨쎄여?
최대한 단맛도, 짠맛도 늦게 느끼게 하려고 간하는 것도 천천히 하고 지금도 간을 세게 하는건 지양하고 있다. 아이의 최애 반찬 중 하나인 브로콜리는 무려 삶아서 그냥 준다. 그래서 먹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던걸까?
아무튼 입이 짧고 까다로운건 알겠고, 슬프게도 왜그런지도 알겠다. 이건 내 유전자다.
나도 어렸을때 어지간히 안먹어서 엄마의 속을 태운 전력이 있다. 그뿐인가. 아직도 맛없는건 입에 잘 안댄다. 내 아까운 칼로리를 맛없는 것으로 채울 수는 없다는 신조이며, 입맛이 여시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듣는다. 친구들은 입짧은 내가 맛있다고 추천하는 맛집은 믿고 간다고들 한다.
콩심은데 콩난다고 여시 심은데 여시가 났는가보다.
그렇다고 매번 자극적으로 간을 해서 줄수도 없는데 이거…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