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기 돌입
아이의 몸무게가 줄었다. 밥상머리 교육 프로젝트 전에는 14.7kg 정도였는데 이제는 13.6kg 밖에 안나간다. 늘어도 모자란 성장기에 무려 1kg이 훅 빠진 것이다.
키는 100cm였는데 전혀 성장하지 않았고, 오히려 때에 따라 더 작게 나오기도 했다.
또래보다 약간 크게 태어나, 키는 상위권을 유지하다 먹는양을 늘리지 못하면서는 평균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제 또래보다 작아지게 생겼다.
키 대비 몸무게, 체질량지수가 13.5%, 또래 중 하위 2%다. 객관적 수치에 집착하는 남편은 하위 2%에서 멘탈이 무너져 내렸다.
평소 남편은 아이에게 친절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에게 맞춰 잘 놀아준다. 아이가 같은 놀이를 한번 더! 한번 더! 하고 외쳐도 끝까지 또 해준다(14번인가 반복하는걸 본적이 있다). 반면에 나는 인내심이 몹시 부족한 엄마로서(개인적으로는 내 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번 더!는 최대 3번까지만 가능하고 아이에게 장난치는걸 좋아하며 대개 싫은 소리 담당이다. 그런 점에서 남편은 나보다 훨 훌륭한 양육자이고 아이가 좋아하는 아빠다. 실제로 보통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한두살 먹은 유아 시절에 우리 아이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았다.
아이는 여전히 아침을 잘먹으면 (점심 어린이집) 저녁을 잘안먹고, 저녁을 잘먹으면 다음날 아침을 잘안먹었다. 식사 총량이 부족한 날이 3주나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 때문에 멘탈이 나간 남편은 평소와 같은 친절하고 온화한 아빠가 아니었다.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고 장난만 치고 있으면 내가 봐도 무서운 표정을 하고 앉아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고 표정관리가 안되는 것 같았다.
아이는 특히 아침에 입맛이 없는지 아침밥을 먹으며 진상으로 돌변해서 밥으로 장난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어느 날 아침 그런 아이를 보며 남편이 몹시 정색을 하고 불편한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아침을 치우고 남편이 안방에 들어와 있는데 할머니와 어린이집 갈 준비를 하고 있던 아이가 들어오더니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빠, 아빠는 참 좋은 사람인데, 내가 밥으로 장난쳐도 나를 좋아해주면 좋겠어요
이 에피소드를 전해듣는 내 마음이 또 미어진다. 아이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는데, 아이는 밥먹을때마다 화난 표정이 되는 어른들이 자신을 여전히 사랑한다고 여길 수 있었을까? 평소에 너무 친절한 아빠여서 아이가 체감하는 간극이 더 클 것 같다.
출근 전, 안쓰러운 마음으로 아직 자고있는 아이의 방에 들어가 머리를 쓰다듬는데 말려 올라간 옷사이로 살짝 드러난 아이의 배가 홀쭉 하다 못해 숨쉴때 마다 갈비뼈가 현저히 드러나는 것을 목격했다. 이는 흡사 빈곤국가 아동의 모습이 아닌가! (숨을 안쉴때는 갈비뼈가 그냥 드러나있다가 숨쉴때는 갈비뼈가 튀어나올것처럼 도드라졌다) 비주얼 쇼크가 상당하다.
이거 학대 아니야?! 까지 사고가 비약되며 우리집에서 그나마 아이 먹는 양에 가장 초연했던 내 멘탈에도 금이 빠지직 갔다.
불안이 높은 편인 나는, 무언가로 불안이 건드려지면 몹시 확대하여 해석하고 크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도 발동되었다. 회사에서도 일에 집중이 안되고 아이 밥먹이기 걱정만 된다.
적절한 영양소의 섭취는 아이의 뇌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곡류, 고기류, 유제품류, 채소류, 과일류를 골고루 먹어주는 것이 뇌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 전체적으로 양이 부족한데다 고기류, 유제품류의 섭취가 현저히 부족하게 느껴졌다. 원래도 고기보다 생선을 좋아하는 아이고, 고기는 씹는데 시간이 소요되다보니 고기류는 친정엄마가 선호하는 반찬이 아니었다. 우유는 원체 잘 안먹었는데다 간식을 제한하고 있다보니 요거트류도 줄수가 없어 간혹 밥에 곁들여주는 치즈외에는 유제품 섭취를 못한다.
영양제를 먹이지만 그 영양제 역시 비타민 B군에 몰빵한 영양제라 칼슘이나 철분 등을 보충해주진 않는다.
뇌발달에도 영향이 있으면 어쩌지?
3주를 이렇게 보낸 건 또 그렇다 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안먹는 채로 둬도 괜찮은건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데려가서 식욕부진제를 처방받아 먹여야 하는건가 고민하고, 밥을 적게 먹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우유라도 한컵 먹이려고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책에 따르면 우유도 간식이다).
잠도 잘 안자는 것 같다(기분 탓일 수 있음). 아기 때는 8시면 잠드는 아기였는데 요샌 10시쯤 재우러 들어가면 11시는 되어야 잠드는 것 같다.
아이는 잘먹고 잘자야하는데 잘안먹고 잘안자니까 모든게 엉망진창 와장창인 기분이었다. 다 포기해버리고 끼니고 간식이고 되는대로 아이 입에 밀어넣고 싶었다. 생크림 잔뜩 사다가 퍼먹이고 싶은 욕구가 차오른다.
그렇지만 여기서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3주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다음에 아이의 식습관 교정은 더욱 높은 산이 될 것이다.
진퇴양난에 빠진 나는 뭐가 잘못되었나 고민하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육아 책부터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