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식욕촉진 효과가 있을것인지
아이는 생각보다 더 혼자 밥먹는 시간을 힘들어 했다. 다행히 교정의 효과가 어린이집 식사시간에는 나타나서 이제 어린이집에서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자기 손으로 식사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집에서는 자기 손으로 먹기는 하지만 아무도 안먹여주기 때문일 뿐, 적극적으로 식사에 임하지는 않았다.
어른들이 안절부절 못하면서 식사시간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않고, 아이가 다 먹지 못해 시무룩하게 끝나는 식사 횟수가 늘어났다.
밥을 다 먹지 못하고 치우는 날에는 아이가 어른들 눈치를 보고 “내일 아침에 잘먹으면 되지.”라고 하거나 모기만한 목소리로 “내일은 다먹을거예요.” 라고 하기도 했다.
아이에게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이 괴로움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또한 실패의 경험일텐데 식사에 대한 흥미를 더욱 떨어뜨릴 것 같다.
한번에 배식하는 밥양을 줄이기로 했다.
떠먹일때 먹던 양에서 많게는 1/2, 적게는 1/3을 줄여 배식했다. 양이 적어지니 아이가 조금 덜 힘들어하고 밥을 다먹는 끼니도 늘어났다.
그러나 어른들의 조바심은 좀처럼 가실 줄을 몰랐다. 친정엄마와 남편은 저러다 뱃골이 영 줄어들어 계속 양이 늘지 않고 고정되면 어쩌냐고 걱정했다.
다 먹는 날도 예전보단 적게 먹는데 그마저도 매번 다먹는게 아니니 그걸 지켜보는 친정엄마의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심지어는 간식조차 제한하니 어디 다른 곳에서 칼로리나 영양이 충당되는 것도 아니다.
친정엄마가 조부모커뮤니티에서 우리집 상황을 공유했더니 대부분의 할머니들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몰래 먹여요. 군대도 아니고.“ 라고들 하신다고.
친정엄마의 마음도 헤아리고 다독이면서 가야 성공할 수 있다. 어른들끼리 아이 밥문제로 다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에는 가장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불안하고 불편하고 죄책감도 느끼겠지.
“영양제라도 먹여볼까?”
먹는 양이 너무 적다고 걱정이 늘어지시는 친정엄마께 엄마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눈빛으로 제안해보았다(예전 같았으면 “잠깐 적게 먹는다고 큰 일 안난다니까!”라고 짜증을 냈을거다).
친정엄마는 당장에 알아보라고 하신다. 본인이 전에도 말하지 않았느냐며,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아이 엄마들이 약국에서 파는 영양제 중에 식욕을 돌게 해주는 것이 있으니 먹여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때도 찾아본 적은 있었고, 먹여본 친구에게 후기를 들은 적도 있었는데 약국에서 파는 영양제의 식욕촉진 효과는 케바케에 미미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오히려 한약 베이스의 영양제나 소아과에서 병적으로 식욕이 부진한 아이들에게 처방해주는 약이 효과가 좋다고 했다.
아이는 이제 고작 4살. 정말 마르긴 했지만 아직 식욕부진제를 먹여야 할만큼인지는 모르겠고, 한약도 아직은 먹이기가 찝찝했다(한약은 어느정도 간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한다).
약국에 파는 영양제의 식욕개선 효과는 미미하더라도 어른들의 마음에 위안은 될테고, 먹는게 부실한 기간인만큼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도 있을것 같아서 친정엄마와 함께 약국에 방문해 영양제를 사왔다.
한달 정도 먹여본 결과, 잠깐 플라시보 효과 같은것이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식욕에 대한 현저한 개선은 없다.
그래도 아이가 영양제 맛있다며 좋아하면서 마치 간식처럼 먹고 있어서 꾸준히 먹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