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것은 너의 일, 안먹으면 니 손해
우리가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한 건 2024. 5. 30.
아이 밥먹는거에 가장 스트레스 많이 받는 친정엄마가 집으로 내려가시는 금요일부터 주말동안 우리가 많이 노력해보기로 했다.
당시 엄마의 태도는 '난 자신 없으니까 너네가 어떻게든 주말동안 아이 버릇을 잘 들여보라'는 것과 '아무리 그래도 뭐라도 먹는게 중요하지 습관이 중요하냐'였다.
고작 주말 이틀동안 아이의 습관이 바로 잡아질 리 없었다. 아이는 한끼를 잘 안먹으면 그 다음 끼니를 좀 잘먹나 싶더니 또 귀신같이 다음 끼니는 잘 안먹었다.
아이는 원래 아침 저녁을 할머니와 주로 먹었다. 아이에게 할머니는 자신의 말을 가장 잘들어주고 시중도 가장 잘 들어주는 존재다. 그리고, 가장 만만한 사람이다.
아이는 마음 약한 할머니를 맹공격 할것이 틀림 없다.
아이 밥먹이기를 친정엄마께만 맡기지 않기로 하고 아침은 남편이 같이 먹고, 저녁은 나와 남편 중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사람이 함께 먹기로 했다.
할머니가 돌아온 월요일 아침 첫끼, 아이는 할머니랑 밥을 먹겠다, 할머니가 밥을 멕여달라며 20여분을 울어제꼈다.
친정엄마는 힘들어 하셨지만 나와 남편이 친정엄마께 아이의 투정어린 울음에 굴복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더니 마지못해 따라주시긴 했다.
우리는 이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할 때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 바가 있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먹는 것은 부모의 일이 아닌 너의 일.
안먹으면 니 손해.
저걸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가 아이 밥먹는것에 되도록 초연해야 하고, 밥은 밥시간에 제공되어야 하며 밥먹는것이 보상이 따르는 일이어서는 안되고 밥으로 아이를 협박하거나 구박해서도 안되었다.
그러나 친정엄마는 모르셨다. 이런 교육을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우리가 이 교육을 통해 아이에게 뭘 가르치고 싶은지. 그저 아이가 밥을 안먹는것이 너무 애타고 뱃골이 작아지는게 애타고 통통해져도 모자랄 때 살이 빠지니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으실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잘 안먹으면 너 그러면 다음 끼니에도 밥을 주지 않겠으니 어디 한번 굶어보라고 협박도 하시고 밥을 다먹으면 간식을 먹을 수 있으니 얼른 먹으라고도 하시고(이건 나도 많이 했다..) 왜 안먹는거야 왜 하면서 초조한 심경도 아이 앞에서 가감없이 내비치셨다.
예민해져 있던 나는 엄마의 발언 하나하나가 거슬렸다.전문가들이(주로 책) 하지 말라는 것만 엄마가 골라서 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그건 우리가 하고자 하는 교육과 방향도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가 그런 발언을 할때마다 "그건 아니지. 애한테 그런 말 하지마.” 라고 하면서 면박을 주거나 잔소리를 했다.
아이의 밥상머리 교육 7일차인 2024. 6. 6.
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또 아이에게 밥을 안주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시는 친정엄마의 말에 내가 참지 못하고 반박했고 친정엄마는 무슨 말을 못하게 한다고 화를 내셨다.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관성이기에 엄마도 나와 보조를 맞추어주길 바랬다.
“같이 키우는데 서로 의견 좀 말하고 논의하면 안돼?”
“이게 논의하는거냐 일방적으로 지시하는거지! ”
“그럼 내가 어떻게 말하면 되겠어? 말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으면 말해줘. 고쳐볼테니까.“
“그냥 아무 말도 하지마!!”
날선 대화가 아이 앞에서 오갔다.
끝내 눈물을 참지못해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혼자 울었다. 서러웠다. 나도 아이 봐주시는 엄마한테 의견 말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적하고 싶은게 10개 정도 있으면 그 중에 7개 참고 3개 말하는건데. 나도 잘키우고 싶어서 그러는건데. 먼훗날 아이가 엄마는 나를 왜 그렇게 키웠냐고 하면 “그건 할머니가 그렇게 키운거야.”라고 할수는 없지 않냐 말이다.
겨우 진정하고 밖에 나가서는 아이에게 웃어보이며 남은 밥을 와구와구 먹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