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나 Jul 05. 2024

밥, 밥, 그놈의 밥때문에

밥상머리 교육 프로젝트의 시작

우리집엔 올해 4살인 아이가 있다. 올해 세돌을 지났다. 


그 아이를 나와 남편, 친정엄마가 양육하고 있고, 나는 둘째를 임신 중이다.


우리 아이는 분유를 먹이던 때부터 잘 안먹는 아기였다. 분유를 하도 안먹어서 약간의 탈수 증세로 요산을 본 적도 있다. 이유식도 잘 안먹었다. 이유식은 주로 떠먹였는데 먹기 싫어해서 온갖군데 쳐바르면서 겨우겨우 먹였다. 그리고 물론, 지금 밥도 잘 안먹는다.


우리 집 공동 양육자 3인은 아이의 밥에 대한 견해가 각자 달랐다. 나는 비교적 아이 밥에 초연한 편이어서 (어디까지나 비교적이다) 이번에 잘 안먹으면 다음 끼니에 먹으면 되는데 아이가 먹는 밥양에 그렇게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엄마와 남편은 아이는 잘먹어야 한다며 우선의 밥상머리 교육보다는 많이 먹이는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2대 1이기도 하고, 나도 잘먹는게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어리다는 공동양육자들의 말이 맞는것 같기도 해서 우리 집에서 아이의 먹는 문제는 한숟가락이라도 많이 먹이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한숟가락이라도 많이 먹이는 방법은 밥을 좀 더 맛있게 만들고, 쪼사주고, 옆에서 떠먹여주는 것이다. 많은 양육서에서 아이 밥에 대해 하지 말라고 하는 그 방법이다. 어딜가나 너무 말랐다고 많이 좀 먹으라는 말을 듣는 아이 때문에 초조한 양육자들은 어떻게든 먹을 것을 조금이라도 더 아이 입에 밀어 넣느라 열심이었다. 식사 시간이 되면 1명은 밥을 떠먹이고 1명은 책을 읽어주었다. 아이는 책을 보면서 온갖 장난을 쳐대며 밥을 먹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계속 마른편이었고 키는 아기때는 큰 편이었지만 지금은 보통이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바깥에서도 샌다는 옛말에 충실하게,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서도 잘 안먹었다. 다른 애들은 어린이집 다니면 숟가락질도 스스로 하기 시작하고 밥도 좀 더 잘먹는다는데 우리 아이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먹으려 하질 않았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한결같은 피드백은 "식사시간에 자리에 앉으면 그냥 가만히 있어요." 였다. 그리고는 "샌님이" 라고 하며 선생님께 먹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조금 더 커서는 선생님이 수저에 밥을 떠주면 그걸 들어서 입에 넣는 건 본인이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밥을 충실히 먹지는 않고 선생님이 다른 애들 신경쓰느라 수저에 밥 떠주는게 늦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다고 했다. 


이제 4살 형님반으로 진급했는데 그럼에도 밥에 대한 피드백은 여전했다. "어머님, 아이가 밥을 자기 손으로 먹지 않네요." 


어떤 계기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남편이 태도를 바꾸었다. 이제는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아이 밥을 스스로 먹도록 교육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예전부터 바라는 일이긴 했지만 임신한 몸으로 회사 다니느라 내 코가 석자였고 구체적으로 뭔가 계획할 겨를도, 그렇다고 말릴 겨를도 없었다.


남편은 친정엄마와 가볍게 협의(?)를 마치고, 예전에 우리가 읽었던 육아서를 기반으로 밥은 아이 스스로의 손으로 먹게 하고, 30분간만 먹고, 밥먹는 동안 책을 읽어주지 않고, 저녁은 온가족이 함께 먹는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밥을 다 먹지 않으면 다음 끼니까지 간식을 주지 않았다. 


이 일을 계획했을 때, 남편은 일주일 정도 고생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애가 밥을 잘 안먹는걸 일주일 정도 참는 것은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갓난아기때부터 안먹던 우리의 아기는 이번에도 마찬가지. 밥먹는걸 자기의 일로 만들어 주려고 하니 먹는 양이 현저히 줄기 시작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