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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나 Jul 21. 2024

잃어버린 일관성을 찾아서

산으로 가는 프로젝트 뱃머리 돌리기

*아이의 밥상머리 교육에 참고한 책은 <잘 자고 잘 먹는 아기의 시간표> 정재호 의사선생님 저 입니다(광고나 협찬 아님 내돈 내산임)*


남편의 급작스러운 결정에 시작된 교육이라, 나는 책을 정독한지 시간이 꽤 지난 때였다. 다시 읽어보니 기억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고 놓친 부분도 있었다.


책을 다시 보며 우리의 밥상머리 교육을 되짚어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보인다.



1. 아이의 밥먹는 시간은 너무 길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타이머로 35분 정도의 시간을 맞춰놓고 아이에게 밥을 주었다. 그러면 아이가 초반엔 밥이 너무 먹기 싫으니까 반찬을 몇개 집어먹으며 장난을 치다가 타이머의 시간이 10분 정도 남으면 그때부터 급하게 밥을 먹기 시작했다.


급하게나마 밥을 다 먹으려 했던 이유는 그것이 미션 성공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래야 과일 등 후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책을 다시 읽어보기 전 나는 밥을 시간 맞춰놓고 주는 건 너무 통제가 아닌가 생각했다. 밥 빨리 먹는 걸 잘 못하는 나로써는 그런 규칙이 가혹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타이머를 맞춰줄때는 40분으로 맞춰주었고 아이가 다 먹을테니 시간을 더 달라 요청하면 더 주었다.


그러나 먹성이 좋지 않은 아이의 경우, 몇 숟가락 먹어 혈당이 어느정도 올라가면 식욕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식욕도 없는 상태에서 오랜 시간을 밥상에 붙들려 있는 것은 아이에게 고문과 같다는 것이다. 어차피 20-30분이면 아이가 주어진 밥을 먹는데에 객관적으로 무리가 없는 시간이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먹는 것에 집중하도록 도와주고 시간이 지나면 칼같이 치워야 한다고. 어차피 시간이 길어진다고 더 많이 먹는 것이 아닌 것이다.


2. 간식에 대한 기본 규칙은 '교정기간 동안 안주는 것'

나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면 안되니까,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간식을 제한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따라서 밥을 다 먹지 않으면 간식을 먹지 못한다로 이해했다. 그래서 우리집의 규칙은 밥을 다먹으면 간식 허용이었고, 아이가 잘 먹지 않으면 이걸 다먹어야 간식을 먹을 수 있다고 회유했으며 저녁을 다먹은 날은 모두 모여 과일이나 과자 등 후식을 먹었다.


그렇지만 다시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냥 교정기간 동안은 밥을 다 먹든 말든 간식은 없는 것이었다. 그 책에서 강조한 것은 간식으로 배가 부르면 안된다는 것과, 어떤 달콤한 것이 밥을 다 먹는 것에 대한 보상이 되면 안된다는 거였다.


생각해보니 '밥을 다 먹으면 간식을 주고, 밥을 다 먹지 않으면 간식을 주지 않는다.'고 하면 간식은 밥을 다 먹은것에 대한 보상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이는 밥을 다먹은 날은 당당하게 간식을 요구했다. 그리고 어린이집 가는 길에 할머니에게 "엄마, 아빠, 할머니 나빠." 라고 말하더니 "밥 안먹는다고 간식도 안주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을 전해듣고 아이에게 혹시 양육자들이 밥을 다 먹지 않으면 간식을 제한하는 것을 벌 받는 것으로 느끼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3. 이 교육의 목적은 아이가 많이 먹게 하는게 아니다

책을 보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건 아이의 식습관을 바르게 잡는 것이 목적이다. 아이가 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조절하며 먹게 하는 것. 너무 많이 먹지도 적게 먹지도 않게 본인에게 맞는 양을 먹게 하는 것.


즉, 이 교육의 결과가 아이가 많은 양을 먹게 되는 건 아닐 수 있는 거다. 아이의 타고난 양이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많이 먹이는데 주안점을 둔다면 동영상 보여주면서 떠먹이는게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이 성인이 된 회사 선배가 밥에 새우깡을 올려서라도 먹여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집 애들은 그렇게 키워서 키가 다 180이 넘었단다(선배가 키가 큰 편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 교육 끝에 얻으리라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 이른바 교정기간은 아이가 어떤 상태가 되면 끝내도 되는거지?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완전히 책대로는 할수없어.” 남편이 말했다. 왜냐하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고 어린이집에서 주는 간식까지 제한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이가 너무 커버렸다(커버린 만큼 높아진 산..). 그런데 언뜻 내가 느끼기에 이 교육은 책에서 말하는 그대로 할 수 없다면 효과가 없을것만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대로는 할 수 있는 환경도, 멘탈도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가.


친정엄마는 엄마대로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있었다. 아이 밥먹는걸 보고 있으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한다. 애가타서 나에게 말씀하시길 아예 이틀 정도를 굶겨버릴래?라고 까지 하셨다(당연히 못하실 일이고 안될 일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엄마에게 티는 안냈지만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엄마는 이 교육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거다. 그러지 않고서야… 4살짜리를 이틀을 굶기는건 정말 아동학대인데, 밥안먹으면 벌주고 밥잘먹으면 상주는게 엄마의 개념인건가. 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고 있는게 분명하다. 특히 공동양육자 3인의 생각과 이해가 너무너무 다르다. 아이는 얼마나 헷갈릴까?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라고 했건만.


아-무일도 없어도 거의 만삭인 몸을 이끌고 회사다니랴, 아이 신경쓰랴 힘에 부치는 요즘인데 이런 신경쓰이고 중차대한 일을 특별한 계획도 없이 덜컥 시작해버린 남편이 원망스럽다.


그래도,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었다. 친정엄마의 이해도를 우리 부부와 유사한 정도로 올려놓고 3인이 터놓고 이야기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엄마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엄마가 집에 내려가시는 금요일 오전에 아이패드를 챙겨주며 아이패드를 어떻게 쓰는지도 알려주며 우리가 참고한 책에서 아이 식사부분만 읽어봐주실것을 부탁드렸다. 책대로 하자고 읽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며, 그래도 출발점이 책이니까 읽고나서 셋이서 대책회의를 하자는 명분이었다.


다행히 한번 싸우고 난 후라 그런지 엄마는 순순히 아이패드를 받아 챙기셨다. 휴우, 그럼 이제 대책회의에서 나눌 이야기에 대해 고민해보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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