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단기 끝 장기 시작
아이가 스스로 밥을 먹으면 피하기 어려운 하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편식이다.
우리가 먹여줄때는 청국장이든, 두부든, 시금치든 가리는것 없이 먹었다. 자기 일이 아니었으니 입에 들어오는 먹거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없이 먹여주는 사람이 넣어주는대로 먹었던 것 같다.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하자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부터 먹는다. 혹은 그날 자기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반찬을 먹는다. 그리고 쳐다보지도 않는 반찬도 생긴다. 먹는것에 대한 자율성을 아이에게 부여하면 당연한 귀결 같긴하다. 육아서에서도 좋아하는 반찬부터 먹는건 편식이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했고 부모는 좋아하는 반찬만 무한리필 해주는 행동만 지양하면 된다고 했다.
친정엄마는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무한리필 해주고 싶어 하셨지만 우리는 다른 반찬을 다 먹지 않은 이상 리필은 딱 한번만 가능한 것으로 규칙을 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매번 제공하는 반찬 중 손도 대지 않는 반찬이 하나씩은 있었다. 요즘 특히 먹지않은 반찬은 내가 만들어준 가지반찬이었다.
먹여주던 때는 오늘은 뭘 먹고싶다고 말한적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반찬으로 뭘 먹고싶은지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먹고 싶은 것들이 치킨, 돈가스다.
먹여줄때는 (친정)엄마표 구수한 집밥을 주식으로 하던 아이가 스스로 먹으면서는 외식 메뉴들로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뭘 먹고싶은지 밝히는 모습을 보면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기도 하고, 건강식보단 자극적인 맛에 치우친 그의 선호도가 걱정스럽기도 하다. 자율성을 얻고 식단의 건강함을 잃었달까..?
온 가족이 함께 밥먹는 저녁시간을 얻었다. 저번 글에도 밝힌 바 있지만 아이 밥상머리 교육을 위해 되도록 저녁은 다같이 먹는다. 아이가 우리와 별도의 시간에 따로 저녁을 먹을때는 간혹 친정엄마께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둘이서 데이트겸 외식을 하고 오기도 했는데 이제 쉽게 그럴 수 없다.
밥상머리 교육을 시작하고 두달,
이제 아이는 밥을 먹으면서 책읽어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장난감까지 완전히 사라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찰흙은 올라오지 않고 장난감도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인형들이 가끔 등장해서 함께 밥먹음..).
밥을 자기손으로 먹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대해서는 더이상 저항하지 않는다. 누가 먹이라고 떼쓰는 일은 거의 없다(오늘 정말 오랜만에 물먹이라고 떼썼는데 결국 들어주지 않아 스스로 마셨다). 저녁 먹으면서는 아이가 왜 어릴적에는 할머니가 떠먹여 주었는지 물어봤다. 그러지 않았어야 하는데 너가 너무 어렸을때는 골고루 많이 먹는게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서 떠먹이게 되었다고,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은 처음부터 스스로 먹게 해볼 참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자기에게 배식된 ‘쌀밥’은 다먹는게 좋은거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딴청을 피우며 먹다가도 식사 시간이 끝나간다 싶으면 쌀밥만큼은 다 먹으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끝내 가르치지 못한 것은 밥을 먹는 그 자체의 즐거움인것 같다. 여전히 아이에게 식사는 의무이고, 이후 후식이나 간식을 당당히 즐기기 위해 배식된 쌀밥만큼은 다먹는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이제 그래도 어른들과 제법 속도를 맞춰 식사를 하듯 해서 따로 타이머를 맞추지 않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타이머를 맞추지 않아도 저녁은 20-30분 이내에 다먹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반찬이 올라온 날은 빠르게 다 먹는다.
간식은 조금 느슨해졌다. 친정엄마가 워낙 주고 싶어 하셔서 하원 후 한번은 주고 있고, 저녁을 다 먹은 날은
대체로 후식을 먹는다(여름이라 맛있는 과일이 너무 많다ㅠㅠ). 우리 아이의 경우 하원 후 한번 주는 간식은 저녁 먹는데 별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그보다는 저녁 메뉴가 뭔지가 더 영향을 많이 끼쳤다.
여전히 밥상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가르쳐갈 생각이지만 교정기간은 이렇게 끝이 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자연스러운 식사와 간식을 병행하며 교육해보려 한다.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준다는 것은 진리다. 육아도 그렇다고 본다. 비록 책에서 알려준 그대로 못했지만 아이는 많이 나아졌다. 완성은 아니더라도 한단계 성장했다. 부모는 가르치는걸 포기하지 않고 알려만 주면 되는 것 같다. 그럼 아이는 고맙게도 알아서 성장해준다.
마지막으로 얻은 것! 몸무게 200g!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