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나 Sep 21. 2024

쫄랑이 33일차

드디어 끝난 추석연휴

이번 추석은 주말까지 붙어 무려 5일이 연휴였다. 연휴동안은 산후조리사님도 안오시고 첫째 어린이집도 문을 열지 않는다. 우리도 원래라면 청송 시댁에 내려가야 했으나 쫄랑이가 이제 겨우 30일인 관계로 모두 서울 집이다. 그나마 친정엄마가 계신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어른 셋이 아이 둘 케어하는 구조다.


어른 셋 아이 둘의 구조에서 어른 한명은 첫째 전담마크(주로 놀아주기), 한명은 둘째 전담마크(주로 안아주기), 나머지 한명은 집안일(주로 식사준비와 설거지)을 맡게되고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중간 중간 바톤터치가 이루어진다. 내 기준 가장 빡센 역할은 첫째 전담마크다. 이건 신체적 노동에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한다. 가만히 앉아서 노는 법이 없는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나는 1도 재미없는 놀이를 끝도없이 반복하며 아이의 “왜?” 폭격에 대응해야 한다. 요즘은 “-하면?”이라는 가정법을 더한 질문공세까지 이어지는데 대답할 AI 로봇이라도 한 대 붙여주고 싶은 심정이다.


어찌 저찌 가혹한 연휴를 무사히 보내고 드디어 오늘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이다. 첫째가 있으면 둘째 사진도 마음껏 찍을수가 없고 예쁘다, 귀엽다는 표현도 마음껏 할수가 없다. 아주 작은 소리로 쫄랑이에게 속삭이듯이 ‘아이고 예쁘다 우리 공주님’ 해준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간 틈을 타 쫄랑이를 마음껏 예뻐해주니 친정엄마가 내 눈에서 쏟아지는 하트를 보셨나보다. 첫째 볼때의 눈빛과 사뭇 다르다고 지적하신다. 첫째는 처음이라 모든게 특별했지만 그만큼 불안도 컸다. 예뻐하는 마음만큼 두려운 마음도 컸던 시절이었다. 둘째는 그때처럼 불안하지 않아서 그런지 보고 있으면 마냥 예쁘고 자라는게 아쉽다. 남편은 반대로 첫째 신생아 시절에 눈에서 하트가 나왔었는데 지금 둘째는 그때만큼의 임팩트는 없다고 한다.


오늘은 사진한장 남기지 못해 30일 사진


오늘은 조금 여유가 있으므로 오랜만에 브레짜 세척을 시도했다. 첫째때도 이용했던 분유제조기다. 서툰 부모로서 새벽 수유때 특히 너무 유용했고, 분유를 손으로 타는게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꼈던 나는 이번에도 망설임없이 분유제조기를 들였다(사실 친구가 선물해줌). 기계화는 평소에 편하긴 하지만 그 기계를 관리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분유통 분유를 덜어내고 조립을 풀고 부품을 씻어 말리고, 내부 세척을 위해 식초물을 넣어서 빼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척한 부품을 건조시켜야 하니 시간이 꽤 걸려서 쫄랑이 분유 두번을 손으로 타서 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할만했다. 끓여서 식힌 물을 미리 젖병에 용량만큼 넣고 모유 데우는 기기에 온도를 맞춰 젖병을 넣어놓으면 물이 준비된다. 아이가 먹겠다고 울면 그 젖병에 분유를 용량만큼 넣어 흔들어 바로 먹이면 되는 것이다. 지금 먹이는 분유가 물에 굉장히 잘 녹아서 흔드는 것도 힘들지 않았다. 잠깐 느끼기로는 굳이 분유제조기가 없어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남편과 분유제조기를 처분하고 젖병소독기를 사서 그 자리에 놓는게 낫지 않겠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다. 다음에 하루 정도 손으로 분유타서 먹이기를 시도해보고 많이 불편하지 않으면 분유제조기 처분에 들어가야겠다.


연휴동안 힘들었던 우리는 쫄랑이 목욕을 매일 시키지 는 못했다. 조리사님이 오셔서 목욕을 시키시더니 때가 밀린다고 하셨다. 태지가 밀린걸거라고 합리화해보는 양육자들이다.


쫄랑이는 분유를 먹을때 얼굴이 뻘개지며 힘을 주거나, 그러다가 똥을 싸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방구 뽕뽕도 자주 한다. 이것은 젖꼭지를 사이즈업 해줘야 할때라는 신호다. ss에서 s로 업그레이드를 해주려고 주문을 했지만 추석연휴에 걸려 아직 배송이 오지 않았다. 바꿔주면 들쭉날쭉한 1회 수유량도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산모인 나를 위해서도 뭔가 하고 싶어서 산후요가를 하는 중이다. 일주일에 두 번 선생님이 방문하시는데 오늘 오셔서는 내 복직근이 얼마나 닫혔는지 체크를 하셨다. 생각보다 많이 닫혀있다고 놀라셨다. 손가락 두개가 들어가지 않을 만큼은 닫혀있다고 하셨다. 숨쉬기 운동을 틈틈이 해준게 효과가 있었나보다. 피부때문에 너무 괴로운 나날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눈앞에 일들을 해나가보자 다짐한다.


둘째가 태어나고 시간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하니 첫째의 저지레를 받아줄 인내심은 거의 바닥이다. 동생이 태어나 스트레스가 심할 당근이는 평소보다 더 진상짓을 골라서 하고 나는 그런 아이를 어느정도는 이해하면서도 그 순간은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낸다. 마음속으로 첫째를 성가셔하면서. 자려고 누워 생각하니 그게 너무 미안하다. 첫째도 많이 사랑하는데.. 놀러갈 곳을 찾아보고 내년에 보낼 유치원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아이에게 주어야 할 것은 나의 웃는 얼굴, 상냥한 말과 태도일거다. 내일은 이걸 잊지말자며 잠들면서 되내었다. 당근이 성가시게 생각하지 말기, 당근이에게 짜증내지 말기.

이전 04화 신생아 졸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