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고 뽀얗고
쫄랑이는 하얗다. 당근이는 태어났을때부터 몸까지 까만 아기였다. 100일되면 하얘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도 몹시 까맣다. 아빠를 닮은것이다. ‘까만게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조금 하얀것도 괜찮겠지 내심 바라던 엄빠였는데(개인적 취향일 뿐입니다) 쫄랑이는 황달이 빠지니 하얗다. 몸도 하얀걸 보니 하얀 아기인가보다. 아이 둘이 내 배에서 태어났어도 각기 다른 특징들을 엄빠에게 하나씩 물려받는걸 보니 신기하다.
어제 밤새 가려움으로 잠을 잘 못잤더니 남편과 오전 3시에 교대하고나서도 정신를 못차렸다. 새벽 유축도 못하고 아기 수유랑 트름만 겨우 시키고 비몽사몽하다가 첫째가 기상했는데도 아는척 겨우하고 방에 들어가서 자버렸다. 그리고는 3시간을 내리 잔 것 같다. 그리하여 오늘은 피부과에 다시 방문해본다. 알러지 검사결과도 듣고 약도 더 처방받고 자외선 치료도 받기 위해서다. 대기가 많은 피부과인데 오늘도 역시나 대기가 길어 한시간 반이나 대기해야 했다. 알러지 결과는 아무 문제가 없고 내 피부가 이런 건 현재 피부가 엄청 예민해서 정상자극도 과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거라고 하셨다. 항히스타민으로만 추가 처방을 받았다. 친구말로는 가려움증은 초기에 잡지 못해서 만성이 되면 엄청 오래갈 수 있으니 수유 신경쓰지말고 약을 때려먹어서 잡아야 한다고 한다.
못한다고 하니 더 집착하게 되는 모유수유. 그래도 일단은 피부 따끔한것이 완전히 가라앉을때까지는 약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완모도 아닌데 수유하려다 잃는게 더 많을 것 같다.
오늘도 당근이에게 전혀 짜증을 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간밤의 다짐이 아주 조금 효과가 있었는지 어제보다는 내 마음이나 태도가 한결 나아졌다고 느꼈다. 당근이가 느끼기에도 그랬기를 바란다.
이제 젖꼭지S가 배달되어 왔는데 충격적이게도 더블하트는 이미 사이즈가 S였다. 두둥..ss인줄 알았는데…그래서 간혹 더블하트로 먹이면 켁켁 거리고 사레가 들렸나보다. 스와비넥스는 원래 젖꼭지 사이즈가 xs가 맞아서 s로 사이즈업을 해주면 되는거였는데 남편이 먹여보더니 쫄랑이가 힘들어한다고 했다. 컥컥거린다고. 아직까지는 xs로 좀 더 먹이는게 좋을것 같다고 해서 사이즈업은 일주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오늘 처음으로 터미타임을 공식적으로 시도해봤다. 역방쿠에서 해봤는데 자세를 잘 잡아주지 못했는지 고개를 들지 못한 쫄랑이. 급할 건 없고 버둥거리는것도 귀여웠는데 노여우시기 전에 똑바로 눕혀드렸다.
쫄랑이의 태몽은 우리 집안에서는 아무도 꾸지 않았다. 둘째라고 태몽도 안꾸는지 아주 미안하던 차에 친한 지인이 꿈을 꿨는데 아무래도 나의 태몽같다고 했다. 일단 태몽을 꿔준것도 너무 고마웠는데 태몽의 내용도 마음에 쏙 들었다. 백호가 우리집에 들어오더니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더라는 것이다. 남편과 나는 당시 쿠팡플레이에서 하던 오리지널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터라 아산백호로 성장하는게 아니냐며 우스개소리를 했었다. 근데 우리 아기 벌써 힘이 장난아닌 느낌이다. 옆으로 눕히려고 사탕베개 받쳐 눕혀놓아도 끄응하면서 다 밀어내고 원하는 방향으로 눕는다. 좁쌀베개 사서 팔 가두려고 했는데 베개를 들어버려 실패했다. 장래가 촉망된다.
오랜만에 몸무게 체크를 해봤는데 5kg이었다. 영유아검진때 4.4kg이었으니 10일동안 600g늘었다. 하루에 60g씩 늘었으니 조리원에서의 스피드는 아니지만 잘 늘고 잘 크고 있는것 같다. 내일도 잘자고 잘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