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빠르게 경험하는 그 이름 둘째
추석 연휴가 고작 이틀이 지났는데 벌써 또 주말이다. 뭘하며 (첫째와) 보내야 할 지 고민인 그런 주말. 아직 산모인 나는 뛰거나 무거운걸 오래 들 수 없다. 첫째는 그런 나보다는 자신이 원하는건 뭐든 해줄 수 있는 아빠와 노는걸 좋아한다. 그리하여 주말동안 첫째와 놀이하는건 아빠가 거의 전담하는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쫄랑이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쫄랑이는 요즘 내품보다 할미품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지 내가 안아서 재우려고 하면 울다가 할머니가 안아주면 그치는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두 아이 모두에게 퍼스트가 아닌 엄마는 서러워부러.
오전엔 어제 실패한 터미타임을 다시 시도해보았다. 폭신한 역방쿠 대신 첫째방 매트 위에 엎어 보았는데 여기선 고개를 제법 들었다. 오후에 거실 매트에서도 해봤는데 거실 매트에서는 고개를 들긴 커녕 열심히 끙끙거리며 자세를 바꾸더니 그대로 잤다.
친구가 놀러왔다. 아이를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은 딩크인 친구인데 첫째 아이가 자신의 말에 격하게 반응해주는 친구를 무척 반기며 좋아했다. 친구가 아이스크림케이크를 사와서 함께 첫째의 오빠됨을 축하해주며 촛불도 불었다. 와중에 성냥이 불량이어서 불날뻔한건 안비밀이다.
첫째때는 찾아보니 40일쯤 욕조에서 목튜브 수영을 시켜줬던것 같다. 쫄랑이는 조금 이른 35일이긴 하지만 한번 시도해봐도 괜찮을것 같아서(둘째 엄마는 겁이없다) 오늘자 목욕 대신 목튜브수영을 시도해봤다. 물에 넣었더니 울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활발하게 놀지도 않았다. 남편이 이리 저리 잠깐 밀어주면 밀려 다니다가 멍하니 물에 떠있다가 5분 정도 되니 찡찡거려서 꺼내줬다. 내 뱃속에서 헤엄치던 기억은 까맣게 잊은걸까? 아님 내 뱃속에서도 이렇게 멍때리고만 있었던걸까?
이후 남은 욕조 물에서 남편이 첫째와 물놀이를 하고 목욕도 시켰다. 첫째가 아들이라 목욕을 아빠와 한다는점이 정말 좋고, 첫째가 있으니 아기 목튜브 물놀이 후에 물을 재활용 할 수 있어서 좋다.
다음날.
어제까지 주룩주룩 내리던 비가 그치고 드디어 가을이
찾아온 일요일이다. 하루만에 날씨가 이토록 달라지는게 신기할 정도다.
야외활동이 가능한 날씨가 너무 오랜만이니 오늘은 외부활동을 해야할 것 같다. 남편의 제안으로 잠수교 뚜벅축제에 가기로 했다. 이제 두 아이를 모두 데려가느냐 첫째만 데려가느냐 선택의 기로다.
지난주까지는 첫째를 데리고 부부가 외출할때는 친정엄마께 둘째를 맡겨놓고 외출을 했었다. 신생아를 데리고 다니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니까.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좋아도 너무 좋다. 얼마만에 만나는 가을인가 싶어 온가족이 모두 외출을 하고 싶어졌다. 마침 근처 백화점에 둘째 유모차 관련 볼일도 있다. 디럭스 유모차를 반드시 가져가서 봐야하는 볼일이라 가는김에 둘째를 태워 외출해봐도 되겠다 싶어 병원 외 첫 외출을 결심했다.
그래도 경력직이라 그런지 애 둘 외출 준비임에도 첫째의 아기시절 외출 준비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준비시간도 5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역시 몹시 어린 아기를 데리고 외출하는것은 카시트 태웠다가 유모차 태웠다가 다시 카시트 태우는 과정이 몹시 번잡하다. 35일된 아기 데리고 외출하기는 경력직이라도 난이도 상이다.
먼저 들른 백화점에서 내가 가장 놀란점은 바로 유아라운지. 첫째때는 이 백화점 유아라운지은 와보지 않았었는지 아니면 3년만에 장족의 발전이 있었던건지. 안에 들어가니 유팡부터 젖병세척솔, 분유포트까지 모두 갖춰져 있었다. 편안한 소파자리에 기저귀갈이대는 물론 잘 갖춰져있다. 이정도면 쇼핑하다 중간중간 아기들 돌봄 및 쉬어감에 손색이 없겠다. ‘아이가 어리면 백화점에 와서 놀다가 쇼핑하세요.’ 하는 백화점의 상술이겠지만 이런 상술이라면 내심 반갑다.
백화점에서 잠수교까지 걸어가자고 제안했지만 친정엄마는 차를 타고 가고 싶어 하셨고, 남편도 짐이 너무 많다며 그냥 차를 가져가자고 했다. 잠수교에 도착해보니 차가 너무 많아서 주차할 곳이 없었다. 주차장에 서있는 시간을 고려하면 걸어오는게 더 시간이 적게 걸렸을거다. 그나마 다행인건 첫째가 그 짧은 거리를 오는데 차안에서 잠들었다는 것.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마치고 도착한 한강공원. 가을 날씨와 어우러져 평화롭고 좋다. 하늘이 정말 예쁘다. 같은 하늘인데 어째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하늘은 다 다른 느낌을 주는걸까. 오늘 이곳의 하늘은 완연한 가을하늘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많은지 한강에 사람이 버글버글하다.
한강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약간 쌀쌀하기까지했다. 이번 주 수요일까지도 뙤약볕에 타죽는줄 알았다가 주말엔 쌀쌀함을 느끼다니. 쫄랑이가 추울까봐 걱정되어 속싸개를 덮고 유모차 위에 바람막이도 해주었다.
효녀 쫄랑이는 집떠나는 순간부터 한강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딱한번 짧게 애앵 하고는 계속잤다. 혹시 카시트와 유모차 때문에 머리가 많이 흔들려 기절한건 아닌가 걱정할 정도였다. 덕분에 한강에서 돗자리 펴고 음식도 사먹으며 짧게나마 피크닉 기분을 낼 수 있었다.
쫄랑아 덕분에 가을 나들이 했구나. 고마워 -
그리곤 집에와서 바로 유모차 라이너 구매했으니 다음번엔 머리 흔들리지 않고 좀 더 편하게 나들이 해보자꾸나 :) 둘째라 가능했던 35일차 외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