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랑이가 태어나고 30일까지
내 산부인과는 모자동실 원칙이라 쫄랑이는 태어나서 2시간여만에 나의 방으로 배달되었는데 당근이(첫째)와 다르게 이 아이는 자꾸 울었다. 배고픔이 이유인것 같았다. 얘는 배고픈건 참지않고 아주 우렁차게 우는구나 했다(첫째 당근이는 요산을 볼때까지도 배고프다고 울지 않았다).
응가도 많이 쌌다. 첫날 우리 방에서만 세번정도 쌌다. 태어난 첫날 응가는 내 뱃속에 있을때 만들어진 똥이라 끈적한 녹색변이었는데 응가를 싸고도 뭉개고 있지 않고 우렁차게 울었다.
대체로 의사표현이 확실한 아기다.
그리고 울음소리 외에도 내는 소리가 있었는데, “힝, 낑” 혹은 “삐”에 가까운 소리로 마치 강아지나 여우 새끼가 내는 소리 같은거다. 처음 듣는 소리에 남편과 나는 매우 신기했다. 젖을 물려보는데 잘 나오지도 않고 빨기도 힘드니 또 소리를 낸다. 울지는 않고 짜증내는 소리를 내는데 너무 웃기다. 여자애들이 짜증내는 소리 그 자체다. 울음소리는 응애다. 아기마다 울음소리가 다 다른것이 신기하다. 조리원 끝나갈 때쯤에는 울음소리만 들어도 이게 우리아기 울음소리인지 아닌지 구분이 되었다.
모유양이 부족해서 분유와 혼합수유 중인데 유두혼동 없고 젖병 젖꼭지도 까탈스럽게 가리는건 없다. 아직은 취향도 확고하지 않고 무던한 것으로 추측된다. 모유와 분유중에 더 잘먹거나 반응이 좋은것도 없다. 분유는 조리원에서 먹이던 (시중 가장 비싼 분유라는) 일루마를 그대로 먹이는 중이다. 첫째는 분유를 결정하지 못해서 유목민 생활을 하다가 고생한 경험이 있어서 둘째는 조리원에서 잘먹은 분유로 바로 결정해버렸다. 조리원에서도 잘먹는 아기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집에서도 먹는 걸로는 크게 애먹이지 않고 잘 먹는다. 한텀에 먹는양이 130ml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90-130ml 사이로 왔다갔다 하지만 그래도 총량은 700-900ml 사이로 유지중이라 큰 걱정은 없다.
밤낮 바뀜도 없었다. 대체로 낮에는 누워서 잘 안자고 눈뜨고 있는 시간도 길다. 밤에는 정신못차리고 자는편이다. 낮과 저녁은 첫째가 워낙 시끄럽게 해서인지 깊게 잘 못자고 덕분에 밤에 꿀잠 자는것 같다. 둘째의 비애다.
조리원 퇴실이 가까워질때쯤부터 누워서 잘 안자고 안겨서 자려고 하는 조짐을 보이더니 집에오니 등센서가 심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맘때 아기가 손탄다고 안아주지 않는 것은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울면 그냥 안아재우는 편이다. 신생아때는 기저귀갈고 밥도주고 안아줘도 자지러지게 우는 경우가 있는데 쫄랑이는 그런 일이 다섯손가락안에 꼽게만 있었다. 안아주면 안우는게 어디인가 싶다. 침대보다는 역방쿠에서 잘 잔다.
마음같아선 역방쿠에서 계속 재우고 싶지만 푹신한 곳은 위험하고 허리에도 부담이 있다고 해서 되도록 침대로 옮겨주고 있다.
첫째는 쪽쪽이를 물리지 않았더니 결국 손가락을 빨았다. 그리고 세돌을 넘은 지금까지도 끊지 못했다. 수면연관이 깊게 되어서다. 손가락은 안줄수도 없고 자를수도 없어 아주 난감하다. 이에 둘째는 차라리 쪽쪽이를 물리기로 했다. 엄마들 사이에서 유명한 쪽쪽이중 하나로 구매해서 주먹고기 드실 때 물려보았는데 뱉지 않고 잘 빤다. 그리고 쪽쪽이를 물리니 혼자 누워서 잘 자는게 아닌가..! 치트키를 하나 더 득한 기분이다. 30일이 3시간 남은 29일차에 처음으로 물렸다.
쪽쪽이도 수면연관이 깊게 되면 나중에 힘들테니 적당히만 쓰자고 다짐해본다.
첫째가 둘째의 존재로 받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해주고 싶었다. 둘째를 조리원에서 집으로 데려가는 날, 우리는 선물을 두 개 준비했다. 하나는 둘째가 첫째에게 주는 선물, 또 하나는 엄빠가 첫째에게 주는 선물. 그리고 아무도 안고있는 상태에서 만나지 않기 위해 첫째가 주차장으로 마중나와 엄빠와 인사한 후 카시트에 있는 둘째와 인사하고 첫째가 둘째를 함께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도록 했다. 동생이 생기는건 축하받을만한 기쁜 일로 인식하도록 해주고 싶어 신생아 육아로 힘든 와중에 마들렌을 구워 개별 포장해서 첫째 얼굴스티커를 붙여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도 했다. 엄빠와 둘이서만 보내는 시간이 그리울까 싶어 주말이면 한번 정도는 친정엄마께 둘째를 맡겨놓고 첫째만 데리고 놀러도 나갔다.
그래도 첫째에게 둘째는 스트레스인가보다. 쫄랑이가 자기를 쳐다보는게 싫다고 하고 자기 방에는 못들어온다고 하고 쓰레기통에 버리자거나 쫄랑이로 쓰레기통을 만들자는 말을 한다. 아무도 아무말도 안했는데 뜬금없이 쫄랑이 안예뻐, 안귀여워 라고 한다. 내가 안고있으면 “안지마, 내려놔”라고 한다. 내 품에서 아기가 눈감았다 싶으면 “이제 내려놓지그래?” 라고도 한다.
그래도 아기 목욕할때는 자기도 돕겠다며 붙어앉아서 구경하고 배놔라 감놔라 참견도 한다. 아기 만질때는 손소독제로 꼭 손을 소독하고, 친정엄마가 아기 안는다고 손씻으러 가서는 물로만 씻자 아기 안을때는 비누도 꼭 해야한다며 잔소리를 한다. 같이 지낸지 2주 정도 된 30일차부터는 옆에 앉아서 아기를 달래주기도 했다. 아기 달래고 놀아주기를 몇번 하더니 동생에게 꽤 호의적이 되었는데 변덕이 죽끓듯 하는 첫째라 얼마나 갈지 모르겠다.
속싸개는 집에와서 거의 바로 풀었다. 2일정도 더 쓰긴 한 것 같은데 남편이나 내가 속싸개를 잘 못싸서 그냥 안쓰는 것으로 하고 스와들업을 입혔다. 그런데 조리사님이 보시더니 아기 덥단다. 아기를 눕혔다 들면 뜨끈뜨끈하다. 얼굴엔 태열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등과 배, 목 뒤쪽에 땀띠가 올라왔다. 옷 입고 스와들업까지 입히니 그런 것 같아서 낮에는 벗겨놓고 밤에도 아주 못잘때만 입힌다. 아기 옷 중에서 반팔은 준비해놓은게 몇 벌 없는데 반팔을 입어야 할 날씨라고 한다. 집안 온도를 24.5도로 맞췄는데도 반팔을 입히고 담요 하나 덮어주고 있다. 조리사님이 알로에 수딩젤 하나를 가져오셔서 아기 태열에 발라주었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서늘하게 지낸게 효과가 있었는지 추석즈음엔 태열 올라온게 많이 가라앉았다.
손싸개도 일주일쯤 전부터 풀어주었다. 손싸개로 싸놓아도 스스로 하도 벗어버리기도 하고 손이 노출되는게 발달에 좋다고도 해서다. 손톱이 날카로워서 두번 조심히 잘라주었는데도 자기 얼굴을 찔러 피도나도 딱지도 앉았다. 다시 손싸개를 해줘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해줘봤자 조금 지나 돌아보면 한쪽 손엔 없을거다.
30일간 b형간염 1차접종, bcg접종, 영유아검진을 마쳤다. 영유아검진에서 엉덩이에 딤플이 아주 약하게 보인다고 정상일 확률이 높지만 불안하면 초음파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혹시 몰라 검사를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예약 전이다. bcg는 첫째와 같은 피내용으로 맞췄다. 요즘 아이들은 bcg 접종 자국이 피내용인지 경피용인지를 두고도 편을 가른다고 하던데 (난무하는 ㅇㅇ거지 드립) 그렇다 하더라도 효과가 더 좋지도 않은 주사를 비싼 돈주고 맞출수는 없다.
처음 집에 왔을땐 조리원에서 만들어준 초점책만 잘보다가 지금은 모빌도 잘보고 혼자 누워서도 잠깐씩은 논디. 손수건으로 눈앞에 왔다갔다 해주면 눈동자가 손수건 따라 왔다갔다 한다. 터미타임은 25일쯤 우리 침대에서 한번 시켜봤는데 고개를 못들었다. 내 품에 세워 안아 트름을 시키면 그렇게 고개를 빠딱 들더니 말이다.
자는것, 먹는것, 노는것 모두 첫째보다는 수월한 느낌이다. 나와 남편이 경력직인 탓도 있겠지. 둘째는 그래서 사랑인가보다. 걱정을 내려놓고 예쁘게 바라볼 마음의 여유가 있다(시간적 체력적 여유는 없음).
무탈하게 신생아 딱지를 뗐다. 어린이집 다니는 첫째와 함께 돌보니 아플까봐 가장 걱정이었는데(수족구 걸렸던 첫째…) 아프지 않고 지나갔다. 이제 한시름 놨다. 앞으로도 50일까지 잘커보자 쫄랑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