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부터 산욕기에 이르기까지
출산을 하고나면 나는 내가 짐승이 되는것 같다. 분명 어제까지는 존엄한 인간이었는데 오늘부터 나는 동물이다.
아이를 낳는 자세부터 굴욕인데다, 낳고 병실에 올라와서도 아래가 너무 불편해 이성인 남편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 볼일을 해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남편에게 배변의 현장이 일부 노출된다. 그런데 그런것을 신경쓸 여력이 없다.
좌욕도 해야한다. 좌욕은 남편이 꼭 도와줘야한다. 내가 머문 산부인과는 좌욕 후 복도에 있는 공용 열소독기를 가져와 회음부에 쬘 것을 추천했다. 남편은 그걸 가져와 설치하고 침대에 쩍벌하고 있는 나에게 쬐어준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도 간호사님들은 아랑곳않고 방으로 들어와 열과 혈압을 재고 돌아가시고, 신생아실에서도 방문해 모자동실중인 아이를 체크한다.
뿐만인가. 남편과 난생처음보는 남인 간호사님이 같이 있는 병실에서 난 웃통을 까고 신생아에게 모유수유를 한다. 그와중에 간호사님은 내 가슴을 이리저리 주무르고 이것은 조리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말 아무나 아무때나 내 가슴을 흔들어 상태를 확인하고, 그게 전혀 위화감이 없다.
3시간에 한번씩 유축을 해야하고, 유축하는 모습도 몹시 동물스럽다고 느끼는데 유축하는 동안 조리원에서는 밥도 갖다주고 간식도 갖다주고 신생아실 선생님들도 들어오신다. 그야말로 나는 새끼를 세상에 내어놓은 한마리의 짐승이다.
첫째때는 이런 모든 것들이 부대꼈는데 둘째때는 신기하게도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이게 경험에서 우러나는 연륜인가? 그냥 받아들여졌다.
조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사정이 조금 나아지긴 했다. 첫째가 모유수유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을까봐 모유수유나 유축은 방에서 문잠그고만 하고, 아래의 불편함은 모두 가셔서 누구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그래도 늘 위가 잘 열릴 수 있는 수유복만 입고, 수유복 여기저기가 모유의 흔적으로 얼룩덜룩한데도 태연히 잘 입고 집안을 활보하는 나를 보면 아직은 그 시기를 다 지나오지 않은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