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편 조선 (2-2) #5

기록의 시점과 내용

by 잡동산이

이제, 앞서의 자료들을 통해 보았던 흐름, 3편에서 살펴보았던 무리들이 움직인 뒤에 얼마나 지나서 록되기 시작한 것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자료들을 함께 살펴보면 1년 범위 안에서 그 정확한 시점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다른 자료들을 함께 읽을 때에 필요한 기준, 기록에 함께 적힌 시점이 기록의 내용 가운데 어느 것에 해당다고 보아야 하는지 먼저 아보겠습니다. 이것은 여러 종류의 자료들을 함께 읽을 때 종종 마주치게 되는 시점 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답입니다.




앞서 연을 산융이 치고 - 그 앞에 연이 맥을 먼저 쳤지만 - 제가 연을 도와 산융을 친 일을 적은 사기 제태공세가의 구절들[1장 3편 AF-2]을 살폈습니다. 이 때에 산융을 치고 고죽을 지났던 일을 적은 관자 봉선편의 구절들[1장 3편 AH-(1)], 산융을 쳐서 영지를 다스리고 고죽을 베고 9(가지) 동쪽 변방 사람들[夷]을 만난 일과 또한 고죽, 산융, 예, 맥에 이르렀던 일을 적은 관자 소광편의 구절들[1장 3편 AE-1-(3), AE-2]을 통해, 제가 산융을 친 시점보다 앞서 맥 사람들과 북쪽 변방 사람들이 이미 예를 통하여 동쪽으로 옮겨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하기에 그 시점은 사기 제태공세가가 적은 환공 23년 곧 MC-663/11[+12)보다 앞이라고 하였습니다.


1장 3편 AF-2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23년 ① 산융山戎이 ② 연燕을 쳤다. ③ 연이 ④ 제齊에 급함을 알렸다. ⑤ 제 환-공[桓-公]이 ⑥ 연을 도왔으며, ● 이윽고 ⑦ 산융을 치고 ⑧ 고죽孤竹에 이르러 ⑨ 돌아왔다. ⑩ 연 장-공[莊-公]이 ● 이윽고 ⑪ 환-공을 보내주며 ⑫ 제의 땅[境]에 들어갔다. ⑬ 환-공이 ● 말하기를 "⑭ 천자天子가 아니라면 ⑮ 여러 후들[侯]은 ⑯ 서로 보내주며 ⑰ 땅을 나가지 않는데, ● (지금 연이 그러하였으니) ⑱ 내가 ⑲ 연에 예를 갖춤[禮]이 없도록 수 없다."라고 하였다. ⑳ 이 때[是]에 ㉑ 도랑[溝]을 나누어 ㉒ 연-군[燕-君](=연 장-공)이 이르렀던 곳을 갈라 ㉓ 연에게 주었다. ㉔ 연-군에게 명령하니 ● (연-군이) 다시 ㉕ 소-공[召-公]의 다스림에 애써 ㉖ 주周에 물건을 주어 ㉗ 성(-왕)[成], 강(-왕)[康]의 때와 같이 하였다. ㉘ 여러 후들이 ㉙ 그것[之](=연의 일)을 듣고 ● 모두 ㉚ 제를 따랐다. (桓公)二十三年①山戎②伐燕③燕④告急於齊⑤齊桓公⑥救燕●遂⑦伐山戎⑧至于孤竹⑨而還⑩燕莊公●遂⑪送桓公⑫入齊境⑬桓公●曰⑭非天子⑮諸侯⑯相送⑰不出境●⑱吾⑲不可以無禮於燕⑳於是㉑分溝㉒割燕君所至㉓與燕㉔命燕君●復㉕修召公之政㉖納貢于周㉗如成康之時㉘諸侯聞之●皆㉚從齊
1장 3편 AH-(1) 관자 봉선편: ① 환-공[桓-公]이 ● 말하기를 "② 내[寡人]가 ③ 북쪽으로 가서 ④ 산융山戎을 치고 ⑤ 고죽孤竹을 지났다.("라고 하였다.) ①桓公●曰②寡人③北④伐山戎⑤過孤竹
1장 3편 AE-1-(3) 관자 소광편: (환-공이) ① 북쪽으로 가서 ② 산융山戎을 쳐서 ③ 냉지泠支(=영지)를 다스렸고, ④ 고죽孤竹을 베자 ⑤ 9(가지) 동쪽 변방 사람들[夷]이 ⑥ 처음 ⑦ 귀를 기울였다. ⑧ 바닷가[海濱] 여러 후들이 ⑨ 와서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①北②伐山戎③制泠支④斬孤竹⑤而九夷⑥始⑦聽⑧海濱諸侯⑨莫不來服
1장 3편 AE-2 관자 소광편: (환-공[桓-公]이 말하기를 ")● (내[呈]가) ① 북쪽으로 가서[北] ② 고죽孤竹, 산융山戎, 예穢, 맥貉에 이르렀다.("라고 하였다.) (桓公曰)●①北②至於孤竹山戎穢貉


그런데 사실 이 자료들에는 더 살펴 이야기할 것이 남아 있었습니다. 흐름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었던 앞의 글에서는 보다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뒤에 나올 비슷한 자료들을 다루기 위해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살펴 이야기할 것이란, 다음 질문들에 대한 답입니다. 앞의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23년 기사의 앞부분의 일을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27년 기사가 또한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일을 적은 구절로 시작되는 두 기사의 시점들은 같은 것일까요? 연 장공 27년은 제 환공 23년일까요?


1장 3편 AG-1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27년 ① 산융山戎이 ② 와서 우리[我]를 침범했다. ③ 제齊 환-공[桓-公]이 ④ 연燕을 도왔으며, ● 이윽고 ⑤ 북쪽으로 가서 ⑥ 산융을 치고 ⑦ 돌아왔다. ⑧ 연-군[燕-君]이 ⑨ 제 환-공을 보내주며 ⑩ (연의) 땅[境]을 나갔다. ⑪ 환-공이 ● 이어 ⑫ 연이 이르렀던 곳의 땅을 갈라 ⑬ 연에게 주고 ⑭ 연으로 하여금 ● (제와) 함께 ⑮ 천자天子에게 물건을 주도록 하니 ⑯ 성주成周의 때에 (연이) 맡은 일[職]와 같이 하였고, ⑰ 연으로 하여금 ● 다시 ⑱ 소-공[召-公]의 법法에 애쓰도록 하였다. (莊公)二十七年①山戎②來侵我③齊桓公④救燕●遂⑤北⑥伐山戎⑦而還⑧燕君⑨送齊桓公⑩出境⑪桓公●因⑫割燕所至地⑬予燕⑭使燕●共⑮貢天子⑯如成周時職⑰使燕●復⑱修召公之法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07년 기사 적은 환-공이 여러 후들을 견-읍에서 만나 처음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던 일[1장 3편 AF-1:①-⑤]을,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12년 기사는 환-공이 처음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다[F-1:①-③]고 적었습니다. 연 장공 12년은 제 환공 07년이니 연 장공 27년은 제 환공 23년이 아니라 제 환공 22년에 해당합니다. MC-664/11[+12)입니다.


1장 3편 AF-1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07년 ① 여러 후들[諸侯]이 ② 견(-읍)[甄]에 환-공과 모였다. ③ 환-공이 ④ 이 때[是]에 ⑤ 처음 ⑤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다[霸]. (桓公)七年①諸侯②會桓公於甄③而桓公④於是⑤始⑤霸焉
F-1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12년 ① 제齊 환-공[桓-公]이 ② 처음 ③ 우두머리 노릇을 하였다[霸]. 莊公十二年①齊桓公②始③霸


어떻게 이러한 차이가 타나게 되었을까요?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23년 기사의 앞부분의 일은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27년 기사도 적었니다. 반면, 사기 제태공세가 환공 23년 기사의 뒷부분 제 환-공과 연 장-공의 일을 듣고 여러 제후들이 제를 따랐다[1장 3편 AF-2:㉘-㉚]고 적은 일은 사기 연소공세가 장공 27년 기사가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사실은 뒷부분이 적은 일 만이 바로 환공 23년의 일이고, 앞부분의 일은 뒷부분의 일의 시작점인 환공 22년의 일을 겨 적은 것입니다. 곧 사기 제태공세가 횐공 23년 기사의 시점인 환공 23년은 제일 마지막 부분이 적은 일의 시점이지 첫 부분이 적은 일의 시점이 아닙니다.


그러니 앞서 적은 맥과 북쪽 변방 사람들이 예를 통하여 동쪽으로 옮겨와 있었던 시점은, 큰 차이는 아니지만, MC-663/11[+12)보다 앞이 아니라 MC-664/11[+12)보다 앞이었던 것입니다. 이 차이를 바로잡는 것이 이 경우에는 중요하지 않지만 다른 경우에는 중요할 수 있으니, 그 차이를 통해 사건의 순서가 뒤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알게된 바, 시점을 함께 적은 자료에서 시점에 해당하는 일은 자료 첫 부분이 아니라 마지막 부분 적은 일이라는 점 시점이 함께 적힌 자료를 이해하는 데 있어 일반적인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통해, 같은 일에 대한 내용을 연대기 형태 적은 여러 자료들 각각 다른 시점이 적혀있는 경우도 그 시점들에 해당하는 일을 하나하나 분할 수 있고 그리하여 일의 앞뒤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자료에 따라 보다 앞의 일을 시점에 해당하는 구절 앞이 아니라 뒤에 적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 옛날[昔]이나 앞서[先]와 같이 분명하게 알려주는 글자를 보태기도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으니, 내용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기록의 시점보다 뒤에 일어난 일을 미리 적기도 합니다. 그러한 경우 뒤에[後]와 같은 글자를 보태기도 하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으니, 마찬가지로 내용의 흐름을 잘 살펴야 합니다.




일의 시점을 가려내는 기준을 이야기하면서, 맥과 북쪽 변방 사람들이 예를 통해 조선으로 옮겨온 일이 MC-664/11[+12)다 앞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다시 보았습니다. 1장 3편에서 살폈듯이 그 일은 제齊가 진晉을 도와 적狄의 왕을 잡고 북쪽 변방 사람들[胡]과 맥을 패배시켜 그들을 부추긴 도하 사람들을 깨트린 MC-679/11[+12)보다 같거나 뒤에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점에 맥과 북쪽 변방 사람들의 움직임과 함께 일어난 변화가 핵심 문자 자료가 적고 있는 새로운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이 흐름은 느 시점터를 말하는 것일까요? 바로 연-군이 연-왕이 되었던 시점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시점을 찾아내고, 이어 이 시점까지 일어난 변화를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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