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4편 조선 (2-2) #10

조선-후[朝鮮-侯]와 조선-왕[朝鮮-王] (3/3)

by 잡동산이

처음 조선-후가 스스로 일컬어 조선-왕이 되었던 일을 적은 구절은 '스스로'라는 표현에 해당하는 자自라는 글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니다. 연-왕의 경우는 일컬었다는 표현에 해당하는 칭稱이라는 글자 대신 높였다는 표현에 해당하는 존尊이라는 다른 글자를 썼지만, 연-왕이라고 스스로 높였다는 것은 스스로 일컬었음을 달리 적은 것이니 핵심은 오히려 '스스로'에 있습니다.


앞서 본래 없었던 왕이라는 호를 처음 쓴 경우에는 스스로 일컬어 왕이 되었다, 곧 자리에 오르는 것을 서다[立]라는 글자로 적어 스스로 서서 왕이 되었다[自立爲王]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선-왕이 진을 따르기로 하고 조선-후가 되었듯이, 다른 무리를 따라 왕의 호를 쓰지 않다가 그 뒤에 스스로 서서 왕이 되었다면, 언제나 '멋대로 하였다[僭]'고 표현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기 진시황본기 이세황제 01년 07월 기사는 진승은 스스로 서서 초-왕이 되었고[K-1:①-④], 무신은 스스로 서서 조-왕이 되었고[K-1:⑤-⑧], 위구는 위왕이 되었고[K-1:⑨-⑩], 전담은 제-왕이 되었다[K-1:⑪-⑫]고 적었는데, 스스로 서서 왕이 되었던 사람들 가운데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멋대로 하였다고 적지 않고 있습니다.


K-1 사기 진시황본기: (이세황제 01년 07월) ① (진)승勝은 ② 스스로 ③ 서서 ④ 초-왕[楚-王]이 되었다. ... ⑤ 무신武臣은 ⑥ 스스로 ⑦ 서서 ⑧ 조-왕[趙-王]이 되었고, ⑨ 위구魏咎는 ⑩ 위-왕[魏-王]이 되었고, ⑪ 전담田儋은 ⑫ 제-왕[齊-王]이 되었다. (二世皇帝元年七月)①勝②自③立④爲楚王...⑤武臣⑥自⑦立⑧爲趙王⑨魏咎⑩爲魏王⑪田儋⑫爲齊王


앞서 이해한 대로라면 이 사람들보다 앞서 호를 쓰던 사람들 - 여러 왕들은 모두 진에게 패배하여 진을 따랐기에, 이러한 여러 왕들의 호를 쓰는 것은 진의 뜻에 려있습니다. 그러나 진승은 진에 등돌린 사람이니 그가 초-왕이 된 것은 진의 뜻을 따른 것일 리가 없만, 이 일에 대해서는 를 멋대로 하였다는 표현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앞서 이해한 것과 충돌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사기 진시황본기 시황제 26년 기사, 크게 3가지 부분들로 나누어지는 전체 기사 가운데 제일 마지막 부분은 다시 그렇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기사의 첫 부분은 먼저, 시황 26년 승상 왕관 등이 시황제에게 그 아들들을 왕으로 세우기를 청하였다[K-2-(1):⑨]고 적었습니다. 이어 시황제는 그것을 여러 신하들에게 헤아리도록 하였고[K-2-(1):⑫-⑬] 여러 신하들이 그것이 천하를 평안하도록 하는 것이라 어겼다[K-2-(1):⑭]고 적었습니다.


K-2-(1) 사기 진시황본기: (시황제 26년) ① 승상 (왕)관 등이 ● (시황제에게) 이야기하기를 "② 여러 후들이 ③ 처음 ④ 깨트린 ⑤ 연燕, 제齊, 형荊(=초楚)의 땅들은 ⑥ 멀리 있으니, ⑦ (후들인) 왕들을 두도록 하지 않는 것은 ⑧ 그곳[之]을 따르도록(= 그곳이 진을 따르도록) 하지 않는 것이다. ● (우리가) 청하기를, ⑨ 여러 아들들[子]을 (후들인 왕들로) 세웠으면, 하니 ● 바라기를, ⑩ 네[上]가 ● 기꺼이 ⑪ 허락하였으면, 한다. "라고 하였다. ⑫ 시황(제)[始皇]가 ⑬ 그들의 헤아림을 여러 신하들에게 내리니, ⑭ 여러 신하들은 ● 모두 (그리함이 천하를) ⑮ 편안하도록 한다고 여겼다. (始皇帝二十六年)①丞相綰等●言②諸侯③初④破⑤燕齊荊地⑥遠⑦不爲置王⑧毋以塡之●請⑨立諸子●唯⑩上●幸⑪許⑫始皇⑬下其議於群臣⑭群臣●皆⑮以爲便


다음 부분은 이어 정위였던 이사가, 주 문-왕, 무-왕이 그 아들들, 아우들을 봉하였지만[K-2-(2):③-④] 결국 다시 서로 쳤다, 고 하였다[K-2-(2):⑬-⑮]고 적었습니다. 이어 이사는, 지금 모든 땅이 시황제에 힘입어 뛰어난 사람들이 하나 같이 다스려[K-2-(2):⑱-㉒] 쉽게 다스리기에 충분하다, 고 하였다[K-2-(2):㉘]고 적었습니다. 그리하여 이사는, 천하에 다른 마음들이 없어야 편안하니 여러 후들을 두는 것은 - 다른 마음들이 있게 하는 것은 - 천하를 편안하게 하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K-2-(2):㉙-㉜]고 적었습니다.


K-2-(2) 사기 진시황본기: (시황제 26년) ① 정위 이사가 ② 헤아려 ● 이야기하기를 "③ 주 문(-왕), 무(-왕)이 ④ 아들들, 아우들을 (여러 땅들에) 봉하였던 바, ● (여러 땅들에) ⑤ 성을 같이 함이(= 성이 같은 후들이) ● 매우 ⑥ 많았다. ● (그러나) 그리한 ⑦ 뒤에 ⑧ (후들을) 따르는 곳들이 ⑨ 나뉘어 멀어지자 ⑩ 서로 ⑪ 공격하여 ⑫ 원수[仇讎]와(= 원수를 공격함과) 같아졌고 ⑬ 여러 후들이 ● 다시 ⑭ 서로 ⑮ 치자 ⑯ 주 천자가 ⑰ 꺼려하거나 멈출 수 없었다. ⑱ 지금 ⑲ 모든 땅[海內]이 ⑳ 너[陛下]에게 힘입어서 ㉑ 신 같이[神] 뛰어남[靈](= 뛰어난 사람들)이 ㉒ 하나 같이[一] 다스려[統] ● (땅들은) ㉓ 모두 군들, 현들이 되고 ● (뛰어난 사람들은) ㉔ 여러 아들들, 공을 세운 신하들이다(= 신하들이 되었다). ㉕ 함께 ㉖ (군들, 현들이) 세稅(= 주는 것)을 정하고[賦] ● 무겁게 ㉗ 상주어 (신하들에게) 그것[之](= 군들, 현들이 주는 것)을 내려주면 ㉘ 쉽게 다스리기에 매우 넉넉하다. ㉙ 천하에 다른 생각이 없는(= 없도록 하는) 것이 ● 곧 ㉚ (천하를) 편안하도록 하는 방법이지, ㉛ 여러 후들을 두는 것은 ㉜ (천하를) 편안하도록 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始皇帝二十六年)①廷尉李斯②議●曰③周文武④所封子弟⑤同姓●甚⑥衆●然⑦後⑧屬⑨疏遠⑩相⑪攻擊⑫如仇讎⑬諸侯●更⑭相⑮誅伐⑯周天子⑰弗能禁止⑱今⑲海內⑳賴陛下㉑神靈㉒一統●㉓皆爲郡縣●㉔諸子功臣㉕以公㉖賦稅●重㉗賞賜之㉘甚足易制。天下無異意,則安寧之術也。置諸侯㉜不便


마지막 부분은 시황제가 정위 곧 이사의 헤아림이 옳다고 하였다[K-2-(3):⑱-⑲]고 적었습니다. 왕이라는 호를 쓰는 후들 - 곧 여러 땅을 다스리는 우두머리들인 왕들을 두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였으니, 이 때에 앞서 차지하였던 여러 국들의 왕이라는 호를 쓰지 않기로 하였던 것입니다.


K-2-(3) 사기 진시황본기: (시황제 26년) ① 시황(제)[始皇]가 말하기를 "② 천하가 ③ 함께 ④ 괴로워하여도 ⑤ 싸움이 ⑥ 멈추지 않았으니 ⑦ 후들인 왕들이 있고 ● (후들, 왕들이) ⑧ 가문[宗]의 사당[廟]에 기대었기(= 같은 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천하가 처음 바로잡혔는데 또한 다시 ⑫ 국들을 세우면, ⑬ 이것은 ⑭ 군사들을 기르고 ● 구하기를, ⑮ 그들[其]이 ⑯ 편안히 쉬었으면, 하는 것이다. ⑰ 어찌 ⑱ 어렵지 않겠는가? ⑱ 정위의 헤아림이 ⑲ 옳다."라고 하였다. (始皇帝二十六年)①始皇●曰②天下③共④苦⑤戰鬬⑥不休⑦以有侯王●賴⑧宗廟⑨天下⑩初⑪定●又復⑫立國⑬是⑭樹兵也●而求⑮其⑯寧息⑰豈⑱不難哉⑱廷尉議⑲是


그리하여 진이 아우른 6개 국들의 왕들 곧 연-왕, 초-왕, 제-왕, 조-왕, 위-왕, 한-왕이라는 호를 쓰지 않기로 하였으니 호를 쓰는 것에 대한 진의 뜻이 있을 수 없습니다. 곧 호들이 없던 시점으로 되돌아간 것과 같기에, 진승은 초-왕이, 무신은 조-왕이, 위구는 위왕이, 전담은 제-왕이 되었지만 모두 멋대로 하였다고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는 진이 말하는 6개 국들을 없애고 아우른 천하 대한 것이지, 천하가 이르던 곳 곧 천하 바깥 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그 뒤 조선을 없애고 - 조선-왕의 호를 조선-후라고 한 뒤에도, 조선-왕이라는 호를 쓰지 않기로 하지 않았 그 쓰임은 진의 뜻에 따라야 했습니다. 때문에 준이 호를 일컬어 조선-왕이라고 한 일에 대해서는 멋대로 하였다고 적은 것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왕이라는 호를 쓰는 것에 대하여 멋대로 하였다고 적은 표현, 또는 스스로 서서 왕이 되었다고 적은 표현에는 그 시점에서 일어났던 상황 변화가 담겨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비로소,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이 진-왕은 스스로 서서 왕이 될 수 없었다[D-3:①-⑤]고 적은 구절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진眞은, 현재 '신'이라는 소리로 이어진 옛 소리를 가진 辛/新이라는 곳에서 움직인 사람들이, 조선을 통해 동쪽으로 건너온 뒤에 새로운 곳에서 그 옛 소리를 적는 데에 쓰던 글자들을 써서 무리 이름을 적은 것입니다. 이 사람들은 뒤에 다시 남쪽으로 움직여 을 따르고서 그곳에서 무리 이름의 소리를 적는 글자를 써서 달리 진辰이라고 하였, 그 우두머리의 호가 진-왕[辰-王]이었습니다.


삼국사기 신라본기 혁거세거서간 38년 02월 기사는 한-왕의 말을 인용하여 진辰이라는 무리가 마-한의 한-왕을 따르는 무리 되었다[1장 4편 AU-1:③-④]라고 적었습니다. 서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이 진-왕은 스스로 서서 왕이 될 수 없었다고 적은 구절에 대 주석은 위략을 인용하여, 진-왕은 흘러나와 - 머무는 곳을 - 옮기게 되었던 사람이고[①-②] 그리하여 마-한이 다스리는 바가 되었다[③]라고 적었습니다.


1장 4편 AU-1 삼국사기 신라본기: (혁거세거서간 38년 봄 02월) ① 마-한[馬-韓]의 (한-)왕王이 ② 호-공을 꾸짖었으며, ● 말하기를 "③ 진(-한)[辰], 변(-한)[卞] 2(개) 한들[韓]은 ④ 나의(= 나를) 따르는[屬] 국들[國]이 되었다.("라고 하였다.) (赫居世居西干三十八年春二月)①馬韓王②讓瓠公●曰③辰卞二韓④爲我屬國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 주석 인용 위략: 분명히 ① 그(=진-왕은) ② 흘러나와 (머무는 곳을) 옮기게 되었던 사람이고, ● 그리하여 ③ 마-한이 다스리는 바가 되었다. 明①其②爲流移之人●故③爲馬韓所制


위략의 내용은 진辰 사람들이 그 우두머리와 더불어 흘러나와 - 마-한으로 - 머무는 곳을 옮겨 마-한이 다스리는 바가 되었던 일을 적은 것인데, 삼국사기 신라본기 혁거세거서간 38년 02월 기사의 내용 그 결과입니다. 곧 진-왕이라는 호를 가진 사람은 본래 그가 다스리던 진 사람들과 더불어 마-한으로 와서 그 우두머리 한-왕의 다스림을 따랐니, -왕이라는 호를 쓰는 것은 한-왕의 뜻에 따 그리하였던 것입니다.


앞서 살핀 바를 통하여 생각해보면, 상황에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들 가운데 진-왕이 스스로 서서 왕이라고 하였다고 적을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 뿐입니다. 바로 멀리 서쪽 秦의 시황이 6개 국들의 왕이라는 호를 더이상 쓰지 않기로 하였듯이 한-왕이 진-왕이라는 호를 더이상 쓰지 않기로 한 뒤에, 진-왕 후손이 시 진-왕이라는 호를 쓰기로 하는 경우입니다.


뒤에 이러한 상황은 일어날 수 없게 되었으니, 마-한이 백제에 의해 없어졌기[滅] 때문입니다. 진-왕이 따르던 한-왕이 먼저 호를 잃어 다스리지 못하게 되니, 이미 한-왕이 허락하였던 진-왕이라는 호의 쓰임은, 진-왕이 다시 누군가를 따르고 따르는 이가 호의 쓰임을 막고 진-왕이 등돌리고 진-왕이라고 하지 않는 한,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것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적은 것이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이 진-왕이 스스로 서서 왕이 되었다[自立爲王]고 할 수 없다[不得]고 적은 것니다. 다른 기록에서 보이지 않는 구절, 할 수 없었다[不得]을 써서 적어 그러한 점을 분명하게 나타내었습니다.




세간에서는 일반적인 왕의 호를 이르는 방식에도 맞지 않게 진-왕이 마-한의 왕이라고 보거나, 마-한이 백제가 없앴다고 하는 것이 기록의 잘못이라고 합니다. 앞서 살핀 바를 통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았고, 또한 조선과 연燕/진秦/한漢의 관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군이 연-왕이 되던 MC-323/11[+12) 즈음 아사달에서는 기-자의 뒤 41-42번째 조선-후가 스스로 조선-왕이라고 하였고, 그 손자 때에 이르러 연에게 아사달과 그 동쪽의 땅, 남쪽의 땅 - 구려와 진번이 조선 사람들과 어울리고 발을 대신하여 우두머리 노릇을 하며 머물던 땅의 서쪽을 잃고 한반도 서북쪽으로 옮겼습니다. 그 뒤 진이 연을 아우르고 요동에 이르자 조선-왕 부가 진을 따르기로 하고 호를 조선-후라고 하였는데, 부의 아들 준은 조선-후라는 호를 멋대로 하여, 다시 말해 스스로 조선-왕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MC-323/11[+12)부터의 큰 흐름을 그려내었으니, 다음은 조선과 연燕/진秦/한漢 사이의 지리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계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앞서 정치체 사이의 흐름 곧 상황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참僭과 멸滅이라는 글자들에 대해 살폈듯이, 계界라는 글자에 대해 살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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