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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동산이 Oct 28. 2024

2장 3편 진辰 (1) #4

진-왕[辰-王]이라는 호號 (4/4)

삼국지 위서 동이전은 진-왕에 대한 마지막 구절을 앞서 이야기한, 진-한을 주어로 하는 구절보다 뒤에 적고 있습니다. 마-한에 있던 여러 국들의 이름을 적고서 그들 가운데 진-왕의 치治가 있던 국에 대해 적었듯이, 진-한과 변-진에 있던 여러 국들의 이름을 적고서 그들 가운데 12개 국들이 진-왕을 따[A-7:-]고 적었습니다.


A-7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 ① 그(= 변-진, 진-한의) 12(개) 국들은 ② 진-왕[辰-王]을 따랐다[屬]. ③ 진-왕[辰-王]은 ④ 언제나 ⑤ 마-한[馬-韓] 사람들을 썼는데[用] ● (마-한 사람들이) ⑥ 그것들[之](= 12(개) 국들)을 맡아 ⑦ 대대로 ⑧ 서로 ⑨ 이어갔다. ①其十二國②屬辰王③辰王④常⑤用馬韓人●⑥作之⑦世世⑧相⑨繼


이어 시 진-왕을 주어로 하여, 진-왕이 마-한 사람들을 썼다[A-7:-⑤]고 적고, 이어 어떤 사람들이 지之라는 지시대명사로 가리키는 대상(들)을 맡아[作][A-7:] 대대로 서로 이어갔다[A-7:-]고 적었습니다. 세간에서는 이 구절을 달리, 진-왕을 마-한 사람들이 맡았다는 것을 적은 것이라고 하고서 진-왕이 마-한의 왕임을 나타내는 구절이라고 여깁니다.


세간에서는 그러한 해석의 근거로 드는 것이 삼국지 위 동이전 동옥저편입니다. 다음 구절들 가운데 마지막 구절은 예 사람들이 그것[之]을 맡았다[C:⑪-]적었는데, 지시대명사  가리키는 상을 바 앞의 구절이 적은 여러 조들 모두[C:⑩]라고 보 예 사람들이 여러 조들을 맡았다고 고서, 마찬가지 구조앞서 구절이 마-한 사람들이 맡았다고 적은 그것[之][A-7:⑥] 또한 바로 앞의 진-왕이라고 본 것입니다.


C 삼국지 위서 동이전 동옥저편: ① 불내不耐, 화려華麗, 옥저沃沮 여러 현들[縣]은 ② 모두 ③ 후-국들[侯-國](= 후侯가 다스리는 국들[國])이 되었다. ④ (국들의) 동쪽 변방 사람들[夷], 북쪽 변방 사람들[狄]이 ● 이어 ⑤ 서로 ⑥ 치니[攻伐] ● 다만 ⑦ 불내(-국)의 예-후[濊-侯]가 ⑧ 지금에 이르렀다. ● (예-후는) 여전히 ⑨ 공-조[功-曹]에 주부主簿를 두었지만 ⑩ (다른) 여러 조들[諸-曹] 모두에서는 ⑪ 예 사람들[人]이 ⑫ 그것[之](= 주부를) 맡았다[作].  ①不耐華麗沃沮諸縣②皆③爲侯國④夷狄●更⑤相⑥攻伐●唯⑦不耐濊侯⑧至今●猶⑨置功曹主簿⑪諸曹皆⑫濊民⑫作之


그러나 삼국지 위서 동이전 예편은 그러한 여러 조들 모두[C:⑩]를 적은 구절보다 앞에 예-후가 공-조의 주부라는 벼슬자리를 두었다[C:⑨]고 적었습니다. 만약 예 사람들이 맡았던 대상이 주부가 아니라 비로 앞의 여러 조들이라면 지시대명사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니, 예 사람들이 맡았던 대상을 적은 지시대명사[之][C:⑪] 가리키는 것은 여러 조들이 아니라 그 조들에 있었던 '주부'라는 벼슬자리입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의 구절 또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마-한 사람들이 맡은 대상이 바로 앞의 진-왕[A-7:③-⑤]면 지시대명사[之][A-7:⑥]를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지시대명사썼으니, 그 대상은 바로 앞의 구절이 적은 진-왕이 아니라 보다 앞의 구절이 적은 12개 국들[A-7:①-②]니다.


더우기  구절 12개 국들이 진-왕을 따랐다고 적고 있으니, 것은 진-왕이 마-한 사람들이 12개 국들을 맡도록 하였다는 구절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12개 국들은 진-왕을 따랐기에 진-왕은 그 국들의 우두머리를 정할 수 있었으며.  그리하여 마-한 사람들을 써서 - 마-한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을 맡도록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리고 나면,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이 앞서의 구절에 이어 적은, 대대로[世世] 서로 이어갔다[相繼]고 적은 구절[A-7:⑦-⑨]이 뜻하는 내용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12개 국들을 맡았던 마-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국들을 이어 다스리며 종종 그 국들을 바꾸어 맡은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뒤에 해당하는 시기를 알아보며 다 살피겠지만, 삼국사기 신라본기 진-한 6개 부들 되었다[D-1:⑩]고 적은 곳들 가운데 사량-부와 본피-부, 그 우두머리의 성姓을, 삼국사기는 최-씨[D-2:-], 정-씨[D-2:-]라고 적었삼국유사는 정-씨[⑦], 최-씨[⑭]라고 달리 적었습니다. 이러한 우두머리의 바뀜이 바로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 마-한 사람들이 서로 - 국을 맡는 일을 - 이어갔다고 적은 그것입니다


D-1 삼국사기 신라본기: ① 이 때[是](= 혁거세거서간이 자리에 오른 때)보다 앞서[先是] ② 조선朝鮮의 남은 사람들[遺民]이 ③ 나누어져 산골짜기 사이에 머물며 ④ 6(개) 촌들[村]이 되었다. ... ⑤ (6개 촌들 가운데) 둘째를 ● 말하기를 ⑥ 돌-산[突-山] 고-허-촌[高-墟-村]이라고 하였다. ⑦ (6개 촌들 가운데) 셋째를 ● 말하기를 ⑧ 자-산[觜-山] 진지-촌[珍支-村]이라고 하였다. ... ⑨ 이것들(= 6개 촌들)은 ⑩ 진-한[辰-韓]의 6(개) 부들[部]가 되었다. ①先是②朝鮮遺民③分居山谷之間④爲六村...⑤二●曰⑥突山高墟村⑦三●曰⑧觜山珍支村...⑨是⑩爲辰韓六部
D-2 삼국사기 신라본기: (유리이사금 09년 봄) ① 고-허-부[高-墟-部]는 ② 사량-부[沙梁-部]가 되었으며, ③ (새 우두머리의) 성姓을 ● (말하기를) ④ 최崔라고 하였다. ... ⑤ 우진-부[于珍-部]는 ⑥ 본피-부[本彼-部]가 되었으며, ⑦ (새 우두머리의) 성姓을 ● (말하기를) ⑧ 정鄭이라고 하였다. (儒理尼師今九年春)①高墟部②爲沙梁部③姓●④崔...⑤于珍部⑥爲本彼部⑦姓●⑧鄭
E 삼국유사 기이편: ① (고-허-촌의) 우두머리를 ● 말하기를 ② 소벌도리蘇伐都利라고 하였으며, ● (소벌도리는) ③ 처음 ④ 형-산[兄-山]에 내려왔다. ⑤ 이곳은(= 형-산은) ⑥ (뒤에) 사량-부[沙梁-部]가 되었고 ● (그곳의 우두머리는) ⑦ 정-씨[鄭-氏]의 조상이 되었다. ... ⑧ (진지-촌의) 우두머리를 ● 말하기를 ⑨ 지백호智伯虎라고 하였으며, ● (지백호는) ⑩ 처음 ⑪ 화-산[花-山]에 내려왔다. ⑫ 이곳은(= 화-산은) ⑬ (뒤에) 본피-부[本彼-部]가 되었고 ● (본피-부의 우두머리는) ⑭ 최-씨[崔-氏]의 조상이 되었다. ①長●曰②蘇伐都利③初④降于兄山⑤是⑥爲沙梁部●⑦鄭氏祖⑧長●曰⑨智伯虎●⑩初⑪降于花山⑫是⑬爲本彼部●⑭崔氏祖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이 진-왕에 대해 적은 구절들 가운데 이제 남은 것은 앞서의 구절에 이어, 진-왕이 스스로 설 수 없었다[1장 4편 D-3:①-⑤]고 적은 구절 뿐입니다. 그런데 이 구절에 대해서는 앞서 없앴다[滅]와 스스로 왕이 되었다는 표현과 함께 설명한 바 있습니다.


1장 4편 D-3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 ① 진-왕[辰-王]이 ② 할 수 없는 일은 ③ 스스로 ④ 서서 ⑤ 왕王이 되는 것이었다(= 진-왕은 스스로 서서 왕이 될 수 없었다). ①辰王②不得③自④立⑤爲王


한-왕을 따르던 진-왕이 스스로 섰다고 하려면 - 왕이 되었다고 하려면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진의 시황제가 그러하였듯이, 진-왕이라는 호를 쓰도록 뜻하였던 한-왕이 진-왕이라는 호를 없애 - 더이상 그것을 쓰는 것에 한-왕의 뜻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거나 한-왕이 진-왕에게 그 호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이 먼저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한-왕이 그러기에 앞서 백제에 의해 없어짐[滅]으로써 곧 진-왕이라는 호를 없애거나 쓰지 못하도록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없게 되었고, 그리하여 진-왕이 스스로 서는 것이 가능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은 진-왕이 서서 왕이 되지 않았다[不自立爲王]고 적지 않고 아니라 스스로 서서 왕이 될 수 없었다[不得自立爲王]적은 것입니다.


 구절에 대주석 위략을 인용하여, 흘러 들어온 진-한 사람들 흘러나와 옮겨온 사람들이라고 여기고, 마-한다스리는 바가 되도록 하였다[F:-③]고 적었습니다. 이 구절 또한 진-왕이 12개 국들을 마-한 사람들에게 맡겨 다스리도록 한 까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F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 주석 인용 위략: <● 분명히 (진-왕은) ① 그들[其](= 진-한 사람들)이 ② (앞서) (마-한에서) 흘러나와 옮겨온 사람들이라고 여겼으며, ● 그리하여 (그들이) ③ 마-한이(= 마-한 사람들이) 다스리는[制](= 맡는) 바가 되도록 하였다.> <●明①其爲流移之人●故③爲馬韓所制>


앞서 한-왕을 따른 사람들을 한-왕이 마-한의 동쪽 땅에 머물도록 하니 그들이 진-국과 어울렸고 이윽고 진-국의 우두머리가 마-한 곧 한-왕을 따랐다고 하였습니다. 그리하고서 진-국의 우두머리는 본래 그들을 다스리던 마-한 사람들을 써서[用] 그들을 다스리도록 하였다고 하였으니, 위의 구절은 그 뒤 우두머리가 되었던 진-왕이 같은 방식으로 진-한 사람들을 다스리도록 한 것에 대해 그리한 까닭을 풀어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진-왕에 대해 적고 있는 자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진-왕에 대하여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이른바 마-한의 왕이며 목지-국(= 월지-국)에 도읍하였다는 이해를, 해당하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 한편의 구절들을 같은 방식으로 글자들을 쓰고 있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다른 편들을 살펴 바로잡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만, 사실 그러한 세간의 이해와 상관없이 진-왕에 대해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지료들은 대부분 살펴보면서 이해하였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진辰에 자리잡았던 여러 무리들 가운데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무리들에 대해서 남아있는 그들에 대한 자료들을 살펴 이해해보려 합니다. 그리함으로써 본 연재의 주제인 사국四國 - 4개의 국들 가운데 하나인 신라新羅를 향해 그 한걸음 앞까지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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