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 죽어가는 곳
그곳에만 새로움이 빚어지니
또다시 하나를 버리고
그것에 이어져 있다가
떨어져 나가버린 곳,
피가 흐르는 상처로 쓰라린 곳에
그리하여 물러버린 살점을 주물러
나를 빚어낸다.
내가 아닌 모든 것이
결국 나에게서 떠날 것임을
문득 알아차렸지만
이미 많은 것으로 달라붙어
그대로 두고서는
나를 하나도 빚어낼 수 없으니
두려움이
막으라고 중얼거리지만
결국 오고야 말 그 칼날이,
고통과 함께 일찍 찾아들 때
막는 대신 받아들이고
죽을 듯한 상처를 만들어내기를.
그리하여
껍데기가 떨어져나가고
그 안의 속살조차 찢어져
고통으로 부들거리는
그 안, 떠날 수 없는 내 위에야
바라는 나를 빚어낼 수 있다.
두려움 속에
완성을 향한 환희 속에
떼어놓을 수 없는 그 모순을
기다리고 다시 맞이하여
한 점, 떨어져나간 핏덩이 자리에
새로 빚어진 나를 바라본다.
이래야 하는가?
그것을 위해 나는 있으며
이래야만 하는가?
그것을 향해 나는 나아가야 하니
어떤 고통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고통에 미쳐버려도
그리하여 남은 상처에만
미련에 매달려도
결국 찢겨나가버린 마음에만
떠나지 않는 내가 남겨지니
거기에서만 나는 나를 만나기에.
두려움을 이겨낸 척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모든 것이 부숴지고 나서
그 남은 것에만
한 가닥 숨을 보태
나를 그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