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하나 떨어져나간 곳에
밀려드는 실망이 흔들거린다.
거기 붙여놓은 줄도
모르던 쓰라림이 중얼거린다.
기대하지 않음은
또 한번 진실이 된다.
실망은 남겨진 그림자,
기대도 본래 거기 없는 것.
그림자가 흔들리면
보기조차 징그럽고
불쌍해보이는 모습이
떠올라 나를 가리지만
그대로, 있던 채로
모든 것은 이미 끝났다.
변하지 않기에 끝이지만
변한 적이 없기에 시작이다.
드리워진 그림자가
또 한번 흘러가고 있을 뿐.
그런가, 문득 홀린 순간
흔들림의 춤을 자아낼 뿐.
그 꿈결 너머
나는 그저 그럴 뿐이다.
오늘도 또 하나,
따가운 그림자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