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기록은조선에 대해 두 종류의 우두머리를 적었습니다. 하나는 단-군이라고 일컬었던 왕검과 그 후계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후/왕이라고 일컬었던 기-자와 그 후손들입니다. 기-자는 이러한 우두머리들 가운데 처음으로 두번째 종류의 우두머리가 되었던 사람인데, 본래는 은殷의 왕족이었습니다.
이제, 이어질 짧은 글들에서는 먼저 기-자와 주의 초기 왕들의 만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조선의 우두머리가 단-군에서 조선-후로 달라지던 시기와 상황의 단서들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사기 송미자세가는 무-왕과 기-자의 일을이야기하였습니다. 먼저, 무-왕이 기-자에게 도리를 물었다[B-1:④-⑫]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도리를물었다고 적기에 앞서, 무-왕이 무엇인가를 물었다[B-1:③]고 적었습니다. 무-왕은 무엇을 물었던 것일까요?왜 그 내용은 적지 않았을까요?
사기 주본기에 2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있습니다. 사기 주본기는 무-왕이 처음부터 기-자에게 도리를 물었던 것이 아니라, 은이 망하도록 한 것들을 물었다[A-1:⑧-⑨]고 적었습니다. 따라서 이것, 은이 망하도록 한 것들이 바로 도리를 묻기에 앞서 무-왕이 물었던 것[B-1:③ = A-1:⑧-⑨]입니다.
이 질문은 사실 꽤나 고약한 것입니다. 은을 깨트린 주의 왕이, 은의 왕족이었던 기-자에게 은을 망하도록 한 것들을 스스로 말하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너희 뭘 잘못해서 내가 너희 나라를 이 꼴로 만들었을까? 뭔지 알지?"라고 물은 것이라고 할까요.
사기 주본기는 기-자가무-왕에게 은이 망하도록 하였던 '특별한' 것들을 말하는 대신 국이 있도록 하거나 망하도록 하는 '보편적인' 것들을 말하기로 하였다[A-1:⑩-⑬]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무-왕이 앞서 물었던 일을 부끄러워하고[A-1:⑭-⑮] 도리[道 =倫]를 물었다[A-1:⑯-⑰ = B-1:④-⑫]고 적었습니다.
기-자의 반응을 본 무-왕이, 자기가 어떤 것을 요구했던 것인지 뒤늦게 그 말실수를 알아차리고서 말을 바꾸어 물은 것이 마침 도리[倫]였던 것입니다. 무-왕이 기-자에게 처음부터 도리의 '이름'을 대면서 그 내용을물은것이 아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뜻하지는 않았지만 무-왕은 그러한 질문을 던진 까닭에 도리[倫]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 사기 송미자세가가 자세히 적었습니다.
사기 송미자세가는 무-왕을 마주하여 기자가 말하기를[B-1:⑬-⑭] 요 때에 우의 아버지 곤이 물을 다스리며 홍범 9가지를 깨트렸고 그리하여 죽었지만[B-1:⑮-㉓] 곤의 아들 우는 물을 다스리며 홍범 9가지를 따랐고 그리하여 천자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B-1:㉔-㉙]고 적었습니다. 말하려는 도리를 홍범 9가지라고 하고, 깨트렸을 때와 지켰을 때의 결과를 곤과 우의 일로써 이야기한 것입니다.
이어 사기 송미자세가는 기-자가 홍범 9가지에 대해 자세히 풀어 이야기한 것들을 적었습니다. 그 내용은 이 글의 주제에 관련된 것이 아니기에 적지 않았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 때에 무-왕이 '홍범'이 아니라 도리[倫/道]를 기-자에게서물었고그 결과, 홍범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 자세한 내용까지 듣고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다른 자료 상서대전은 무-왕과 기-자의 일을 이야기하면서 먼저, 무-왕이 기-자를 풀어주었다[C:①]고 적었으며 이어 기-자가 주에서 달아나 조선으로 갔다[C:②-④]고 적었습니다. 이 일들 가운데 사기 주본기는 무-왕이 소-공을 시켜 기-자를 풀어주었던 일[A-1:②-③ = C:①]을적었습니다. 기-자가 달아났을 때보다 앞서 일어난 것만을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서 사기 주본기는 앞서살핀 바와 같이 무-왕이 기-자를 찾아가[訪][B-1:③] 은을 망하도록 한 것들을 물었다[A-1:⑧-⑨고] 적었습니다. 그리하여 질문을 바꾸어 들은 답이 홍범이었으니, 무-왕은 기-자가 조선으로 가기[C:②-④]에 앞서 이미 홍범에 대해 들어 잘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어 상서대전은 그 뒤 주에 다시 와서 보았던 기-자[C:⑪-⑬]를 무-왕[C:⑭]이 보고서 홍범에 대해서 물었다[C:⑮-⑯]고 적었습니다. 앞서 사기 주본기의 구절들을 통해 살펴본 바, 무-왕이 기-자에게 물었던 단어는 '홍범'이 아니라 '도리'였습니다. 상서대전의 이 구절들은 사기 주본기의 구절들과 충돌합니다.
질문의 형식 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상서대전의 구절들과 사기 주본기의 구절들은 충돌합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단어에 대해 묻는 것은 단어는 알아도 내용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기 주본기는 무-왕이 기-자에게 홍범이라는 단어와 내용을 들었다고 적었으니, 이미 홍범에 대해 잘 알던 무-왕이 상서대전이적은 것처럼 기-자에게 홍범에 대해 물을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기 주본기의 구절들과 상서대전의 구절들 가운데 어느 쪽이 본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일까요? 한 쪽은 어째서 다른 쪽과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두 자료들 모두 자체로는 내적 모순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두 자료들의 구절들모두를 또다른 자료를 통하여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런 자료를 이미 이야기한 바가 있지요. 살펴봅시다!